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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워싱

최해근 목사

몽고메리교회 담임목사

지난 4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제24회 동계올림픽이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세계 91개국에서 2,861명의 선수들이 참가하여 운동을 통해 친선과 국가를 알리게 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은 선수 224명, 한국은 64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당초 무관중으로 진행되려했던 개막식은 베이징과 허베이성에서 온 관객들에 한해 입장이 허용되었으며 선수들은 올림픽 기간 동안 코로나 전염을 막기 위해 외부세계와 단절된 폐쇄공간에서 머물게 됩니다. 선수들 중 백신을 맞지 않았을 경우 21일 동안의 의무격리 기간을 거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에 눈이 적게 오는 관계로 이번 올림픽에는 전적으로 인공으로 만든 눈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선수들이 입을 수도 있는 부상으로 꼽고 있습니다. 자연적인 눈처럼 부드럽지 않고 얼음입자이기 때문에 빠른 속도를 갖게 되는 종목에서는 자칫 부상의 정도가 깊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번 올림픽에는 중국의 소수민족인 위그루족 인권탄압과 홍콩의 정치적 자유에 대한 억압, 중국 여자 테니스 선수인 펭 슈아이의 실종과 같은 문제로 인해 미국을 선두로 호주와 영국 등의 국가에서 선수들은 파견하지만 정치 지도자들은 개막식 혹은 폐막식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티벳, 위구르, 남몽골, 홍콩, 대만 등지의 인권단체들은 하나로 뭉쳐서 ‘#NoBeijing2022’ 라 불리는 운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국가의 도덕적인 문제를 가리기 위해 스포츠 행사를 사용하는 것을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가 2018년에 ‘스포츠워싱(sportswashing)’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는데 지금 이 단어는 아주 친숙한 단어가 되었습니다. 이런 스포츠워싱의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하는 곳은 바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라고 지적합니다. 올림픽을 개최하기 전에 늘 올림픽을 통해서 인류전체를 끌어  안을 수 있다고 했지만 막상 행사가 끝나고 나면 인권문제는 이전과 같거나 혹은 더 나빠지곤 했습니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을 개최할 때에도 인권문제가 나왔지만 대회가 끝난 이후에도 별로 진척된 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뿐만 아니라 대회 본부석의 요인자리에 비인권적이고 비도덕적인 사건이나 행사의 배후에 있다고 알려지거나 혹은 이끌고 있는 정치인이 그 중심에 자리를 한 채 언론에 공개되는 모습은 스포츠워싱의 논란을 증명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쯤에서 우리는 스포츠워싱을 한걸음 넘어 신앙인과 신앙공동체의 내면도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우리 역시 삶의 명확한 잘못과 오류를 외면의 화려한 미소나 언어로 치장하고 감추려는 그런 걸음을 걷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둘러보게 됩니다. ‘churchwashing’ 혹은 ‘christianwashing’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 서성거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창조 이후로 인간에게 가장 유혹적인 자기최면의 도구가 되어왔습니다. 자신의 어두운 삶의 영역을 교회와 신앙 혹은 직분이라는 껍데기로 덮거나 숨기고 대신 얼굴에 근엄하고 인자한 미소로 사람을 대하는 그런 모순의 시대와 인물들을 우리는 역사 속에서 이미 수없이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앙인들에게 스포츠워싱이 낯설지 않게 읽혀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워싱을 제거할 수 있는 그래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주는 길은 무엇일까 생각하다 그 답은 ‘워싱은 워싱으로‘ 돌아가야 됨을 문득 깨닫게 됩니다. 모든 종류의 워싱은 단 하나의 워싱, 곧 십자가 위에서 뿌려진 우리 주님의 희생과 용서의 피로써만 해결될 수 있음을 기억하며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아직 인류에게 소망이 보입니다. 그 소망을 오늘도 바라보며, 샬롬....

 

hankscho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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