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싱톤중앙장로교회)
2021년이 저물어 갑니다. 올해는 모든 사람의 마음에 잊혀 지지 않는 특별한 한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 상황은 온 세상의 삶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학생들은 학교를 가지 못하고, 사람들은 마음껏 얼굴을 대하고 대화할 수 없고, 하나님을 경배하는 사람들이 교회에서 예배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인생의 굽어진 길을 걸을 때는 시련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평탄할 때 경험하지 못하는 하나님을 발견하게 됩니다. 광야에서 발견하는 만나를 맛보면서 하나님께 감사하는 나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즈음에 ‘마지막’이라는 말이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마지막이란 말은 무엇보다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줍니다. 알퐁스 도데가 쓴 단편소설 “마지막 수업”이 있습니다.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 살았던 프란츠는 평소 공부보다는 뛰어노는 것을 좋아했던 소년입니다. 어느 날 학교에 갔을 때 평소 분위기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독일에 귀속된 알자스 로렌 지방의 모든 학교에서 앞으로 프랑스어가 아닌 독일어로 수업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입니다. 오늘이 프랑스어로 수업하는 마지막 수업이었고, 아멜 선생님은 칠판에 Vive La France(프랑스 만세)를 남기고 이야기는 끝납니다. 평소에 평범하게 사용했던 프랑스어가 그렇게 소중하게 보일 수 없었습니다.
팬데믹은 교회에서 예배하고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을 만나 얼굴을 마주하고 차를 마시는 일 같은 일상의 평범함이 얼마나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길거리에서 사람을 만나도 마음껏 눈을 보면서 인사마저 할 수 없는 것을 보면서 따스한 손을 잡고 악수를 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허그 하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자라나는 아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격려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새롭게 깨닫습니다.
둘째, 마지막이란 말은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 줍니다. 나의 삶에 오늘 한 날이 주어진다면 우리는 무엇이 가장 소중한 지를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톨스토이는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질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가장 중요한 시간은 현재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곁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사랑의 손길을 펼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하나님 앞에 부름 받은 성도의 삶도 마찬가집니다. 가장 중요한 삶이란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곁에 있는 사람에게 나누는 일이 될 것입니다.
위대한 삶은 남들이 부러워할 성공을 성취하거나 사람들의 박수를 받는 엄청난 결과를 맺는 것이 아닙니다. 조그만 일에도 마음과 정성을 드려 사람을 세우고 일에 성실할 때 그것이 아름다운 삶을 대하는 자세입니다. 삶의 소중함은 유한한 시간을 인식할 때 더욱 깊이 다가옵니다. 하나님이 오늘이라는 날을 허락할 때 동녘의 태양이 떠오릅니다. 오늘이 지상의 마지막 날처럼 여기고 살아간다면 우리의 삶은 순간마다 그 소중함을 더욱 깊이 새기고 삶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셋째, 마지막이란 말은 하나님 앞에 서야 할 순간도 떠올리게 합니다. 마라톤에 임하는 사람이 고비마다 다가오는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반드시 결승점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제자들도 사도 바울도 다시 만날 주님을 바라보았기에 생명을 던지는 헌신이 가능했습니다. 기독교 역사에 수많은 사람은 주님 앞에 서는 그 영광스런 날을 바라보며 한번 뿐인 고결한 삶을 던졌습니다.
우리 삶에도 언젠가 땅 위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하나님 앞에 서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날 어떤 모습으로 서야 할 것인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한날 한날의 삶이 모여 우리의 총체적인 삶을 형성하게 될 것이고 마침내 그날 우리의 모습을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나를 바라보고 있는 주님이 행복한 미소를 짓고 계신다면 잘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삶을 새롭게 해야 할 때입니다. 주님 앞에 서는 그날이 기대와 감격으로 차오르기를 바랍니다. 외롭게 달려있는 12월 달력을 보면서 지나온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기에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한 해 동안 주님 앞에 믿음으로 살아오신 여러분도 참 잘 하셨습니다. 새해 하나님께서 주시는 더욱 풍성한 은혜를 기대합니다.
12.25.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