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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

류응렬 목사

(와싱톤중앙장로교회)

중국 사마천의 사기에 보면 한나라 장군 이광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활을 쏘면 백발백중 명중시키는 신궁이었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아무리 가까이 있는 사물이라도 정확하게 조준해서 명중시킬 확신이 있을 때 활시위를 당긴다는 것입니다. 하루는 사냥 중에 갑자기 나타난 호랑이를 마주했습니다. 이광은 절박한 상황 앞에 죽을힘을 다한 간절함으로 화살을 쏘았습니다. 화살은 호랑이에 명중했지만 호랑이는 쓰러지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았습니다. 가까이 가서 확인해 보니 호랑이가 아니라 거대한 바위였습니다. 바위 깊이 박힌 화살을 보면서 자신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 돌아가서 바위를 향해 화살을 쏘았지만 매번 튕겨져 나갈 뿐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사석위호(射石爲虎), 호랑이로 알고 돌을 쏜다’는 사자성어가 탄생하였습니다. 간절하면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 있다면 바로 간절함입니다. 진정한 목마름은 목표를 향해 일관된 마음을 품게 하고 열정을 창출시키고 헌신을 즐겁게 만듭니다. 애플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2005년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에서 한 명연설은 아직도 읽을 때마다 감동을 줍니다. Stay Hungry, Stay Foolish! 쉽게 만족하지 말고 목마른 심정으로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라! 꿈꾸는 것은 누구나 가능하지만 꿈을 이루는 데는 간절함이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에게 간절함이 없었다면 사도행전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진리를 향한 절박한 심정이 있었기에 마르틴 루터는 비텐베르크 예배당 정문에 95개 반박문을 붙였고 하나님의 영광을 향한 간절함이 있었기에 요한 칼빈은 생명을 걸고 진리를 외쳤습니다. 신앙의 자유를 향한 거룩한 목마름이 없었다면 미국은 청교도라는 이름 위에 세워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영적인 어둠의 땅 조선에 생명의 빛을 심고자 하는 간절함이 있었기에 벽안의 젊은이들은 이름도 생소한 조선을 향해 태평양을 건넜습니다. 

간절함이라는 말이 사라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간절함을 상실하는 것은 인생의 심장이 멎는 일입니다. 팬데믹이 장기화 되면서 사람들은 속히 지긋지긋한 코로나가 지나고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소망을 가집니다. 우리가 꿈꾸어야 할 현실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닙니다. 이토록 길었던 역사의 어둠을 뚫고 개인의 삶과 우리 사회에 더 나은 새로운 역사를 창출해가는 것입니다. 특히 하나님을 신뢰하고 오늘도 일하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가슴에 품은 사람은 하나님이 행하실 새로운 일에 대한 갈망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사람은 시대를 품고 기도할 수 있으며 한 시대 하나님이 기대하시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자신을 던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간절함이 있었기에 기독교 역사는 수많은 고난의 풍랑을 헤치고 오늘 우리가 누리는 소망의 항구까지 항해의 행진을 지속해왔습니다. 

하나님이 기대하시는 교회, 우리가 꿈꾸는 교회는 그냥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읽어야 꿈을 품을 수 있고 하나님의 영광을 향한 열망이 있어야 자신을 던지는 헌신이 가능합니다. 복음이 살아 있는 교회, 성령이 역사하는 교회, 예수님의 증인으로 살아가는 교회, 주님의 재림을 기다리는 교회! 세상을 변화시키고 하나님을 감동시키는 교회, 바로 우리가 꿈꾸는 그 교회에 대한 간절함으로 죽을 각오로 화살을 쏘듯 복음을 외쳐야 합니다. 우리 생애 간절함을 위해서 다시금 일어나 어두운 터널을 지나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열망을 품어야 합니다. 그런 사람에게는 아무리 어둠이 길어도 동굴이 아니라 마침내 빛을 보는 터널을 경험할 것입니다. "연금술사"에서 파울로 코엘료가 한 말이 있습니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거룩하신 주님, 부디 한번 살아가는 땅 위의 삶에 한순간도 적당하게 살기를 거부하고 하나님의 나라와 생명의 복음을 위해 불태우게 하소서. 순간마다 간절함으로 살아가는 그 마지막 순간, 마침내 우리의 목마름을 채워주실 영광스러운 주님 앞에 서는 날, 우리의 간절함은 비로소 쉼을 얻을 것입니다. 

preachchrist@kcpc.org

01.29.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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