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싱톤중앙장로교회)
유대인들에게 전해져 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날 다윗왕이 보석 세공인을 불러 특별한 반지를 하나 만들어줄 것을 명령했습니다. “내가 승리했을 때는 기쁨에 취해 자만하지 않도록, 또한 절망에 빠져있을 때 용기를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어라.” 보석 세공인은 왕의 명령대로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왕의 명령을 만족시킬 만한 글귀를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다윗의 아들 솔로몬에게 찾아갑니다. 그에게 준 솔로몬의 지혜로운 대답이었습니다. 히브리어로 “감 째 야아보르.”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의미입니다. 이 한 마디는 승리에 도취되는 순간 교만한 마음이 가라앉히게 하고 절망 중에 있을 때는 용기를 주는 한 마디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랜터 윌슨 스미스(Lanta Wilson Smith) 시인은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라는 시를 지었습니다. 그 첫 구절입니다.
“거대한 슬픔이 거센 강물처럼 평화를 파괴하는 힘으로 그대의 삶으로 스며들 때 소중한 것들이 눈앞에서 영원히 사라져 갈 때 힘겨운 순간마다 그대의 마음에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습니다. “너의 진실한 노력이 명예와 영광 그리고 지상이 모든 귀한 것들을 네게 가져와 웃음을 선사할 때면 인생에서 가장 오래 지속될 일도, 가장 웅대한 일도 지상에서 잠깐 스쳐가는 한 순간에 불과함을 기억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아무리 화려해도 바람처럼 지나갈 날이 오고 천하를 얻은 기쁨도 사라질 순간이 옵니다. 눈물로 온 밤을 지새우는 슬픔이라 해도 사라질 때가 오고 호흡하기 어려운 고통이라 해도 이것 또한 지나갈 순간도 옵니다. 삶 가운에 아름다운 순간이 왜 없겠습니까? 영원히 계속되었으면 하는 때가 왜 없겠습니까? 그러나 인생의 영화란 들의 꽃과 같이 결국에는 다 사라질 것들입니다. 아무리 화려한 인생이라 해도 햇살 앞에 아침 이슬과도 같은 것이 인생입니다.
유대인 속담에 “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것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참 옳은 말입니다. 어린 시절 추운 날 유리창에 입김을 불고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새겨놓곤 한 적이 있습니다. 햇살 앞에 그렇게도 빨리 입김이 사라지고 글자도 사라지는 것을 기억합니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과 같은 아침 안개 같은 것, 그것이 인생이라는 말입니다. 저녁에 피어오르는 처마 끝의 연기 같이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말입니다. 좀 더 찬란하게 반짝인다고 그렇게 자랑할 것도 아니며 반짝임이 덜하다고 낙심할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하루 세끼를 먹을 수 있으면 감사하는 것이고 어려우면 두 끼의 식탁을 앞에 두고도 감사하는 것이 축복된 인생입니다.
아침 일찍부터 분주하게 땀 흘리는 삶 가운데 우리의 마음을 빼앗는 것이 무엇입니까? 축복하고 기뻐해도 삶이 짧은데 원망과 불평의 말로 고귀한 인생을 허비하며 보내지는 않습니까? 무엇 때문에 마음을 상하고 있습니까? 고대의 지혜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모든 것이 바람처럼 지나가는 삶 속에 다윗이 하는 고백이 있습니다. “주여 이제 내가 무엇을 바라리요 나의 소망은 주께 있나이다”(시39:7).
길어져가는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많은 사람이 우울증과 대면기피증 그리고 불안감으로 아파하고 있습니다. 팬데믹은 우리 삶에 쓰나미 같이 총체적인 위기를 불러왔습니다. 이제 팬데믹도 조금씩 줄어가는 시점에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과거의 역사라 해도 지나간 과거는 우리가 머물러야 할 종착역이 아니라 지나가야 할 정거장입니다. 새로운 미래를 위해 꿈을 꾸고 땀 흘리고 달려가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다양하게 겪었던 아픔과 현재 경험하고 있는 역경을 대할 때마다 고대의 현자가 외쳤던 고백,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읊조리며 심호흡 크게 하고 다시 마음 가다듬고 일어나길 바랍니다. 우리가 겪는 아픔은 끝이 없는 동굴이 아니라 반드시 빛이 있는 터널입니다. 바람처럼 지나가는 삶 속에도 주님이 주시는 소망으로 하늘을 향해 감격과 기쁨을 노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이들이 그리스도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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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