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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에서 ‘K-pol’로

최해근 목사

몽고메리교회 담임목사

지난 8월 1일부터 12일까지 전북 새만금에서 세계스카우트 연맹에서 매 4년마다 개최하는 청소년 야영캠프인 제25회 세계 잼버리대회가 ‘Draw Your Dream“(너의 꿈을 펼쳐라!) 라는 주제로 있었습니다. ‘잼버리’라는 말은 북미 인디언의 말로 ‘유쾌한 잔치’ 혹은 ‘즐거운 놀이’라는 뜻으로 캠프를 치고 야영을 하며 전 지구촌에서 모인 청소년들이 국경을 넘어 교제하는 행사입니다.

1991년 강원도 고성에서 제17회 잼버리대회를 개최한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잼버리대회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형편없이 추락하였습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스카우트 멤버들이 대략 4만 3천명에다 자원봉사자들이 8천여 명, 전체 5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함께 숙식하며 행사를 이어가는 큰 행사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다른 행사들, 예컨대 월드컵 축구와 같은 것은 경기 장소와 숙식 장소가 다르지만 잼버리 행사는 숙식하는 장소에서 많은 행사가 진행된다는 점이 차이가 납니다.

이 행사의 참가비는 국적과 관계없이 일 인당 한화로 103만원이지만 한국까지 오는 비행기 표는 개인이 구매해야 합니다. 영국은 1인당 586만원(3,495파운드), 미국은 1인당 793만원(6,100불), 호주는 1인당 500만원(5,800불)이라는 거금을 내고 참여했다는 사실은 이 행사 참여를 위해 상당한 재정적인 지출이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한국은 2017년 개최지로 선정된 후에 바다를 막아 육지로 조성한 새만금을 야영지로 정하고 지난 6년 가까이 준비해 왔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너무 엉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여러 번 지적되었던 문제들이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예컨대 바다를 막아 육지로 조성했기 때문에 나무 그늘이 거의 없는 곳이라 여름의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그늘이 없다는 약점입니다. 2022년 10월 25일 국정감사장에서 야당 국회의원이 여성가족부장관에게 아주 분명하게 ‘폭염과 폭우, 감염 그리고 해충 방역’에 대해 진지하게 지적하고 부탁했지만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었습니다. 국가 예산 1,100억을 소모하는 행사였지만 화장실이 역겨워 사용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누구의 잘못인가? 지금 집권하고 있는 여당은 이전 정부에서 제대로 추진하지 않아서 문제가 일어났다고 말하고 야당은 정권이 바뀐 지가 벌써 1년이 지났을 뿐만 아니라 1,100억의 예산 중 617억이 2023년에 집행된 사실에 근거하여 현 정권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서로에게 손가락을 보내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행사를 준비하다 보면 짧은 기간 안에 완성되는 부분도 있고 어떤 것은 더 긴 시간을 요하는 것도 있습니다. 지금 정부가 출범한 지 정확히 15개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넉넉잡아 2년 이상의 기간을 요구하는 준비작업은 이전 정부에게 더 큰 책임이 있을 것이고, 준비 기간 1년 미만을 요구하는 영역은 현 정부에게 더 큰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국제적인 망신을 초래한 화장실이나 샤워실 그리고 더위를 피할 공간과 같은 부분은 공사 시작부터 계획되어 야영장이 개장되는 그 날까지 유지하고 점검하고 확인해야 하는 핵심영역이라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책임의 소재는 이전정부 및 현 정부 모두에게 있습니다. 사실 이런 큰 국가적 행사는 이전 정부와 현 정부가 함께 손을 잡고 추진해야 하고 실패하면 함께 짐을 지는 것이 옳습니다.

이렇게 서로에게 손가락질하며 실패의 책임을 떠맡길 때 다행히도 K-pop이 등장하여 조금이나마 손실을 줄이고 참가자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들이 들리기도 합니다. 정치인 수를 줄이고 K-pop을 늘려야 지금보다 더 나은 수준의 국가로 나갈 수 있다(?). K-pop이 한 곡을 완성하기 위해 쏟아붓는 땀과 노력만큼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활동무대에서 똑같은 양의 땀과 노력을 뿌린다면 대한민국 정치 또한 K-pol(politician)이 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K-pop과 더불어 K-pol이 지구촌에서 사랑받고 존경받는 대한민국을 기대하며…….

hankschoi@gmail.com

 

08.19.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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