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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족보(The Genealogy of Grace)

마태복음 1장 1-17절
주원열 목사

로드아일랜드중앙한인교회
보스턴대신대원 Th.D

마태복음 1장의 족보를 자세히 보면 모두 아버지가 아들을 낳았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자 이름이 나오는 곳에도 여자가 아들을 낳은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그 여인에게서 아들을 낳았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예수님의 경우에는 요셉이 예수를 낳았다고 되어있지 않습니다. 

16절에 보면 요셉은 마리아의 남편이라고만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마리아에게서 나셨다고 하였습니다. 예수님에게는 육신의 아버지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18절에 보면 예수님은 마리아가 요셉과 동거하기 이전에 성령으로 잉태되었다고 말씀합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로마서 1장 3절로 4절은 예수님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그의 아들에 관하여 말하면, 육신으로는 다윗의 혈통에서 나셨고, 성결의 영으로는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여 능력으로 하나님의 아들로 선포되셨으니,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시라.”

먼저 3절은 예수님이 육신으로는 다윗의 혈통에서 나셨다고 말씀합니다. 바울은 사도행전 13장 23절에서도 ‘하나님이 약속하신 대로 이 사람(다윗)의 후손에서 구주를 세우셨으니, 곧 예수라”고 증거합니다. 왜 다윗이 메시아의 족보에서 중요합니까? 다윗 왕은 왕중왕으로 오시는 그리스도의 예표로 예언되었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살펴보면 메시아 예언은 점점 그 범위를 좁혀갑니다. 창세기 3장 15절에서는 여자의 후손이라 하여 메시아는 인성을 입고 오시는 분임을 예언하였습니다. 창세기 22장에서는 아브라함의 씨로 말미암아 천하 만민이 복을 얻는다고 하여 메시아는 아브라함의 자손인 유대인일 것을 말씀했습니다. 창세기 49장의 야곱의 예언에서는 유다 지파에서 통치자가 나올 것이 예언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무엘하 7장에서 다윗 왕조는 메시아 왕국의 모형이 될 것이 예언되었습니다. 하나님은 다윗에게 네 몸에서 날 자식의 나라를 영원히 견고케 하며 영원히 보전하여 주겠다고 약속하십니다. 다윗에게 약속한 영원한 왕국은 장차 도래할 메시아 왕국을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구약의 선지자들은 만왕의 왕으로 오시는 메시아를 예언할 때에 다윗의 후손으로 말하였습니다. 

로마서 1장 4절은 이어서 예수님이 성결의 영으로는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여 능력으로 하나님의 아들로 선포되셨다고 말씀합니다. 여기 성결의 영이란 성령을 가리킵니다. ”육신으로는” 이라는 구절(according to the flesh)과 “성령으로는” 라는 구절(according to the Spirit)은 바울이 인간의 죄성과 하나님의 성령을 대조할 때마다 사용하는 관용구입니다. 

바울서신에서 육신과 성령의 대비는 인성과 신성의 대비입니다. 자연과 초자연, 이 세상과 하나님 나라, 육신적 혈통과 신령한 신분의 대비인 것입니다. 육신으로는 다윗의 혈통에서 나셨으나 성령의 능력으로 부활하심으로 하나님의 아들로 “선포”되셨습니다. 부활을 통하여 하나님의 아들이심이 입증되고 선포되신 것입니다.

그처럼 예수님은 하나님 아들이신데 왜 누구의 자손인가를 밝혀주는 인간족보로 복음서가 시작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하나님이 다윗에게 언약하신 대로 예수님은 다윗의 후손으로 오신 왕이심을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마태복음 1장 6절 이하에 보면 다윗과 솔로몬의 이름이 나오고 남북 왕조로 분열 후 남유다의 왕인 르호보암으로부터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간 여고냐, 곧 여호야긴까지 여러 왕들의 이름이 나옵니다. 인위적으로 열네 대로 줄였기 때문에 빠진 이름들도 있습니다. 일례로 8절의 요람과 웃시야 사이에는 아하시야, 요아스, 아마샤의 이름이 빠졌습니다. 족보의 두 번째 부분인 다윗부터 여고냐까지의 열네 대는 실제로 왕위에 오른 왕들의 royal line입니다. 곧 예수님은 다윗, 솔로몬, 그리고 르호보암과 남유다 왕들로 이어지는 royal line에서 오신 이스라엘의 왕이시며 유대인의 왕이심을 증거하는 것입니다. 

또한 예수님의 족보는 하나님의 은혜를 증거합니다. 마태복음의 족보는 예수님의 조상 중에서 아브라함과 다윗을 가장 중요한 인물로 뽑습니다. 그래서 1절에 보면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라”고 하였는데, 그들에게도 죄와 허물로 얼룩진 삶의 기록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아브라함과 다윗에게 은혜의 언약을 주시고 그 언약을 예수님의 오심으로 성취시켜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족보는 은혜의 족보입니다.  

