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수 목사 (라스베가스 안디옥교회)
신명기 26장에 보면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은혜로 애급에서 해방된 뒤에 약속의 가나안 땅을 내다보고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곳 가나안 땅에서 수확하면 제일 먼저 첫 수확물(맏물)을 하나님께 꼭 예물로 드리며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감사하라면서 중요한 것을 지적한다.
바로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는 일이다. 모세는 지금까지 인도해주신 하나님 은혜를 잊지 말고 기억하라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이스라엘 백성들을 인도하시고 지켜주신 은혜를 구체적으로 지적해준다. 5절을 보면 유리(방랑)하는 아람 사람으로서 애급에 내려간 야곱이 홀로 멸망당할 위험에 처해 있었음을 리마인드(Remind) 시켜준다. 그리고 7절에는 저들이 당하던 그 역경을 고통과 신고와 압제라는 세 단어로 설명한다. 가난으로부터 오는 고통과 육체의 중노동으로 인한 신고 그리고 인권을 유린당하고 압제당하는 사회적 고통이다. 그런데 하나님이 그 모든 고통에서도 이적과 기사를 일으켜 구출해주셔서 약속의 가나안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인도하여 주셨다고 리마인드시키면서 “그러니 그런 은혜를 어찌 잊을 수가 있겠는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그런데 모세가 사용한 이 세 단어는 지금 이 지구상에 사는 모든 사람들도 겪고 있는 보편적인 고통,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고통들이다. 그러므로 보편적 고통과 육체적 고통 사회적 고통을 당하며 사는 우리도 오늘까지 하나님의 은혜를 받고 있지만 그런 중에도 인도해주신 하나님 은혜를 잊지 말아야 한다. 하기야 받은 은혜를 기억도 못하는데 어떻게 감사를 할 수 있겠는가? 감사는 은혜를 잊지 않고 기억할 때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좌우명(座右銘)’이라고 쓰는 말은 중국 후한시대 최원이라는 학자가 처음 썼다고 한다. 그는 어려서 부모를 잃은 후에 자기 형을 살해한 자를 직접 처단했다가 그만 붙잡혀서 옥에 갇히는 등 굴곡이 많은 인생을 살아왔다. 서예가로도 유명하기도 한 그는 이런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 속에서 좌우명을 하나 남겼는데 그 좌우명은 이렇다. 남에게 베푼 건 기억하지 말고(施人愼勿念) 받은 은혜는 잊지 마라(受施愼勿忘)이다. 물에 빠져 죽게 된 사람을 머리칼을 잡아 끄집어내 살려주었더니 다른 사람들은 수고했다고 메달을 달아주며 칭찬하는데 정작 살아난 사람은 그때 머리칼이 아파서 혼났다고 두고두고 원망하더란다. 은혜는 물에 새기고 원수는 돌에 새긴다는 말대로 인간의 본성으로는 은혜를 잊어버리기가 쉽다. 그런데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데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로 여겨졌으면 남에게 받은 은혜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인생의 좌우명 첫대목으로 삼았겠는가?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른다는 말은 자신의 과거를 모르고 교만하게 우쭐대는 사람을 보고하는 말이다. 자신의 과거 받은 은혜가 없었다면 오늘이 있을 수 없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왜? 받은 은혜를 기억하지 않으면 다시 올챙이가 되기 때문이다. 받은 은혜는 잊지 않아야 계속 개구리 삶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창세기 27:28절에 이삭은 아들 야곱을 축복하면서 ‘하나님은 하늘의 이슬과 땅의 기름짐을 주시기 원하노라’고 기도했다. 여러분! 새벽에 나아가 하늘의 이슬을 맞아 보셨는가? 비가 올 때처럼 우리 눈에 보이지도 않고 한꺼번에 옷을 다 적시지 않아서 이슬을 맞을 때는 이슬을 맞는지 조차 모른다. 그러나 지나고 나서 온 몸을 적셔 놓은 것을 보고 알게 된다. 하나님은혜는 하늘의 이슬과 같아서 우리는 내 삶을 적시는 줄도 모르고 은혜를 받으며 살지만 돌아보면 우리의 인생을 흠뻑 적시는 것이다. 이런 새벽이슬 같은 은혜와 축복을 하나님은 우리에게 내려주셨다. 그러므로 더더욱 하나님의 은혜는 잊지 않고 구체적으로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소나기 같은 축복만이 아니고 새벽이슬 같은 하나님 은혜도 흠뻑 젖을 만큼 많이 받으며 살아간다. 그래서 은혜를 받으면서도 의식하지 못하고 그만 잊어버리고 만다. 잊지 않고 다시 기억해서 뒤를 돌아보아야만 그런 은혜를 지금까지 계속 받아왔음을 깨닫게 되고 비로소 감사하게 되는 것이다. 새벽이슬 같은 은혜를 기억하기 때문에 감사하는 성도는 언제나 그 생각의 거점이 “나는 은혜 받은 사람, 축복받은 사람”이라는 행복감에 젖어 산다. 그래서 범사에 감사하게 된다. 그러므로 특별히 새벽이슬 같은 하나님 은혜도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