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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소통하라(2)

최동진 목사 (샌디에고 반석장로교회)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행위는 날로 무자비하고 폭력적임은 물론 반문화적임을 보여주는 영상이 26일 잇따라 공개돼 세계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영상 속 인물들은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대원들로서 그들이 점령한 이라크 북부 모술 지방의 고대 유적지들을 잔인하게 파괴하는 모습이다. 약 5분 길이의 이 영상에는 IS대원 남성 2-5명이 박물관으로 추정되는 건물 안에 전시된 대형 조각상들을 망치로 쳐부수거나 전기 드릴로 파헤치는 장면도 있다. 이들이 훼손한 유물은 기원전 9세기 앗시리아 시대의 조각에서부터 오스만제국시대 발명품들, 이라크에서 최초의 인쇄소에서 찍어낸 시리아어 서적 등이 포함되어있다고 한다. 모술의 한 도서관에 소장된 희귀 서적과 고문서 8,000여 점을 소각했고 박물관 유적뿐만 아니라 무술 중부에 위치한 쿠드르 사원도 폭발시켰다. 이라크 내 IS대원들이 점령한 곳에는 아브라함의 고향인 갈대아 우르를 중심으로 발흥한 수메르 문명, 이후의 바벨론 문명과 역사를 이해하는 데 가장 기초가 되는 문화유적지가 무려 1,800여 곳이나 된다고 한다.

영상에 등장하는 한 IS 대원은 “무슬림들이여, 내 뒤에 있는 유물들은 신을 섬기는 대신 우상을 숭배해왔던 고대 사람들의 흔적이다”라며 “예언자 무하마드는 과거 그의 거룩한 손으로 이러한 우상숭배물을 제거해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무하마드가 이러한 얘기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더라도, 인류문명의 흔적과 발자취인 문화유산들을 파괴하는 일은 인류문화와 역사 자체를 말살하는 자학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인간의 문화유산은 인류문명의 존재론적 발자취이기에 이를 파괴하는 것은 문화적 자살행위와 다름이 아니다. 하나님께서도 인류문명의 발전에 근거하여 점진적 계시의 형태로 언약을 발전시켜왔음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인류문명을 파괴하는 행위는 하나님의 구속사에 대한 몰이해이며 오히려 문화를 관통하는 점진적 소통의 원리가 구속사의 본질임을 그리스도의 성육신 사건을 통해서 여실히 증거된다. 그러므로 교차 문화에 따른 역사적, 문화적 소통이 바르게 이루어지지 못할 때에 복음 커뮤니케이션의 결렬현상이 일어남을 알게 된다. 나아가 타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없이 복음적 접촉점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바울은 예수님의 성육신처럼, 복음 소통을 위해 자신이 유대인이 되고, 헬라인이 되고, 이방인이 되고, 로마인이 되지 않았던가!(고전9:19-23 참고)

인간의 어떤 행동(behavior)은 단순하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표피적 행동에는 ‘무엇이 좋은가? 혹은 최선인가’라는 가치들(values)이 내재하고 있으며, 이러한 가치관 속에는 ‘무엇이 참된 것인가?’라는 신념(belief)이 자리잡고 있고, 그러한 신념의 밑바탕에는 ‘무엇이 실재인가?’라는 세계관(the view of world)이 자리하고 있다. 교차 문화적 유산들을 잘 연구하고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은 한 사람이나 그 집단의 세계관에 따른 실제적인 가치와 신념체계 등이 직조된 면직물처럼 융합해 짜여져 있음을 이해함이며, 동시에 보다 효과적인 복음 소통의 접촉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익한 근거와 기초가 되는 것이다.

필자가 몇 년 전 중국 북경 시내에 자리한 천단(天壇)이란 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천단은 명나라 영락제(永樂帝) 재위 18년인 1420년에 정원을 둘러싼 담과 함께 ‘하늘의 신께 제사를 드리는 단’(天壇)이란 이름으로 지어졌다. 그곳에는 제사장이 옷을 갈아입는 곳이 있었으며, 짐승들을 잡아 태우는 번제단이 있었고, 제사의 마지막은 포도주를 부어 필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는데, 이것은 전제의 모습과 아주 흡사하였다. 구약시대의 제사제도가 중동에서 극동으로 오랜 세월 흘러들어오면서 중국의 역사 전통에 희미한 그림자처럼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처럼 인류문명에는 기독교적 유산들이 알알이 보석처럼 밝혀 있기에 복음 소통의 중요한 요소들로 활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그러므로 진정한 기독교는 문화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존중하며 복음으로 소통하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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