아브라함은 로마서 4장 11절에서 “믿는 모든 자의 조상”이라고 불립니다. 그러나 성경을 읽어보면 아브라함의 삶에는 도저히 믿음의 조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실망스러운 모습들도 나옵니다. 특별히 아브라함은 부인 사라에게 약했던 것 같습니다. 후사를 주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을 기다리다 못해 부인 사라의 제안에 따라 여종 하갈에게서 이스마엘을 얻어서 일생일대의 오점을 남겼습니다. 또 부인 사라가 너무 아리따워서 사람들이 사라를 빼앗기 위해 자기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서 부인을 누이라고 속이고 다니는 실수를 되풀이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주신 언약을 거두지 않으셨습니다. 

다윗도 하나님으로부터 영원한 왕국의 언약을 받았지만 하나님 앞에 큰 죄를 지었습니다. 그의 죄는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를 취하는 간음에 그쳤던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은폐하기 위하여 자기에게 충성을 다하는 장수 우리아를 계획적으로 죽이는 살인 교사죄까지 범하였습니다. 

헷 사람 우리아는 다윗을 위하여 충성을 다한 삼십 용사의 명단에 들어있는 사람입니다(삼하23:39). 다윗은 우리아의 아내가 임신을 하자, 자신의 죄를 숨기려고 우리아 장군을 전쟁터에서 불러내서 특별휴가를 주고 집에 가서 발을 씻으라고 했습니다. 아내와 동침하며 편히 쉬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나 충성스러운 우리아는 동료들이 전쟁하고 있는데, 어떻게 내가 혼자 쉴 수 있겠냐면서 집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다급해진 다윗은 다음날 우리아를 불러서 술을 먹였지만 충직한 군인 우리아는 역시 집으로 가지 않았습니다. 다윗은 할 수 없이 최후의 방법으로 요압 사령관에게 편지를 써서 전쟁터에서 죽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배치시켜서 죽이라고 밀명을 내립니다. 

성경은 다윗의 큰 죄를 결코 숨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윗의 죄 때문에 하나님의 언약이 취소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언약대로 다윗의 후손으로 오셨습니다. 허물 많고 부족한 아브라함이었지만, 아브라함의 씨로 말미암아 천하 만민이 복을 받으리라는 언약도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취되었습니다(갈3:16, 창22:18). 그러므로 예수님의 족보는 은혜의 족보입니다. 

특별히 마태복음 족보에는 네 명의 여자가 들어가 있습니다. 유대인의 족보에 여자의 이름이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 그것도 네 명 모두 온전한 여인들이 아니었습니다. 마태복음 1장 3절에 유다는 다말에게서 베레스와 세라를 낳았다고 하였는데, 유다와 다말은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관계입니다. 창세기 38장에 나오는 것처럼 다말은 창녀로 변장하고, 시아버지 유다에게서 아들을 낳았던 것입니다. 

또 마태복음 1장 5절에 보면, 살몬은 라합에게서 보아스를 낳았다고 하였는데, 라합은 여리고성의 기생이었습니다. 이어서 보아스는 룻에게서 오벳을 낳았다고 하였는데, 룻은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혼인하지 말라고 명하신 이방인이었습니다. 이어지는 6절에 보면 다윗은 우리야의 아내에게서 솔로몬을 낳았다고 하였습니다. 우리아의 아내란 다윗이 간음한 여인 밧세바를 가리킵니다. 

이스라엘 역사에 훌륭한 여자들이 많았건만 하필이면 이처럼 허물 많은 여인들의 이름이 예수님의 족보에 올랐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모든 인간의 죄악과 허물과 실수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용서받고 가리움을 받는다는 복음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주님은 그들의 모든 연약함을 짊어지시고, 그들의 구세주가 되시기 위하여, 그들을 통하여 오셨습니다. 비록 그들의 삶이 죄와 허물로 얼룩졌다고 하더라도 하나님은 그들을 축복의 통로로 사용하셨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마태복음의 족보는 ‘은혜의 족보’입니다. 

예수님의 족보에는 허물 많은 여인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치명적인 실수를 반복하였던 아브라함과 치명적인 죄를 범하였던 다윗이 중요한 인물로 나옵니다. 이 족보가 보여주는 중요한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속죄의 은혜가 인간의 모든 죄보다 더 크다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흘리신 속죄의 피는 모든 사람들의 죄와 허물을 덮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죄와 허물이 많은 인간들을 예수님의 조상으로 세우셔서 구원의 역사에 동참하게 하셨던 하나님께서는 죄와 허물이 많은 우리도 세우셔서 교회를 이루게 하시고 하나님의 구원역사에 동참하게 하여주셨습니다. 

성탄이란 무엇입니까? 인간의 죄보다 더 크신 하나님의 구원을 이루시기 위하여 주님이 이 세상에 오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죄와 허물로 얼룩진 사람들을 언약의 백성으로 삼으시고 축복의 통로로 사용하십니다. 하나님은 과거의 허물과 실수, 주홍같이 붉은 죄, 진홍같이 붉은 죄도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깨끗이 씻어주십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세계에 이름이 올라가는 영광을 주십니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주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것입니다. 이 성탄의 계절에 하나님과 죄인의 중보로 오신 주님이 주시는 평화가 여러분들에게 충만이 임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드립니다.

wychu2000@yahoo.com

12.04.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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