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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와 기도

마태복음 6장 12절
정준성 목사

뉴욕 주사랑장로교회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생존의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영혼의 문제입니다. 극단적인 예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뉴스를 보면 당장 먹을 밥이 없어 저지른 범죄는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 영혼이 병들어 저지른 범죄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영혼을 깨끗이 유지하기 위해 매일 죄를 회개하고 용서 받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죄 용서받는 것’을 (1)목욕하는 것과 (2)발 씻는 것으로 설명하십니다. “이미 목욕한 자는 발밖에 씻을 필요가 없느니라”(요13:10). 첫째로, ‘목욕’은 ‘칭의’를 가리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고 구원받을 때, 우리의 죄가 예수님께 전가되고, 예수님의 의가 우리에게 전가 되어서, 우리는 ‘의롭다’ 함을 받았습니다. 둘째로, ‘발 씻는 것’은 날마다 회개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죄 많은 세상에서 죄인들과 섞여 살다보면 마음으로 죄 지을 일이 많습니다. 

오늘 본문 마태복음 6장 12절 상반절 “우리에게 죄 지은 자”라고 표현하신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죄를 짓는 자들이 많이 있다는 전제하에 말씀하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예수님을 신실하게 믿는 성도 중에, 일부러 남에게 해코지하며 사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남들로부터 당하고 사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남들로부터 매일 당하고 살아도, 참고 또 참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참아도 마음에는 상처가 생깁니다. 한 번씩 생각이 나면 화가 납니다. 마음속에 그 사람을 향한 미움의 죄가 싹트게 됩니다. 그러면, 기도가 막힙니다. 하나님과의 친밀함을 잃습니다. 영혼의 깨끗함을 잃어버립니다. 그러므로 영혼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성도가 ‘미움’이라는 죄를 회개하는 것입니다.

옥한흠 목사님의 책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옛날에 전쟁을 겪을 때는 웬만큼 더러워도 씻을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 때는 씻지 못해서 발 냄새가 진동을 해도 더러운 발 그대로 이불 속에 들어가 잠을 잤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몸을 청결하게 유지하다 보니, 조금만 땀을 흘려도 견디지 못하고 바로 샤워를 한다는 내용입니다.

우리의 영혼도 다르지 않습니다. ‘의롭다’ 함을 받기 전에는 온갖 죄를 범해도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믿으세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보고 왜 죄인이라 그래?’ 하면서 화가 났던 것입니다. 그러나 ‘의롭다’ 함을 받고 나니 죄에 민감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이 나에게 나쁘게 하면 맞서 싸우지 않고 참습니다. 그러나 속으로 화가 나고 그 사람이 미워지면, 기도가 막히고, 영혼에 먹구름이 끼는 것을 즉시 깨닫습니다. 마음속에 죄 된 감정 하나도 견딜 수 없어 괴로워하며 그 죄를 회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죄에 대한 결벽증은 영혼이 깨끗하다는 증거입니다. 

하나님의 사랑하시는 성도 여러분, 죄에 더욱 민감하시고, 즉시 회개하시기 바랍니다. 주님의 가르침을 잘못 이해하면 안됩니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는 우리가 용서받을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마치 ‘하나님, 내가 나에게 잘못한 아무개를 용서했으니 내 죄도 용서해 주세요’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무슨 뜻일까요? 마태복음 18장 21절로 35절 말씀을 통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베드로가 예수님께 여쭈어 봅니다. “형제가 내게 죄를 범하면 몇 번이나 용서하여 주리이까? 일곱 번까지 하오리이까?” 예수님께서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라도 용서하라!” 말씀하시고,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어느 임금이 빚진 자들을 불러 결산한다. 1만달란트 빚진 자가 들어온다. (당시 유대나라가 로마황실에 바치는 세금이 1년에 8백달란트였다고 하니, 1만달란트는 엄청난 금액입니다) 1만달란트 빚진 종이 갚지 못하자, 임금이 엄하게 명한다. ‘저 놈도 팔고, 처자식도 다 팔아라!’ 1만달란트 빚진 종은 엎드려 사정한다. ‘내게 참으소서! 다 갚겠습니다!’ 임금이 엄청난 은혜를 베풀어 1만달란트 빚을 전액 탕감해준다. 

