박종순 목사 (충신교회 원로)
“설교에 목숨을 걸라”는 글을 읽거나 말을 들을 때마다 진하게 다가서는 느낌이 있다. ‘그것은 설교에 목숨을 걸지 않아서 내 설교가 이 모양이구나’라는 자괴감 그리고 ‘정말로 설교에 목숨을 건 사람들이 몇이나 있을까’라는 의문이다. 한국교회 목회자의 경우 설교의 기회가 지나치게 많다. 주일 낮, 밤, 수요기도회, 금요철야기도회, 매일 새벽기도회, 각종 행사 등 설교 기간을 20년으로 잡아도 평균 1만 번 이상의 설교를 해야 한다.
바하, 헨델, 베토벤,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그들의 천재성에 놀란다. 그리고 어떻게 저토록 놀라운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신묘한 생각에 잠기곤 한다. 그러나 따져보면 목사의 설교는 그네들의 작곡세계에 비길 수가 없다. 그 어떤 음악가도 5천이나 1만 개의 곡을 창작한 사람은 없다. 그러나 설교자는 그토록 수많은 설교들을 평생 동안 만들고 선포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음악, 미술, 문학, 조각 작품은 사람이 감성을 자극하고 감동을 주지만 설교는 인간의 영혼을 감동시키고 회복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모든 설교자는 긍지와 자부를 안고 살아야 한다.
긍정적으로 보면 설교 횟수가 많다는 것은 영광이고 특권이다. 그러나 부정적으로 보면 설교의 부실을 양산할 소지가 다분하다. 물론 단 한편의 설교를 만들기 때문에 명설교나 걸작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작이다 보면 명작이 나오기 힘들다. 그래서 어떤 설교자들은 남의 설교를 카피하기도 하고, 인용부호도 달지 않은 채 자기 설교처럼 도용하는 사람도 있다. 표절이란 남의 글이나 작품을 자기 것인 양 무단 게재하거나 도용하는 것을 말한다. 다른 사람의 설교를 연구하고 닮는 것은 잘하는 일이다. 그러나 내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비윤리적 처신이다. 이 이야기는 어느 설교집에서 따온 것이라든지, 이 설교는 아무개의 설교 중에 있는 것이고 밝히는 것이 옳은 태도다. 적어도 설교자들의 세계에서만이라도 표절은 없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어느 목사님 큰아들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귀국했다. 그는 서울에서 300여 명 모이는 교회 담임으로 청빙 받아 목회를 시작했다. 그때 그의 나이 41세였다. 해마다 교인이 증가해 1천여 명이 모이게 되고 낡은 건물을 철거하고 새 예배당을 건축했다. 어느 날 부자 목사가 마주앉아 목회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들을 향해 “언제 목회를 배우고 설교를 배웠기에 그토록 잘 해내는지 고맙고 감격스럽다”고 말하자 아들 목사는 “아버님, 저는 40년 동안 아버님 곁에서 목회와 설교를 배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필자는 동역할 부목사들을 선임할 때 적용 기준이 있다. 그것은 ‘목회자의 자녀인가?’, ‘본가와 처가가 다 신앙가문인가?’, ‘어느 교회에서 성장했는가?’. ‘신학교 재학 중 어느 신학자의 영향을 받았는가?’를 확인하고 가산점을 주고 선임했다. 설교준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것은 목회를 내려놓는 날까지 필자의 뇌리를 떠나지 않은 고민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그 심정으로 설교를 준비한다.
성경을 기본으로 삼는 설교자료
최상의 자료는 텍스트인 성경이다. 성경은 믿음으로 읽어야 하고 기도로 읽어야 한다. 필자는 성경을 읽을 때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그것은 다독과 정독이다. 다독은 빨리 많은 양을 읽는 것이고, 정독은 뜻과 교훈을 찾고 헤아리며 읽는 것이다. 정독은 기도와 말씀에 대한 응답이 필요하다. 그리고 설교의 제목이나 기둥은 정독을 통해 세워진다. 신문이나 잡지, 교양서나 신학서를 읽으면서 설교의 구상이 떠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설교는 성경을 읽고 묵상하다가 성경에서 찾아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 후에 다른 자료를 찾고 옷을 입히는 것이 좋다.
설교준비는 설교자 자신의 신앙과 삶, 신학과 해석에 따라 그 결과가 결정된다. 일단 성경에서 찾은 본문과 제목에다 옷을 입히는 일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 일을 위해 설교자는 항상 부지런해야 한다. 필자는 밥을 굶고 끼니를 거르며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매주 기독교서점과 대형서점을 찾아 신간을 살피고 자료를 모았다. 신간을 살피다 설교 준비에 필요한 글이 발견되면 한 페이지 자료 때문에 고가의 책을 구입하곤 했다. 그리고 여러 개의 일간신문과 주간지, 월간지를 구독했다. iamcspar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