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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된 사모, 행복한 사역

7.사모의 영성 가꾸기 (3)

황순원 사모 (CMF사모사역원 원장)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마5:3). 사모는 가난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의미하는 가난은 돈의 분량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이 가난하다는 의미는 마음에 의지할 것이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가난한 자중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아무리 가난해도 무엇인가 팔아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조금이라도 있는 자가 있는가하면 팔 것이라곤 전혀 없고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으면 하루도 살 수 없는 자들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가난이란 후자를 말합니다. 의지할 것 하나 없이 도움이 필요한 자를 말합니다. 우리의 심령이 가난하다는 말은 주님을 향한 마음이 이와 같이 가난해야 한다는 의미이지요.

목회를 꿈꾸고 준비하는 부부를 보면 어떤 이들은 개척자금을 마련하기위해 돈을 먼저 열심히 벌어서 건물이라도 얻으려고 노력합니다. 어느 정도 모으면 그것으로 개척을 시작합니다. 당분간은 교회에서 사례금이 나오지 않아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준비를 하고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집에 도둑이 들어와서 집에 있는 것을 다 들고 나갑니다. 그동안 감추어 놓았던 돈도 다 털린 후 이제는 더 이상 아무런 방법이 없게 되는 날부터 주님 앞에 엎드려 울부짖게 됩니다.

하나님은 때로는 우리를 의지할 것 없을 때까지 낮추십니다. 심령이 가난한자는 복이 있나니... 이 말의 의미는 복이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가난한자가 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이미 우리는 복을 받은 자이므로 심령이 가난해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구원받은 자는 주님을 바라보게 되고 주님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천국시민이 되었으므로 하나님의 통치 속에서 살 수 있습니다. 이것을 훈련시키고 경험되게 하시려고 개척교회부터 시작해서 오랜 목회의 길을 걸어오는 동안 천국의 맛을 보게 하십니다.

2003년도의 일입니다. 갑작스런 출혈로 혼수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앓고 있던 C형간염이 간경화증으로 됐습니다. 간이식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임시조치로 간의 압력을 조절하기 위해 간 속에 TIP(타원형으로 생긴 플라스틱)을 넣는 시술을 받고 퇴원하여 간이식 Waiting list에 이름을 올려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창 아내교실로 사모교실로 신나게 사역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또 다시 홀로 침상에 누운 채 하나님을 바라보아야만 했습니다. 많은 사모들이 병문안을 오십니다. 그럴 때마다 왜 나는 이렇게 아무 힘도 없을까 낙심이 되었습니다. 사역에 목숨을 걸기로 하고 시작한 후반전 생애였는데 이젠 이것으로 모든 사역의 막을 내려야 하나 생각하며 침대위에서 눈물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아니야, 이럴 수만 없어. 나는 결코 포기할 수 없어. 사모들을 위해 일을 해야 해. 반드시 할 거야. 쓰다만 사모책의 머리말도 마저 완성할거야” 하면서 또 다시 연필을 들다가 다시금 혼수로 병원행이 되었습니다. 죽음의 공포는 그동안 믿어왔던 십자가를 무력하게 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도 은혜가 되었던 십자가는 더 이상 나에게 아무 힘을 주지 못하는 나무토막으로 변했습니다. 그때의 불안과 두려움은 지금 생각만 해도 아찔해집니다. 어린 시절부터 조금도 의심없이 열심히 믿어왔던 십자가였는데 남편의 죽음 앞에서도 그 십자가 붙잡고 일어설 수 있었는데 지금은 다른 십자가인가 너무도 당황한 나머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처절하고 가련한 모습 앞에 소스라치게 놀라 울부짖게 되었습니다. “주님, 그렇게도 흔한 믿음이 내게 없네요. 주님이 주시지 않으면 인간 힘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 믿음임을 알았습니다. 불쌍히 여겨주세요.” 간절하게 정말 애절하게 울부짖었습니다.

머리에 가시면류관 어이해 쓰셨는가! 채찍에 피 흘리심은 어이해 당하셨나 채찍과 멸시천대 어이해 당하셨나 어느 여가수의 목소리는 성령님이 보내주시는 음성이었습니다. 얼마나 감사했던지요. 얼마나 눈물을 흘렸던지요. 그때 이후로 믿음이란 그냥 받는 선물이기에 주는 자가 없으면 그 누구도 받을 수 없음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선물로 주신 믿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절실히 알게 해주신 하나님은 이제 성경을 열어주셨습니다. 성경을 펴면 글씨가 모두 고딕체로 보였습니다. 어찌나 달고 맛있던지 모릅니다. 덤덤했던 십자가, 날 위해 피흘리신 십자가, 고난의 십자가, 능력의 십자가가 나를 사로잡게 되면서 그 십자가는 나의 힘없는 손을 끌어 일으켜 주었습니다. 나도 모르는 새 일어나 앉게 되고 눈물 뿌려 주님 앞에 통회하는 울음은 어느새 뜨거운 사명감으로 이어져 갔습니다. 눈을 떠서 현실을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눈을 감으면 십자가가 보입니다. 그 십자가는 희한한 힘이 있습니다. 습관적이고 형식적인 신앙생활에 다시금 활력이 넘치기 시작했습니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입니다. 죽어서 가는 천국이 아니라 지구촌에서 누릴 수 있는 천국의 복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환경은 변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마음에 천국이 임하였습니다. 주님과 동행하는 맛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주의 일이 재미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꿀송이같이 단 맛을 생활에서 맛보게 되었습니다. 눈을 들어 사모들의 눈물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들을 향해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되었습니다.

부름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다 가슴을 헤치고 나오는 찬송의 고백은 슬픔 속에서도 고요한 밤의 적막을 깨웁니다. “주님, 정말 이제는 어디든지 마다않고 가겠습니다. 보내만 주세요. 이왕에 살려주셨으니 오대양 육대주로 다니게 해주시면 그 하나님 전할 게요. 비록 자동차 운전을 할 줄 모르지만 비행기 타고 다니면서 오지에서 눈물 흘리는 사모들을 찾아가 그 눈물 닦아주는 티슈가 되게 해주세요.” 이 눈물을 기억하시고 잊지 않으신 하나님은 말 그대로 오대양육대주를 다니며 사모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게 하시며 그들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주는 티슈가 되게 하셨습니다.

심령이 가난한자는 애통하게 됩니다. 무엇이든 의지할 것이 아무 것도 없어야 비로소 애통하게 됩니다. 주님을 위해 헌신했지만 드릴 것이 아무것도 없어 애타할 때 있는 모습 그대로 드리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상한 모습 그대로를 받으시는 하나님은 그 날 이후로 지금까지 놀라운 일들을 하십니다. 아직도 몸이 회복되지 않은 그대로를 사용하시는 하나님은 많은 중보기도자들을 보내주셨습니다.

▲이메일:hwangsunwon@gmail.com www.godfam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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