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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는 쪽으로 핸들을 돌려라!”

민경엽 목사

나침반교회, 풀러 Th. M

나는 자전거를 초등학교 6학년 때 배웠다.  어린 시절에 자전거타기를 배우는 것은 인생을 새로운 차원에서 경험하는 일이었다.  처음 얼마 동안은 넘어지는 것을 겁나 했지만 나중엔 얼마나 재미있어 했는지 모른다.  자전거타기를 배우면서 세 가지 교훈을 얻었다.  첫째는, 자전거는 넘어지면서 배운다는 것이다.  넘어지지 않으려는 것은 당연하지만 넘어질 수도 있고, 넘어져 봐야 자전거타기가 얼마나 스릴이 있는지를 알게 된다.  물론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지면 다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자동차 사고가 날 수도 있지만 자동차 운전을 배우는 것과도 같다.  자전거를 배우다가 넘어지기도 하지만 자전거를 배우면 삶의 새로운 지평이 열린다.  걷거나 뛸 뿐이었던 내게 자전거를 타고 싱그러운 바람을 갈랐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둘째는, 자전거는 넘어지는 쪽으로 핸들을 틀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넘어지는 상황이 되면 반사적으로 반대쪽으로 몸을 틀게 되어 있다.  누구나 자동차 사고가 날 때도 운전대를 반대쪽으로 튼다고 한다.  그런데 자전거는 반대쪽으로 틀려고 하면 진짜로 넘어진다.  하지만 넘어지는 쪽으로 핸들을 틀면 넘어질 것 같은데 안 넘어진다.  이게 참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자전거타기를 가르쳐준 이의 말을 믿고 넘어지는 쪽으로 핸들을 돌리니 실제로 넘어지려던 자전거가 일어서게 되고 가려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셋째는,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멈추면 넘어진다는 사실이다.  자전거가 서 있으려면 끊임없이 달려야 한다.  그래서 페달을 자꾸 밟아야 자전거가 계속 서 있다.  

자전거타기는 인생과도 유사하고, 신앙생활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  인생도, 신앙생활도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시험에 들기도 하면서 배운다.  내 경우 젊었을 때 큰 곤경에 빠져보았기에 그 다음에 오는 어려움들은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목회하면서 정말 사방이 꽉 막힌 경험을 하면서 비로소 내가 진짜 목사가 되어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도 낙심하거나 좌절, 포기하는 것은 금물이다.  또한 찾아오는 문제를 피하려 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살면서 터득하게 되는 것은 정공법으로 문제를 직면하면 생각보다 문제가 크지 않다는 것과 어렵지 않게 풀린다는 사실이었다.  까짓것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 라는 배짱도 좋다.  하나님이 계시는데 뭐가 무섭나?  이렇게 하나님을 의지하면서 두 눈을 부릅뜨고 문제를 직시할 때 한 길로 왔던 문제가 일곱 길로 도망가는 일도 경험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인생도, 신앙생활도 제대로 감당하기 위해서는 쉬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도 바울도 늘 전진했다.  이미 얻었다거나 온전히 이루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날마다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갔다.  뒤엣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푯대를 향하여 주님이 부르시는 날까지 달음박질하였다.  

요즘 히브리서를 통해 1세기의 유대인 성도들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살펴보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인생의 대전환을 이룬 이들이었다.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현존을 깨달으며 고난의 큰 싸움들도 견뎌냈다.  그런데 고난은 끝없이 이어지게 되어 지쳐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하였다.  그냥 유대교를 믿을 때는 핍박이나 환난이 없었다.  그래서 자신이 길을 잘 못 든 것은 아닌가를 회의하였다.  사람이 시험이 들 때면 모든 게 힘들게 느껴진다.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짐도 느낀다.  그래서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똬리를 튼다.  그래서 히브리서 기자는 그들이 결코 잘못된 길에 들어선 것이 아니라며 그들을 격려하며 도전하였다.  “그러므로 너희 담대함을 버리지 말라 이것이 큰 상을 얻게 하느니라”(10:35).  결코 인생을 포기하지 말라.  또한 결코 신앙생활, 교회생활도 포기하지 말라.  무엇보다 목회의 길이 힘들고 고달파도 도망가지 말라.  아주 목회가 힘들었던 어느 날, 젊을 때 애송했던 “부름 받아 나선 이 몸”이란 찬송가에서 “아골 골짝 빈들에도 복음 들고 가오리다.” 했던 나를 돌아보며, 원래 목회가 이렇게 힘든 게 정상이라고 나 스스로를 다독이며 문제를 정공법으로 직시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자전거타기처럼 계속 페달을 밟으며 넘어지는 쪽으로 핸들을 돌리면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날이 반드시 찾아온다.

minkyungyob@gmail.com

09.30.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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