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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어와 신앙인

최해근 목사

몽고메리교회 담임목사

지난 10월 3일 앨라배마 주 탈라데가 시에서 있은 나스카 자동차 경주에서 브랜든 브라운이 자동차 경주에 참가한지 135회 만에 처음으로 우승을 하게 됩니다. 원래 운동장을 113바퀴 돌아야하지만 어둠이 내린 이유로 107번 바퀴를 돈 후에 브랜든이 승자로 정해지게 되었습니다. 승리한 후 NBC 스포츠 소속기자가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그 인터뷰 중에 관중들이 큰 소리로 무엇인가를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켈리 여기자는 관중들이 우승자 브랜든을 향해 "Let's go Brandon!”을 외친다고 전했는데 실제 관중들이 외친 말의 내용은 바이든 대통령을 욕하는 말이었습니다.

군중들은 대통령을 향해 드러내놓고 욕을 했는데 인터뷰 기자는 전혀 다른 말로 옮겨 전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부터 일어났습니다. 다른 사람을 향해 욕을 하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더 점잔하고 좋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흔히 ‘완곡어법(euphemism)' 이라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죽으셨다’는 표현보다는 ‘돌아가셨다’ 혹은 ‘떠나셨다’라는 표현이나 ‘소변보러 가셨다’라는 표현보다는 ‘화장실에 가셨다’ 혹은 ‘손 씻으로 가셨다’와 같은 표현입니다. 켈리 기자는 분명히 군중들이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욕하는 것임을 알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옮기지 않고 "Let's go Brandon!”으로 바꾸어 완곡어법을 사용했는데 그 결과는 오히려 반대가 되었습니다. 

이제 Let's go Brandon이라는 표현은 브랜든과는 전혀 무관하게 바이든 대통령을 욕하는 문구로 자리매김을 하게 됩니다. 얼마전 Southwestern 항공사 소속의 기장이 기내방송을 통해 ‘렛츠 고 브랜든’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가 바이든 지지자들로부터 엄청난 저항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렛츠 고 브랜든’이라는 표현이 원래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민주당과 대통령을 비하하는 완곡어법으로 정착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부정책에 반대하여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때에도 ‘렛츠 고 브랜든!’이라는 표현을 통해 구체적인 안건을 제시하거나 거부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신앙인의 언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신앙인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우리 모두는 특정한 정치사안에 대해 언제나 찬성과 반대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 반대표현을 할 때 상대를 욕하거나 상대의 인격을 무시하는 배경 속에서 만들어졌다면 그 표현은 신앙인의 언어로써는 부족합니다. 진정한 승리자는 자신의 생각과 배치되는 반대의 의견을 표현할 때에도 상대의 인격을 존중하는 언어를 사용하여 훨씬 더 무게 있고 신뢰감을 얻게 됩니다. 때론 기독교의 가르침과 배치되는 종교에 몸담고 있는 분들과의 대화나 논쟁이라고 하더라도 사랑과 겸손의 언어를 사용할 때 훨씬 더 우리가 가슴에 담고 있는 진리의 너그러움과 따뜻함이 깊이 전달되어지며 설득력을 얻게 됨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의 언어가 우리 가슴에 품은 진리와 우리의 건강한 인격을 드러낼 수 있기를 기도하며 조심스럽게 하늘을 봅니다.

hankschoi@gmail.com

12.11.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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