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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총기사고를 보며

최해근 목사

몽고메리교회 담임목사

지난 5월 24일(화) 텍사스주, 산안토니오에서 80마일 떨어진 인구 16,000명의 조그만 도시인 유밸디(Uvalde) 롭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여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이 생명을 잃었고 17명의 학생이 부상당했습니다. 범인은 18살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살바도르 라모스(Salvador Ramos)로 현장에서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했습니다. 희생된 아이들의 나이는 9살, 10살, 11살에 이르렀으며 교사들은 40대입니다. 사건은 불과 몇 분 만에 일어났지만, 이 사건이 남기게 될 후유증은 앞으로 수십 년에 이를 것입니다. 자녀를 잃어버린 부모들은 평생 아프고 쓰라린 마음으로 자신들의 남은 삶을 살아갈 것이며 생명은 건졌지만 심각한 부상의 후유증을 가지고 살게 될 또 다른 아이들의 삶에서도 이 사건은 지워질 수 없는 사건이 될 것입니다.

미국 학교에서 총기사고가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컬럼바인고등학교(1999-12명 사망), 샌디후크초등학교(2012-26명 사망), 플로리다의 더글라스고등학교(2018-17명 사망)에서의 사고 등 1966년 이후 학교에서의 총기 난사 사건은 무려 13건에 이르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획기적인 해결책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교 총기 난사 사고의 통계를 보면 범인들의 평균연령은 18세에 불과하며 가장 최근에 일어난 14건의 사고 중 12건에서 범인들은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이었든지 아니면 졸업생이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분노에 사로잡혀 총기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총기사고 근절을 위한 정말 효과적인 해결책 혹은 대비책은 없을까요? 보수진영에서는 ‘총기’가 문제의 근원이 아니라 ‘사람’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대답하면서 총기 규제에 대해 대체로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총기 소유를 헌법적인 권리로 인정하더라도 마치 운전면허증 소유가 일정한 나이를 요구하는 것처럼 총기 구매도 일정 나이를 넘기도록 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있었던 학교 총기사고 범인들의 평균연령이 18세였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총기 구매 나이를 높이든지 아니면 적어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제한하기만 해도 학교 총기 폭력은 현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보입니다.

자, 이런 시대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야 하는 부모님들에게 주는 실질적인 방안이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3가지를 언급합니다 - 도망하라! 숨어라! 안되면 싸워라! Run! Hide! Fight! 총든 범인 앞에 가만히 서 있는 것은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뛰거나 숨던지 이것도 저것도 안 되면 자기방어를 위해 싸우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이 충고를 듣고 있다 보면 은근슬쩍 화가 납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주어진 해결책이라면 충분히 받아 드릴 수 있지만 얼마든지 사고를 줄일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새싹들에게 어른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충고가 ‘도망하라! 숨어라! 안되면 싸워라!’라는 것이 너무 야비하고 무관심한 말로 들립니다. 마치 먹을 빵이 없어 굶주리는 사람에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라는 말과 너무도 닮았습니다.

오늘도 우리에게 맡겨진 어린 생명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눈동자보다 더 귀한 그 생명들을 잃어버리고 슬픔에 빠진 어머니와 아버지를 위로하며 아울러 부상자들의 빠른 회복을 위해 기도드리며 오늘도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말해야 하는 부끄러운 어른의 자리에서 그들 모두에게 진실한 용서를 구하며 … 샬롬.

hankschoi@gmail.com

06.11.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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