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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그래도 감사합니다

손원배 목사 | (임마누엘장로교회)

지난 주일 저녁에 집에서 휴대전화기를 찾으니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니 교회 제 사무실에서 충전을 하다가 놓고 온 것입니다. 그런데 참 편안했습니다. 옛날에 우체국에 가서 전보 치던 시절에도 행복했는데 왜 다들 휴대전화기라는 멍에를 메고 자유를 상실한 채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월요일 새벽에 차를 몰고 나오는데 손목에 시계가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주일 오후에 새가족 환영회가 끝난 후 배구 연습을 하는 분들을 격려하러 파크(John D. Morgan Park)에 갔다가, 배구 한 게임을 했는데, 시계를 양복 뒷주머니에 넣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 날 이후 3일간 집을 나오면 시계가 생각나고 집에 들어가면 잊기를 반복하다가 목요일에야 겨우 시계를 찾아 손목에 매고 나왔습니다.

제가 요즘 건망증이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전화기도 수시로 놓고 다니고 시계도 잊어버리고, 꼬박꼬박 적어놓지 않으면 중요한 약속을 까맣게 잊어버려서 당황하기도 여러 번 하였습니다. 구두로 약속을 하고는 적어놓는 것을 잊어버려서 약속을 못 지키거나 같은 시간에 이중 약속을 해놓는 바람에 실수를 하고 사과하느라 쩔쩔 매기도 자주 합니다.

그래도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아직 치매는 아니니까요? 건망증과 치매의 차이는 이렇답니다.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를 않아서 친구가 전화를 할 때, “무슨 얘기야! 내가 언제 약속을 했어” 하면 치매환자랍니다. 전화를 받자마자 “아! 내가 정말 까마득하게 잊었어, 미안해” 하면 건망증이랍니다.

걱정하지 않는 더 중요한 이유는 아무리 정신이 없어서 다른 것들을 모두 잊어버린다 해도 나의 창조자이신 하나님, 나의 구원자이신 예수님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설령 내가 치매환자가 되어 하나님을 잊게 되더라도,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나를 기억하실 것이므로 걱정하지 않습니다. 여인이 자신이 낳은 젖먹이를 잊을지언정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결코 잊지 않으시고 잊지 못하시는 분입니다(사49:14-15). 우리를 잊지 않으시고 결코 잊으실 수 없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키라”고(출20:8). 우리도 나의 창조자요 우리의 구속자이신 하나님을 늘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하여 주일을 항상 거룩하게 지키기 위해 노력합시다. “쉬지 말고 기도하라”(살전5:17)고 하셨으니, 기도하기를 잊지 말고 사무엘처럼 백성들을 위하여 기도하기를 쉬는 죄를 범하지 맙시다(삼상12:23). 하나님께서 들으시고 응답하실 것입니다. 응답하시되 우리가 구한 것보다 더 깊고 풍성하게 응답하실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의 자녀들의 기도와 순종을 통하여 일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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