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하는교회 담임)
매년 12월 첫째 주 목요일은 축제의 날이다. 세계한인기독언론협회(World Korean Christian Media Association)에서 주최하는 신앙도서독후감 공모전 시상식이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감정 노출이 너무 심하다고 핀잔을 줄지 모른다. 그러나 신앙도서독후감 공모는 한국을 제외한 모든 지역, 나라에서 응모되는 세계적인 공모전이다. 이번 회에도 영국, 캘리포니아, 뉴욕, 위스콘신, 버지니아, 키르키즈스탄 등 여러 곳에서 작품을 보내왔다. 그뿐만이 아니라 응모한 사람들의 분포도 다양성이 형성되었다. 목회자, 사모, 직분자, 평신도, 등단작가, 교수, 선교사, 그 법위가 확장되고 있다.
신앙도서 독후감 공모가 올해로 10회째다. 기간도 기간이지만 꾸준히 지속된 것이 기적이다. 종이책이 사라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2023년 국민 독서실태’를 보면 종합독서율이 43.0%, 종합독서량은 3.9권으로 나타났다. 2021년과 비교해도 4.5%, 0.6권이 줄어 들었다. 10명 중 6명은 일 년 동안 책을 1권도 읽지 않는다. 읽지 않는 것이 전제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10년의 세월을 이어온 것 자체만으로도 축하할 일이며 권위를 인정할 만하다.
책을 읽음으로 해서 얻는 유익이 상당하다. 세상, 인간, 자신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조급한 정서를 다스리는 기술이 생긴다. 삐뚤어졌거나 기울어진 태도, 관념, 사상이 치유되거나 객관적 시각이 형성된다. 인생관, 신앙관, 세계관에 변화가 일어난다. 시각의 다양성이 폭 넓게 작용한다. 당연히 지식의 습득이 쌓인다.
세월이 흐르면서 역사성을 갖추는 것은 논리적 개념이다. 독후감 공모가 10년의 세월을 이어가는 동안 단순 책 읽기 공모가 아니라 기독교 작가 등용문이 될 정도로 권위와 작품의 질이 높아졌다. 특별히 지난해 수상자 임지영은 올해 에피포도 예술과 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임지영은 앞으로가 더욱 주목받을 작가이다. 시 뿐만 아니라 수필을 다루는 감수성도 번뜩인다.
하나를 품으면/작은 점이 생긴다//하나를 말하면/그 점이 선이 된다//욕망과 절망의 물줄기/당신과 나 사이 생겨난 선(線)//저마다의 목소리로/당신과 나 사이 확고한 거리//침묵이 답은 아니다//다만,/그리움 깊어지면//수많은 물줄기/바다에 안긴다 • 경계(境界) 전문
단어, 단어 사이 절제된 정서로 가득 메우고 모든 시각이 멈추는 곳에 경계선으로 잇는 갈등의 뚝이 무너지던 날, 모든 것을 끌어안는 바다는 마치 하나님의 마음일 것이다.
필자는 1회부터 심사위원장 자격으로 독후감을 심사하고 있으니 애정이 깊고 넓다. 늘 그랬듯 이번회도 가슴 뛰며 글자 하나하나에 눈길이 스몄다. 유독 눈에 띄는 응모자가 있었다. 우수상을 수상한 신나리(얼바인 주교회 CA)이다. 신나리가 읽고 응모한 도서는 ‘마음을 따르지 않을 용기(사디어스 윌림암스, 두란노)'였다. 글을 이어가는 능력과 문장의 치밀함, 적용까지 독후감의 정석을 담아냈다. 게다가 작가가 갖추어야 될 필력과 구성, 상상력의 이미지가 수준 이상이었다. 미리 앞선 신나리 작가의 이름을 기억해도 좋을 것이다.
“삶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 넘을 수 없는 나의 한계를 만나 깨어지는 경험들은 나의 마음을 따르지 않고 하나님의 마음으로 사는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것 같다”(신나리 독후감 중에서).
하나님 마음으로 사는 법을 알게 하는 구원이 선광처럼 번뜩였다. 예수 그리스도가 지구를 방문한 이유가 풍성해졌다. ‘깨어지는 경험들’은 약한 것들이다. 약할 때 채워지는 강함이 은혜이다. 그 은혜는 포기하지 않을 능력이다. 뒤돌아보는 순간 1년의 마지막 정점을 지나고 있다. 하나님 마음으로 다시 살아야 될 계절이 코 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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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