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장로교회)
한국프로야구에 본격적으로 로봇심판이 등장했다. 타자들의 짧게 끊어 친 타구가 화살처럼 날아가는 모습이나 홈런타자의 거대한 포물선 홈런도 그렇지만 야구의 특별한 묘미 중 하나는 주심(主審)의 오른손이다. 멋진 제스쳐와 함께 외치는 ‘스트라~익’소리의 맛은 야구경기에서만 볼 수 있는 통쾌함이다.
야구 규정은 스트라이크 존(strike zone)을 ‘선수의 유니폼 어깨 윗부분부터 바지 맨 윗부분인 허리벨트라인까지의 중간 수평선을 상한선으로 하고, 무릎의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하는 홈베이스의 가상의 입체공간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렇게 정해놓은 공간을 심판은 눈(肉眼)으로 한다. 즉, 가상공간에 들어오는 공의 위치에 대해 오른손을 들어 스트라이크를 외치는 심판은 그 경기의 절대 주권자이다. 물론 최근에 비디오판독 시스템을 도입하긴 했지만, 그래도 한번 선언된 심판의 판정은 웬만해선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그 절대적인 심판보다 더 높은 권세가 등장했다. 바로 한국 프로야구 1부 리그에서 전격 도입해 시행하기 시작한 로봇심판이다.
정식 명칭은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이라고 하지만 알기 쉽게 로봇심판이라고 부르는 이 시스템을 1부 리그에서 도입한건 한국이 처음이라고 한다. 아무튼 이제 한국 야구 1부 리그의 스트라잌 선언자는 심판이 아니라 로봇이 차지하게 되었다. 아직, 이에 대한 반응은 찬반으로 나누어져있다. 환영하기도 하고 거부감을 표출하기도 한다.
사실 로봇심판에게 판단을 맡겨야하는 처지가 된 야구선수들과 심판의 반응을 보면 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로봇심판인 ABS의 등장이 아직은 당황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정확’이라는 점에서는 인정하겠지만, 경기를 리드해가는 포수의 위치와 지략, 글로브를 낀 손의 방향, 경험과 경력 등으로 자부심을 갖고 선언하던 심판 들이 만들어내던 ‘야구 속 인간미(?)’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사람의 시력보다 더 정확할 수밖에 없는 카메라가 공의 궤적을 추적해 판정을 내린 뒤 선언권이 있는 ‘인간심판’에게 전달하는 이 시스템은 사실, 우리 생활과 생각 속에 깊이 들어와 있는 인공지능(AI)의 위력(?)을 새삼 실감케 한다.
이러한 삶 속의 또 하나의 변화, 야구계의 소식에 교회는 어떤 반응을 가져야하는가? ABS의 도입으로 야구경기가 더 재미있어질지 너무 삭막해질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심판의 당당한 스트라이크 소리 더 이상 야구경기에서 들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삼손처럼 이미 힘을 빼앗긴 심판의 선언! 야구는 과학이 아니라 스포츠이다. 몸을 단련하고, 감정을 발산하고, 늦은밤 경기를 마치고 도취한 승리감과 패배한 아픔을 밤 사이에 씻어내고 새 아침을 또 맞이하는 스포츠인데 로봇심판으로 인해 과학적으로 더욱 정확해지겠지만 설명할 수 없는 관중의 마음 한 구석은 슬프다.
더 정확하게, 더 완전하고, 더 강하게 만들어가려하는 세상에 하나님은 여전히 가장 약한 모습으로 인간을 탄생시키신다. 태어나자마자 걷고 달리는 동물과 달리 돌이 되어야 겨우 걸음마를 시작하는 연약함으로 태어나는 인간.
이것이 하나님의 은혜이다. 가정의 달, 어린이의 약함과, 새로 이룬 신혼가정의 부조함과, 나이 들어도 여전히 모자란 인성을 가진 인간이기에 오히려 감사하다. 로봇처럼 정확하지 못하고 심판처럼 때로 실수할지라도 하나님을 찾고 부르며 그 형상을 닮아가려 애쓰는 존재임을 감사하는 믿음의 가정들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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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