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싱톤중앙장로교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온 세계 사람이 분노하며 아파하고 있습니다. 마리우폴 도시가 항복을 거부하자 맹폭을 가하는 러시아의 무참한 모습에 어린아이, 어른들 할 것 없이 수많은 사람이 생명을 잃고 여러 도시에서 수백만의 사람이 자신의 보금자리를 떠나 눈물과 피를 흘리며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나님이 만드신 사람이 다른 형제, 자매를 무참하게 죽이고 그 어린아이들의 생명을 빼앗아 갈 수 있다는 말인가? 하나님 앞에 타락한 인간에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죄의 부작용이라고 정리한다 해도 당장 집과 가족을 잃고 죽음의 위협 앞에 떨고 있는 사람에게는 좀더 실제적인 도움이 절실한 때입니다. 어느 때보다 하나님의 기적 같은 개입을 기대하며 간절하게 기도하게 됩니다.
나라가 유린당하는 우크라이나의 현실과 눈물은 우리나라 민족에게는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일제치하에 나라를 잃은 아픔을 겪어본 나라, 6.25전쟁으로 온 나라가 풍전등화를 경험하고 잿더미 위에서 고통의 눈물을 흘려본 민족이기에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위해 더욱 기도하게 됩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우리나라의 많은 선교기관과 교회가 앞 다투어 헌금하고 물질을 보내고 선교사님들이 현장에서 섬기는 것을 보면 하나님께서는 참 자랑스러워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는 누구에게나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왜 하나님은 이런 상황에 침묵하고 계시는가? 복음성가 가사는 “하나님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 없으시고 언제나 공평과 은혜로 나를 지키셨네”를 노래하지만 우리 삶은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공평하지도 정당하지도 않을 때, 불합리한 세상에 아파할 때 신자로서 마음껏 불평하지도 못하고 홀로 고민할 때도 있습니다. 필립 얀시는 이런 부조리한 현상을 보면서 Disappointed with God “하나님, 당신께 실망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책을 썼습니다. 하나님은 정말 공평하신가?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가? 내 기도를 듣고는 계신가? 과연 존재하시는가? 모두가 던질 수 있는 질문이지만 누구도 대답하기 쉬운 질문은 아닙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주권을 믿습니다. 참새 한 마리도 하나님이 허락하셔야 땅에 떨어진다는 사실을 믿습니다. 문제는 떨어지는 것이 참새가 아니라 우크라이나에서 10대를 경험해보지 못한 아이, 20살을 앞에 둔 청소년, 그리고 이제 한참 자라나는 아이를 두고 가족을 책임져야 할 40대 가장이라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주권에 달려있다는 말은 더욱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이라면, 절대적으로 선하신 하나님이라면 왜 이런 일을 허용하시는가?
신앙인에게는 이런 현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합니다. 인간의 범죄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모든 죄악의 현실을 바라보며 우리가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도 우리가 구해야 할 것은 하나님의 긍휼입니다. 이런 세상에 대한 해답은 전쟁이 그치고 평화가 오는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예수님을 알고 하나님 앞에서 고귀한 자신의 형상을 회복하는 것에 있습니다. 우리를 지으신 창조주를 알기 까지 우리는 자신이 누군지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의 고난의 세월을 지나면서 우리가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기독교 역사의 흥망성쇠를 보면서 고난이 교회를 무너뜨린 예는 거의 없습니다. 초대교회 때 순교의 피를 흘리면서 로마의 날카로운 칼날을 뚫고 기독교는 생명의 종교로 오늘까지 세워져왔습니다. 한국교회가 마찬가집니다. 백년 전만해도 예수를 믿는 것 자체가 사회에서 변두리 인생처럼 보였고 고난의 삶을 경험해야지 했습니다. 그 모든 광야를 건너면서 하늘의 만나를 맛보면서 사막에 길을 내면서 오늘까지 한국교회는 조국 땅뿐 아니라 이민 사회 속에서도 놀라운 역사를 이루었습니다.
이 고통스런 세상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할 일은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께 간구하는 일입니다. 하나님이 이 땅을 불쌍히 여기시고 속히 십자가의 복음이 땅 끝까지 펼쳐지게 하소서. 생각처럼 인생이 펼쳐지지 않을 때, 세상이 다 불합리하게 보일 때, 우리 그리스도인이 돌아가야 할 곳은 주님의 십자가입니다. 십자가 앞에 설 때 무너진 인간 세상에 치유가 있고, 하나님의 사랑 앞에 설 때 세상은 그 사랑으로 서로를 품게 될 것입니다. 주님, 부디 이 땅을 긍휼히 여겨주소서. 전쟁의 포화가 속히 사라지게 하시고 고통 받는 우크라이나 백성 위에 소망의 빛을 주시고 은혜의 단비를 내려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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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6.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