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장로교회)
동화 속의 아이는 창문 앞에서 지저귀는 새소리에 미소 띤 얼굴로 잠을 깬다. 소설 속의 아저씨는 알람소리에 허겁지겁 일어나 수염을 깎는다. ‘들음’이 주는 이미지이다. 무엇을 듣는가, 아니 들을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은 청각의 이야기가 아니라 마음의 이야기이다. 무엇을 듣는가에 따라서 그날 하루의 색깔이 달라지고, 들었느냐, 못 들었냐에 따라서 생명과 죽음의 길이 나누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들음’이 사라진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선지자들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외치던 구약의 어느 시대들처럼.
배우 송승환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거의 시력을 잃은 자신의 삶에 찾아온 변화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눈이 안보이니 귀가 열렸어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겐 플러스가 됐어요. 이쪽 세상이 닫히면 다른 세상이 열리더라구요.” 그는 한마디를 덧붙이고 있다. “못 보면 사물과 단절되지만 못 들으면 사람과 단절됩니다.”
사실, 더 두려운 것은 못 듣거나 못 본다는 사실 자체보다 외부와 단절된다는 것이다. 사실, ‘단절(斷切)’은 신체에 한정된 단어가 아니라 영적단어이다. ‘그러므로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롬10:17)고 말씀하고 있듯이 성경은 복음의 말씀을 듣지 못하면 하나님과 인간은 ’단절상태‘라는 사실을 짚어주고 있다.
세상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해가고 있다. 특히 IT기술은 거의 모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가고 있다. 벌써 오래 전 청각장애인들에게 둘려온 희소식은 듣는 기술의 개발과 상용화였다. 자막은 음성으로 읽어주고 TTS(text to speech), 말은 문자로 변환해주는 기술 STT(speech to text)가 이미 굉장히 발달되어있는 상태인데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기업에서는 기술설계를 통해 TTS기술을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연동시켜놓은 것을 보면서 삼성과 LG에도 이러한 기술이 당연히 일반화되는 일에 앞장서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사실, 청각장애인들 뿐만이 아니라 타 언어와 어우러져 살아야하는 시대이기에 지금의 통역App보다 더욱 효율적인 기술이 개발되기를 바라는 가운데,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활발하고 속도감 있게 움직이고 있다는 뉴스에 기대가 된다. 골드만삭스가 오는 2030년에 753억 달러 규모로 현재보다 3-4배 커질 시장을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지니뮤직, 스포티파이 등 유명회사들도 다양한 형태의 오디오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오디오북 시장이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는데, 오디오북 정기구독서비스 ‘윌라’를 운영하는 인플루엔셜은 지난 10월말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오디오북을 출시했는데 서비스 시작 하루 만에 다운로드 1위에 오른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듣는’시장이 활성화되어있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오디오작업을 위해 제작사는 성우 16명을 동원해 200시간이 넘는 재생시간 분량 전권의 녹음을 마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오디오콘텐츠 제작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듣는성경이 카셋테입에 담겨 나오기 시작한지도 30년 정도가 되어온다. 속독도 있고 드라마형태도 있지만 정식 아나운서의 훈련된 음성으로 낭독한 성경도 있는 가운데 요즘은 기독연예인들도 성경을 읽어 유튜브에 올리거나 카톡으로 한 장씩 이어서 읽기를 통해 서로 격려하며 성경과 가까이하는 그룹도 많아지고 있다.
교회도 ‘듣기’를 좀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 무엇을 들려주어야하고 어떻게 들려주어야하는지를 더 고민하는 것이 ‘깊은 데로 그물을 내리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모습이라면 무엇보다 설교자들의 고민은 더 깊어져야 한다. 수많은 소리 중에 ‘좋은 소리를 골라 듣는 것이 각자의 책임이라면 더 깊은 말씀을 듣기 위해 고민하는 것은 청중인 성도의 몫일 것이다.
세상에는 인공지능의 목소리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면 성도는 지혜의 근원이신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할 것이다. 하나님의 음성은 자연만물 모든 곳에서 들려온다. TTS나 STT기술과 같은 다양한 기술이 계속 개발되고 있지만 이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기술개발문제가 아니라 배려의 문제’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하나님은 인간이 당신의 소리를 듣기위해 기술개발 하는 분이 아니라 인간이 당신의 음성을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하시는 분이시다. 그래서 모든 자연만물 속에 당신의 음성을 담아놓으셨다. 가을을 넘어 감사의 계절이 깊어간다. 하늘, 나무, 바람, 별, 구름.... 모든 것에서 하나님의 친절한 배려가 담긴 음성을 듣는 계절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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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