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메리교회 담임목사
지난 3월말에 미국에서는 역사에 남을 수도 있는 중요한 청문회가 있었습니다. 상원 법사위에서 이번에 은퇴하는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의 후임자로 233년 만에 처음으로 흑인 여성 커탄지 잭슨(Ketanji Jackson)의 인준을 위한 청문회를 가졌습니다. 현재 상원은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공화당이 각각 50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지지를 통해서는 인준받기가 어려운 상태입니다.
잭슨 판사는 마이애미 출신으로 하버드대 학부와 로스쿨을 졸업했고 은퇴하는 브라이어 대법관 밑에서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기도 했는데 인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합니다. 민주, 공화 각각 11명, 전체 22명으로 구성된 상원법사위를 통과하게 되면 상원 전체 표결에 들어가게 됩니다. 특별히 이번 법사위에서의 쟁점으로는 성전환자에 대한 관점, 특히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을 일반여성들과 운동경쟁을 시킬 수 있는지의 여부와 성 정체성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테네스 주의 상원의원인 블랙번이 잭슨에게 ‘여자에 대한 정의’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나는 생물학자가 아닙니다”라고 대답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여성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현재 상원은 50 대 50으로 민주, 공화 양당이 첨예하게 대응하는 구조입니다. 그러다보니 대법원판사의 인준이 있을 때마다 자신이 속한 당의 방향대로 투표하게 되고 그 결과 인준 받은 당사자들은 상원 전체의 지지보다 특정한 당으로부터는 절대적인 후원을 받지만 반면에 상대편 당으로부터는 철저하게 거부를 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인준을 받은 두 사람 중 한 사람인 브렛 캐버너는 50:48로, 에이미 베렛은 52:48로 통과되었습니다. 이에 반해 1993년에 인준을 받은 진보성향의 루쓰 베이더 판사는 96:3으로, 1986년 인준을 받은 보수성향의 안토닌 스칼리아 판사는 98:0이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상원 전체의 압도적인 지지로 인준을 받을 경우에는 인준 받은 판사가 내리는 판결에 대해 훨씬 더 쉽게 수용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사인준이 철저하게 자신이 속한 당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찬성과 반대로 나눠지게 되면 이렇게 인준을 받은 대법원 판사들이 내린 판결에 대해서도 쉽게 수긍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고, 그것은 곧 국민들 사이에서도 사상적인 갈등과 분쟁을 만들게 되고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 사회 전반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습니다.
이런 양분화 된 사회를 살고 있는 오늘의 신앙인들이 가야할 방향을 생각해봅니다. 지금 우리 사회를 양분하고 있는 주제들을 들고 역사를 거슬려 올라가다보면 어느 지점에선가 둘로 나눠지지 않고 하나로 있었던 지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무엇 때문에 하나에서 둘로 갈라지게 되었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그 원인에 대한 성경의 대답을 진실하게 듣게 될 때 비로소 양분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신앙인들이 따라 가야할 참된 빛을 발견하게 됩니다. 지난날을 돌아보며 굽어진 것을 제대로 펴지도 않은 채 올곧고 반듯한 결과를 바라는 것은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양분된 이 시대를 살아가며 성경을 들고서 굽어지고 갈라진 시대를 바르게 펴고 봉합시켜가는 평화의 걸음을 걸어 가기를 기도하며, 샬롬.
04.09.2022
hank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