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메리교회 담임목사
지난 10월 29일 토요일 저녁, 한국 이태원가에서 할로윈 데이를 맞아 그곳을 찾은 수많은 인파들로 인해 156명의 생명이 압사 혹은 질식사를 당하는 아픔을 맞았습니다.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이 사고를 대하는 국민들의 관점이 양분화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여권에서는 피할 수 없었던 사고로 설명하려고 애쓰는 반면 야권에서는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그래서 재난으로 보는 경향이 많습니다. 2014년 4월에 있었던 세월호 사고가 국민들에게 끼친 영향으로 인해 정치권은 신중하게 접근하면서도 각 당에 유리한 방면으로 이 사건을 해석 및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좀 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에 근거하여 이 아픈 사건을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인지 미래 지향적인 방향에서 풀어가는 것이 가장 지혜로울 것입니다. 과학적인 접근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당일 버스 및 지하철을 이용하여 이태원역 근처에서 내린 사람들의 숫자를 파악하고 이태원 거리가 안전하게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분석하여 사람들의 모임을 진행시킬 것인지 아니면 일정 숫자에서 중단시킬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사고 당일 오후 5시~10시까지 지하철을 이용하여 이태원역에 내린 사람들의 숫자는 60,327명이었으며 여기에다 일반 버스나 개인 승용차를 이용한 사람들의 숫자까지 더하면 사고가 난 골목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지 짐작 가능합니다. 참사가 난 골목의 면적은 5,106평방미터(5만5천평방피트)로 지하철을 이용한 승객들만 기준으로 하더라도 한 사람에게 1평방피트도 되지 못하는 공간이 주어집니다. 거기다가 버스를 이용한 사람들의 숫자까지 합치면 아마도 1인당 0.5평방 피트도 채 되지 못한 공간이 주어집니다. 결국 참사 골목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의 대략 70-80배 정도 더 많은 사람들이 밀집된 상태로 사고 현장에 몰려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의 사고는 거의 불을 보듯 뻔한 결과입니다.
당일 경찰들은 밀려드는 인파를 해산시키려고 시도를 했지만 지하철을 이용하여 계속해서 몰려드는 인파가 해산된 인원보다 몇 배나 더 많음으로써 감당이 불가능하였다고 말합니다. 유일한 효과적인 방법은 일정 인원 이상의 숫자가 모이지 못하도록 지하철 정차역을 제한하고 노선버스 운행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었습니다만 당일 그런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사고가 날 것이 너무도 뻔해 보이는 그런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인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고 그런 일을 제도적으로 감당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제정된 지침도 제대로 준수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사고도 충분히 피할 수 있었지만 그 일을 맡아 책임을 감당하는 사람들의 안일한 생각이 빚어낸 것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의 목회와 삶의 현장으로 돌아와 우리 자신들의 모습을 봅니다. ‘지금까지도 괜찮았으니 별 일 없을 것’이라 여기며 가볍게 지나가는 우리의 생각과 판단이 그 누군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아픔을 남길 수도 있지만 그 반대로 위험천만한 그들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음을 기억하며 더 진지하게 더 조심스럽게 내게 주어진 주님의 부름을 가슴에 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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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