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예수 그리스도의 피가 메마르지 않는 사순절!

은희곤 목사 (참사랑교회)

옛날 어느 수도원에 훌륭한 원장이 있었습니다. 그는 많은 제자들 중에 특히 한 아이를 지극히 사랑했습니다. 그 아이는 제자들 중에서도 가장 못 생겼고, 무엇을 가르쳐도 늘 쉽게 잊어버리는 아이였는데도 원장은 특별히 그 아이를 사랑했습니다. 다른 제자들의 불만은 대단했습니다. 그 불만이 쌓이고 쌓여 폭발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마침내 모든 제자들이 마당에 모여 스승인 원장에게 따졌습니다. 그러자 그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내가 문제를 내마. 그것을 풀어가지고 오면 내가 왜 이 아이를 특별히 사랑하는지 알게 될게다.” 원장은 제자들에게 작은 새 한 마리씩을 주고는 아무도 안보는 곳에서 해질 때까지 그 새를 죽여가지고 오라고 했습니다. 절대로 아무도 안보는 곳에서 죽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해질 녘이 되자 제자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하여 수도원 마당에는 죽은 새의 시체가 쌓였습니다. 그런데 원장이 특별히 사랑하는 아이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한참 뒤 뛰어오는 아이의 손에는 작은 새가 산채로 있었습니다. 이를 본 제자들은 “저 바보는 원장님이 무얼 시켰는지도 모르나 봐!”하며 비웃었습니다. 원장은 왜 새를 죽이지 못했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그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원장님께서는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새를 죽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아무리 조용하고 으슥한 곳을 찾아보아도 하나님은 보고 계셨어요. 그래서 새를 죽일 수 없었어요.”

이 작은 이야기 한편은 우리들의 마음을 찌릅니다. 서울에서 목회할 때 한 집사님의 간증이 생각납니다. 이 집사님은 중소기업 영업과장으로 계셨는데 항상 이리저리 국내외 출장이 많았습니다. 항상 출장가면 늘 고민이 생깁니다. 부인과 아이들 그리고 교회, 목사, 성도들과 좀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니, 출장간 곳의 쾌락적 밤 문화에 자주 마음이 쏠리게 됩니다. 같이 간 동료들도 그런 자기 마음을 아는지 자꾸 유혹합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목사님의 설교 말씀이 생각났다고 합니다. “제가 주일학교 다닐 때 주일학교 선생님이 선한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말씀하시면서 퀴즈를 냈는데 지금도 마음에 떠나질 않습니다. ‘여리고 골짜기에는 누구, 누구 몇 명이 있었을까요?’ 선생님이 물었습니다. 아이들이 고사리 손가락으로 다같이 하나, 둘, 셋... 하면서 세기 시작합니다. ‘강도, 강도 만난 자, 그냥 지나간 제사장과 레위인, 선한 사미리아인, 주막 주인. 모두 6명이네요’라고 대답하자 선생님은 ‘아니야, 1분이 더 계셔!’ 아이들은 다시 셉니다. ‘아니 6명 맞는데’, 이렇게 2-3번 반복하다 지친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누구냐, 가르쳐 달라?’고 조르자 그제야 선생님은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이 계셔!’ 아이들은 맞다, 맞다 박수를 칩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지금까지 저와 반 친구들의 그 모습은 제 마음에 항상 새겨져 있습니다. ‘그땐’ 박수치며 그러나 ‘지금은’ 두렵게!”

이 이야기를 설교시간에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집사님이 출장 갔을 때의 시험과 유혹을 “지금 여기에도 하나님은 계셔!”라는 신앙적 마음으로 이겨 나가셨다는 간증을 듣고 은혜를 받았습니다. 하나님은 교회나 기도원에만 계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하나님의 임재는 “언제 어디서든지”입니다. 믿는 신자들은 늘 “코람데오”(하나님 앞에서) 살아야 합니다. 신자들은 교회 신앙, 기도원 신앙, 성도들의 공동체 신앙만이 아니라, 세상 안에서 생활신앙을 통하여 살아계신 하나님을 선포하며,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고, 오늘도 사역하시는 성령의 역사를 통하여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영광 돌려야 합니다(마5:16). 하나님은 모든 것을 감찰하십니다. 우리 피조물들은 해 아래 감출 래야 감출 수가 없습니다.

나의 행위가 악함으로 어두운 곳으로 숨어버리고 시치미 떼는 것이 아니라 “악을 행하는 자마다 빛을 미워하여 빛으로 오지 아니하나니 이는 그 행위가 드러날까 함이요”(요3:20). 이제 우리는 빛되신 예수님 앞에 나와 변화된 인생을 살아가야 합니다. “진리를 따르는 자는 빛으로 오나니 이는 그 행위가 하나님 안에서 행한 것임을 나타내려 함이라 하시니라”(요3:21).

사순절은 하나님 앞에서 나의 죄를 찾아내는 절기입니다. 죄를 끄집어내는 절기입니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죄 때문에 마음 쥐어짜는 절기입니다. 그리고 죄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길인 십자가 앞에 그 죄를 내어놓고 예수 십자가 피로 깨끗이 씻겨지는 죄사하심의 은총을 체험하는 절기입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피가 마음과 가정과 교회와 세상 안에 영원히 메마르지 않아야 합니다. 항상 흘러야 합니다. 그래서 그 피가 닿은 곳곳마다 치유와 소생과 구원과 생명의 역사가 나타나야 합니다. 사순절기를 예수 십자가 묵상과 영성으로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주님께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돌립니다. 하나님은 어디에나 계십니다.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