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장로교회)
여왕(Queen)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는 막강하다. 더구나, ‘해가 지지않는 나라’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막강한 힘의 나라였던 영국에서 70년을 여왕의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은 여왕이 가진 존재감의 무게를 충분히 가늠하게 만든다. 전 세계에 수많은 식민지를 다스리며, 하루 24시간 지구 어딘가에서는 영국령(英國領)의 땅에 해가 비치고 있다던 시절이 지나가 버렸듯이 여왕의 70년이 조용히 저물었다. 이제 장례식을 거치며 여왕의 육체는 땅의 흙으로 돌아간다.
올림픽 경기에서 영국의 국기가 올라갈 때 들려오는 찬송가에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 찬송가가 영국국가 대신에 울려 퍼지는 거지? 답은 간단하다. 이 찬송의 멜로디가 영국국가이기 때문이다. 영국과 호주, 캐나다, 지브롤터 등 영국 연방국들에서도 사용되지만, 각자 자기들의 비공식 국가를 갖고 있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그리고 북아일랜드 등 영국을 구성한 4개국은, 공통행사에서는 네 나라 모두가 공식 지정된 국가인 ‘God Save the Queen’을 부르는데 이 멜로디가 바로 찬송가 ‘피난처 있으니’이다.
‘하나님이여 여왕 폐하를 지켜주소서, 여왕 폐하에게 승리와 복과 영광을 주소서’라고 노래하는 영국 국민들의 간구에도 불구하고, 여왕은 떠났다. 이제 이 땅에서 사라지고 그 명예의 자리에는 73살의 찰스 왕세자가 올랐다. 여왕의 자리가 찰스 왕세자의 자리로 바뀌면서 국가의 가사도 바뀌게 되었다. 이젠 Queen이 아니라 King을 지켜달라고 간구하는 노래가 되었다. 군주(君主)가 바뀌어도 군주를 보호할 분은 하나님(God Save the King)뿐임을 선포하는 영국국가의 가사가 이 나라의 신앙고백이다.
한편, 화폐와 동전, 우표 등에는 엘리자베스 2세의 얼굴 대신에 챨스 3세 왕의 얼굴로 바뀌고, 왕실 깃발인 Royal Standard(王旗)의 모양도 현재 4칸(사자 네 마리 모양)에 웨일즈를 상징하는 사자 한 마리가 더 들어가는 모양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입헌군주제(立憲君主制)를 시행하는 대표적 나라인 영국에서 왕은 실제적 권력은 거의 없지만, 그 자리가 가지는 상징 안에는 막강한 권위가 주어져 있다. 일제강점기가 마무리될 때 그 권위의 상징인 일본의 히로히토의 항복선언은 권력의 무너짐보다 더 강력한 파괴력을 보여주었다. 하물며 70년을 이어온 여왕폐하의 자리가 가지는 권위는 실로 대단했다. 여성으로, 90대 노인이었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가진 것은 바로 그 권위였다. 그 권위 안에는 권력도 능력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가장 파워풀한 것은 권위였다. 그 권위 앞에 모든 사람은 존경과 경외와 겸손을 보였던 것이다. 그 ‘권위’가 Queen의 서거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새로운 King의 권위가 세워지고 있다.
하나님은 만유의 주재(主宰)이시다. 천황이나 여왕 폐하의 권위를 다 합한다 해도 하나님의 권위에 비할 수 없다. 하나님의 권위에는 그 어떤 힘과도 비교할 수 없는 권력과 권세는 물론 창조성과 생명력과 영원함이 담겨져 있다. 우리는 그 권위를 믿고 따르는 것이다.
팬더믹을 지나면서 최근에 다시 사이비, 이단들이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다. 신천지는 더 적극적으로 영상활동 등을 통해 힘을 과시하고 있고, 돌나라(엘리야복음선교원) 교주인 박명호는 지난주 방영된 PD수첩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다시 드러났듯이 브라질에 대형 농장을 세우고 박명호 왕국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왕이 서거하고 왕세자가 즉위하면서 Queen이 King으로, 우표와 화폐의 모양이 바뀐다 해도 영국국가는 ‘하나님이여 왕을 보호하소서’라고 노래하고 있는데, 오늘날 많은 목회자나 교인들 중에 꼭 이단 사이비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누가 진정한 권위자이신지를 헷갈리는 영적 무지함이 드러나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오호, 통재라. ‘하나님이여, 이 시대 교회를 구원하소서’라고 가사를 바꾸어 노래하면 바른 교회들로 바뀔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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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