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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철활인(寸鐵活人)

류응렬 목사

(와싱톤중앙장로교회)

한국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온 나라가 두 진영으로 나뉘어져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대통령 후보들이 일삼는 말이 연일 매스컴에 회자되기도 하고 심지어 후보 가족들의 언어까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말이 대통령을 만든다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고 외친 마르틴 루터 킹의 한 마디가 흑인들뿐 아니라 온 나라를 흔들어 놓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적 연륜이 짧지만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뛰어난 언변에 있습니다. 언어는 자신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얼굴이며 다른 사람을 바꾸는 힘이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정곡을 찌를 때 ‘촌철살인’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처럼 한 마디로 사람을 살려내는 말을 ‘촌철활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탈무드에 보면 한 임금이 시몬과 요한을 불렀습니다. 시몬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요한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것을 구해 오라고 명령했습니다. 시몬이 가장 귀한 것이라고 구해온 것은 사람이 혀였습니다. 요한이 가장 나쁜 것이라고 구해온 것도 사람의 혀였습니다. 가장 귀한 혀가 가장 해악을 끼칠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다. 말은 의사전달의 수단을 넘어 사람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낙심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자천금(一字千金)이라는 말처럼 때에 맞는 한마디의 말은 천냥 빚을 갚기도 하고 가슴에 새겨지는 한 마디는 인생을 아름답게도 만듭니다. 상처를 주는 말을 하는 데는 몇 초가 걸리지 않지만 그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몇 년의 세월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 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능력 가운데 하나는 말로써 의사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언어로 자신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사람을 두고 호모 로쿠엔스(Homo Loquens)라고 부릅니다. 하나님은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셨고, 말씀이신 하나님이 사람의 몸을 입은 예수님으로 세상에 오셨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하나님을 체험하는 것도 기록된 말씀을 통해서입니다. 말을 한다는 것, 그것은 창조주 하나님께서 주신 특권이며, 말로써 서로를 축복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소중하고 특별한 선물입니다. 잠언에는 이 한 마디 말이 가져오는 소중함을 잘 표현해 놓았습니다. “사람은 그 입의 대답으로 말미암아 기쁨을 얻나니 때에 맞는 말이 얼마나 아름다운고.” 힘겨운 풍랑 속에서 고통의 눈물을 흘릴 때 따스한 한 마디 말은 거센 파도를 극복하는 힘을 던져줍니다. 청년들에게 어떤 사람을 사귀면 좋을지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말을 정갈하게 하는 자매 그리고 긍정적인 말을 하는 형제를 만나라고 조언합니다. 평생 곁에서 함께 살아야 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말이 서로 통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언어 사용에서 우리 크리스천이 기억해야 할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이 말이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가? 이 말을 통해 상대방이 세워질 수 있는가? 상대방을 세우는 말은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삶을 더욱 아름답게 만듭니다. 따스한 가슴에서 나오는 고운 말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평안하고 행복하게 합니다. 다른 사람이 없을 때 그에 대해 말할 경우에는 단순한 기준이 있습니다. 그 사람 앞에서도 똑 같이 말할 수 있는가? 마음의 거울이 말인 것처럼 말이란 그 사람의 인격과 신앙을 보여주는 증표가 됩니다. 우리에게 최고의 말은 예수님을 대하는 심정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말하듯 사람을 대하면 우리의 말은 사람을 살리는 능력의 말이 될 것입니다. 최고의 시인은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언어의 소유자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언어는 하나님의 모습을 드러내는 향기입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은 사랑과 소망을 담아내는 언어를 통해 우리 가운데 당신의 향기를 드러낼 것입니다. 

언젠가 천국에 이르게 되면 우리의 언어습관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언어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땅 위에서 그렇게 훈련하고 살아간다면 그 영광스러운 날이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촌철활인, 한 마디 말로 사람을 살려내고 사람을 세워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preachchrist@kcpc.or

02.26.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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