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메리교회 담임목사
지난 2월 6일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지진으로 현재까지 보고된 사망자 숫자가 50,000명 이상에 이르지만 추가 사망자가 계속 나올 것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이번 지진의 원인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동부를 구성하고 있는 ‘아라비아판’과 서부를 구성하고 있는 ‘아나톨리아판’이 서로 충돌하는 과정 중에 동쪽의 아라비아판이 북쪽으로 밀려 올라가면서 땅이 갈라지는 단층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합니다. 이 지진의 여파로 평범한 올리브 농장 가운데로 땅이 갈라지면서 폭 300미터, 깊이 4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단층계곡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땅이 두 쪽으로 찢어지고 갈라져 외부로 드러난 길이만 해도 무려 470킬로미터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이 거대한 자연현상 앞에서 인간이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이나 방법은 지극히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그 효과도 미미합니다. 비록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가 된 건물이라고 하더라도 땅이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종이장처럼 두 쪽으로 갈라져 버릴 경우에는 어떤 건물도 견딜 수가 없습니다.
이런 엄청난 자연재해로 인해 인명 및 재산피해를 당하고 고통 속에 있는 백성들을 향해 일부 몰지각한 신앙인들이 이번 지진참사의 원인이 ‘귀신과 우상이 모여있는 곳’이기 때문에 일어났다는 식으로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자기들 딴엔 정확하게 영적인 분석을 하였다고 생각할진 모르지만, 자신들이 한 그 행동과 표현이 얼마나 큰 교만에 해당되는지 놓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실로암에서 망대가 무너져 압사당한 사람들을 향해 ‘그들이 하나님 앞에서 죄를 지은 결과 심판을 받았다’라는 식으로 피해자들을 사람들이 영적으로 비난할 때에 그런 자세가 옳지 않음을 분명하게 지적해 주셨습니다. 이런 시기에 우리가 가질 자세는 겸손과 긍휼과 도움의 모습입니다.
목회현장에서 발견되는 안타까운 내용 중의 하나는 가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당한 교우들이 동료 신앙인들이 던진 믿음을 가장한 언어적인 폭력에 의해 아파하는 모습입니다. 면전에서 드러내 놓고 ‘회개와 반성’이라는 단어를 언급하거나 혹은 은근슬쩍 ‘그런 일을 당하지 않은 자신의 상황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는 식의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상대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경우들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감사하는 것 그 자체가 무슨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감사함을 통해 자신의 우월함을 드러내고 반대로 상대의 아픔에 더 큰 짐을 지우는 경우가 된다면 좀 더 진중하고 지혜로운 감사의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고통과 죽음과 아픔이 없는 그런 천국에 계시기 때문에 고맙고 감사하는 삶을 넘어 고통과 상처와 눈물과 죽음이 산재한 이 지구촌에 오셔서 온몸으로 고난의 한 가운데를 통과하며 그 길을 걸으신 주 예수님의 행보가 고통과 아픔의 계곡을 지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말할 수 없는 힘과 위로가 됨을 확인하게 됩니다.
지진으로 땅이 찢어져 신음하고 있는 그 땅의 백성들을 보며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마음까지 찢기보다 오히려 찢어진 그들의 마음을 보듬고 치유하는 신앙인들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예수님의 걸음을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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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1.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