그 사람이 엄청난 빚을 전부 탕감 받고 신이 나서 집으로 가는데, 1백데나리온 안 갚은 친구를 만난다. (1백데나리온은 1만 달란트의 100만분의 1이라고 합니다) 자기는 1만달란트 빚을 탕감 받아놓고, 1백데나리온 안 갚은 친구를 감옥에 가두어 버린다. 임금이 그 사실을 알고 엄히 꾸짖는다. “내가 너를 불쌍히 여김과 같이 너도 네 동료를 불쌍히 여김이 마땅하지 아니하냐”(33절). 

예수님은 비유의 결론을 다음과 같이 내리십니다. “너희가 각각 마음으로부터 형제를 용서하지 아니하면 나의 하늘 아버지께서도 너희에게 이와 같이 하시리라”(35절). 이 비유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 우리는 누구일까요? 1만달란트 빚졌다가 전액 탕감 받은 자가, 바로 저와 여러분입니다. 

R. C. Sproul 목사님은 다음과 같이 예를 듭니다. ‘만약에 내가 만불 빚을 졌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돈을 갚고 감옥신세를 면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100억불을 빚졌다면, 어찌 할 방법이 없습니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의 재산을 전부 합쳐도 100억불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하나님께 진 빚은 100억불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큽니다. 우리가 그 빚을 갚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우리가 진 빚을 모두 갚아 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의 모든 죄를 대신 갚아주었으니, 이제 너는 너에게 잘못한 사람들의 죄를 용서해 주어라.” 바로 이것이 마태복음 6장 12절을 올바로 해석할 수 있는 열쇠입니다. 

하나님의 크신 용서를 체험한 성도는 형제가 나에게 잘못한 것을 용서해줍니다. 하나님의 용서를 받은 성도가 형제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으면 주님의 책망을 받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용서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남의 이야기할 때는 ‘그 정도했으면 그냥 용서해주지, 뭐 그렇게 꽁 하고 있냐?’고 쉽게 말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정작 내가 나쁜 일을 당해서, 내가 용서해야 할 때는 어떤가요? 좀처럼 용서가 잘 안 되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지 않습니까?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아도, 실제로 용서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용서하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 사람은 늘 나에게 피해를 끼치고도, 전혀 미안해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은 반복해서 나를 힘들게 합니다. 내가 마음에 상처를 입고 주님 앞에 엎드려 기도하며 힘들게 용서하면 또 나를 괴롭힙니다. 용서하기 힘든 이유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용서할 수 있을까요? 

첫째로, 주님께 솔직하게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하나님, 머리로는 용서해야 하는 것을 알겠습니다. 하지만, 마음으로는 용서가 안 됩니다. 저를 도와주세요. 용서할 수 있는 힘을 주시고,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을 주세요’ 라고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둘째로, 내가 죄인인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내가 하나님 앞에 얼마나 끔찍한 죄인인지, 나의 적나라한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나보다는 괜찮은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 사람을 용서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셋째로, 하나님의 크신 용서를 기억해야 합니다. 내가 하나님으로부터 얼마나 큰 용서를 받았는지 깊이 묵상하면, 나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생존의 문제만 해결되면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는 영혼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살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하시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의 영혼을 잘 관리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에게 해를 끼친 사람을 용서하지 않으면, 여러분의 영혼에 쓴뿌리가 생기고, 여러분의 영혼에 먹구름이 끼고, 여러분의 기도가 막히고, 여러분은 하나님과의 친밀함을 잃어버립니다. 여러분의 영혼이 미움과 증오로 오염되지 않도록, 늘 민감하게 관리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영혼이 주님의 영광의 빛으로 가득하여, 골방에 들어가 기도의 무릎을 꿇을 때마다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로 들어가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john.junsong.jung@gmail.com 

05.16.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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