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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부모는 최후의 보루다!

민경엽 목사

나침반교회, 풀러 Th. M

1889년에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두 아이가 태어났다. 한 아이는 오스트리아에서 불법으로 체류하는 부모에게서 출생했다. 아버지는 성격이 괴팍하였고 부부는 늘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어머니는 사교생활을 즐기는 사람이라서 가정을 싫어했다. 아이의 아버지가 일찍 죽자 어머니는 아이를 알콜 중독자인 숙모에게 맡기고 도망가 버렸다. 아이는 16세 때 학교를 중퇴하고 가출하였으며 험악한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그는 일찍 군대에 갔다. 그의 거친 성격이 군대에서 잘 통해서 승승장구하며 출세의 길을 걸어갔다. 그는 전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은 전쟁광이요 6백만이나 되는 엄청난 수의 유대인을 죽인 살인마 아돌프 히틀러였다. 바로 그해에 태어난 또 한 아이는 미국의 텍사스 주에서 나서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으며 교회의 주일학교를 잘 다니면서 성장했다. 아이는 어릴 때 온 가족이 캔사스 주로 이사를 하였는데 그의 부모가 이사를 한 것은 농촌 생활이 아이의 신앙을 위해 유익하다는 딱 한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그 가정의 가훈은 하나님을 경외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세계 평화에 관심을 갖고 자신이 사는 동안 세계 평화를 위해 쓰임 받기를 매일 기도하였다. 그는 1차 대전 중 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군인 장교가 되었다. 그는 미국의 34대 대통령이었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였다.

이 두 사람은 1944년 6월 6일 프랑스 북부의 해안인 노르망디에서 마주쳤다. 이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연합군이 이기면 세계에 평화가 오게 되어 있었고, 독일군이 이기면 온 세상이 살인마 히틀러의 마수에 들어갈 상황이었다. 이때 아이젠하워는 기도하는 가운데 전쟁에서 이겼고, 세계 평화의 길을 열었으며, 덕분에 한국도 해방의 축복을 누릴 수 있었다. 히틀러는 1945년 4월 30일 그가 숨어서 지내던 방공지하실 안에서 연인과 함께 자살하였고, 아이젠하워는 평화의 사도로 인정을 받아 두 번이나 대통령에 선출되어 미국을 통치하였고, 80세에 아주 편안하게 생애를 마쳤다. 그는 세상을 떠나면서 이렇게 기도하였다. “하나님 아버지, 어린 시절 하나님께 기도한 대로 나를 세계 평화를 위해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나는 나의 일을 마치고 아버지의 나라로 갑니다!” 같은 해에 태어났지만 두 사람이 이렇게도 다른 길을 걸어갔던 이유는 부모의 차이였다고 할 수 있다. 둘의 부모는 모두 평범했지만 한 부모는 악마를, 한 부모는 세계에 평화를 가져온 천사를 만들어냈다.

좋은 부모가 되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나 자신도 딸들이 어릴 때 좋은 부모라고 은근히 생각하였으나 그 자부심은 일찌감치 깨졌다. 언젠가 딸 중 하나에게 “무슨 목사가 그 모양이야?”라는 말을 듣기까지 하였다. 하도 오래전 일이라 어떤 상황 속에서 딸이 그런 말을 했는지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나는 딸의 그 말에 너무나 부끄럽고 내 자신이 한심스러워 할 말을 잃었다. 남들에게, 심지어 아내에게도 그런 사실조차 한동안 이야기를 내놓지 못했다. 그리고 몇날 며칠을 속앓이를 한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딸들이 크게 속 썩이지 않고 신앙생활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다. 교회의 직분자들의 자녀들 중에 신앙을 떠나고 교회를 등진 아이들이 제법 된다. 대개 내가 시무하는 교회를 다니던 아이들이다. 그런데 이런저런 사정과 이유로 교회를 떠났다. 이제는 머리가 커서 부모가 이래라 저래라 할 처지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이 잘 믿어주기를 바라지만 거의 포기상태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자녀들에게 있어서 부모는 최후의 보루다. 훌륭한 부모는 못 될지라도 자녀들이 신앙생활을 회복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고, 권면해 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부모의 몫이다. 4세기 교부였던 암브로시우스가 방황하는 아들 어거스틴의 어머니 모니카에게 눈물로 기도하는 자식은 망하지 않는다고 격려한 말이 생각난다. 자녀들이 부모가 살아 있을 때 신앙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부모가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준 자녀들은 부모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어도 돌아올 수 있다. 기다려주는 부모가 없는 자녀들은 그 자체로 불쌍하다. 자녀들을 위해 애쓰고 기도하고 기다려주는 부모들이 있기에 세상은 여전히 살만하다.

minkyungyob@gmail.com

08.05.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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