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장로교회)
여름철 매미소리가 주는 향수(鄕愁, nostalgia)가 있다. 오래된 찬송가에서 그 매미소리가 주는 고향에의 향수가 느껴지곤 한다. 지난 주 ‘Navaho 인디언 Nation’에 가서 봉사를 하면서 그들의 언어로 부르는 찬송가를 배웠다. “토 하 리히 아호 카고 바호 수고 다호탈~” 28장 찬송가 ‘복의 근원 강림하사’였다.
더듬더듬 읽어나가는데 왜 갑자기 눈물이 나왔는지... 여름성경학교, 수양회, 작은 교회 앞마당들이 추억의 기차가 되어 지나가는 것 같은 뭉클한 감동 때문이었을까. 미국에 와서 살지만 여기서도 매미소리를 들은 지는 오래된 것 같았는데, 마침 30년 친구인 윤 모 장로의 글이 SNS에 올라왔다. 생물학 분야를 전공한 그가 시카고지역을 여행 중에 만난 매미소리에 대해 쓴 글이었다. 일부분을 인용한다.
“숙소 인근 호숫가에는 야생거위들이 수없이 날아다니는 매미를 잡아먹느라 시끄럽게 돌아다녔다. 이 매미들은 ‘주기(週期) 매미’라고 불리는데, 올해는 특별히 13년 주기 매미와 17년 주기 매미가 함께 출현해 최대 1조 마리의 매미가 110 데시빌이나 되는 엄청난 소음을 동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1803년 이후 221년 만에 찾아온 현상이라고 한다.
13년 주기, 17년 주기라는 말은 이들이 애벌레로 13년, 17년을 지나다가 성충이 되어 짝짓기를 통해 매미가 되어 2-3주일을 살고 죽는다는 의미이다. 불과 2-3주의 ‘천국’을 누리고 사라지지만 그 족속들에게는 매우 소중한 생식과 왕성한 개체 수 증폭의 임무를 마치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자기들만의 생명원리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매미의 삶에 대해 문외한이지만, 이 설명을 읽으며 단순히 옛 찬송가로부터 오는 잔잔한 감동과는 또 다른 ‘부흥에의 소망’이 솟아오르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부흥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부흥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라는 주제가 교회의 이슈가 되었지만, 기독교 역사에서 부흥은 전적으로 하나님으로부터였음을 다시 확인하면서 언제, 어디서든지 기독교신앙의 핵심은 ‘순종의 삶’에 있음을 깨닫는다.
구호를 외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세밀한 플랜을 세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교인들을 닦달해서 되는 일도 아니다. 멸종되듯, 사라져가는 한인 이민교회의 다음 세대는 부흥할 수 있는가? 통계와 분석과 현실 모두 대답은 부정적이다. 나아가 절망적이다. 그러면, 손 놓고 이렇게 있어야 하나.
낯선 나바호 인디언찬송가 가사를 되뇌는 우리의 입술에서, 문득 전해진 시카고의 매미 이야기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그렇다면 노인만 남아있는 교회에서도 희망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젊은이들의 리듬과 화음을 못 따라가는 노인(老人)의 박자일지라도 그들의 입에 남아 흥얼거리는 옛 찬송가의 운율과 느린 리듬이 불러오는 향수 속에 희망이 숨어있지 않겠는가? 13년, 17년 동안 애벌레로 죽은 듯이 생명을 이어온 매미가 짧은 2주간의 하늘여행을 하며 맴맴 거리는 소리 속에서 짧은 삶에 대한 슬픔이 아니라 생명전수와 종족보존의 사명이 외쳐지듯.
우리에게 남아있는 영원한 노스탤지어, 영적 향수가 묻어있는 옛 찬송가를 부르는 여름을 맞이하면, 아직 애벌레처럼 미동도 하지 않는 것 같은 신앙일지라도 껍질을 깨고 나오는 매미의 날을 기대하듯 오늘에 순종하고 산다면. 언젠가 ‘하나님의 부흥’이 내 가슴 안에서, 우리 교회 안에서, 이 시대 안에서 이루어져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을 기대하는 계절이다. djlee7777@gmail.com
06.15.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