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메리교회 담임목사
영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하면 곧 바로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외우도록 하는 내용 중의 하나가 ‘인칭대명사’입니다. 도표에 나오는 것들인데 영어권에서 생활하다보면 평생 기억하고 사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요즘 여기에 새로운 대명사들이 듬뿍 추가되고 있습니다. 도표의 아래 부분에 쓰여진 우리에게 완전히 낯선 단어들이 바로 최근에 서서히 등장하고 있는 새롭게 사람의 성을 표현하는 대명사들입니다.
이전까지 우리는 남성 아니면 여성이라는 두 성을 중심으로 사람의 성(性)을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면서 사람의 성에 대한 구분을 남성 아니면 여성, 둘 중의 하나로 나누던 것을 거부하고 남성도 아니고 여성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 자신의 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육체가 표현하는 성별과 완전히 다르게 자신의 성별을 정하기를 원합니다. 태어날 땐 남자였지만 자신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제3의 그 어딘가에 자기 성별을 정하기를 원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불러주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성(性) 중립적인 대명사의 사용을 원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Dana 라는 사람이 자신의 이름 대신에 대명사를 사용할 경우, 여성 대명사 she/her 대신에 ze/hir 를 사용해주기 원할 경우에 'She went to the library'가 아니라 ‘Ze went to the library'로 바꾸어 표현해야 합니다. 소유격일 경우에는 ‘Her name is Dana'가 아니라 ‘Hir name is Dana'로 표현해 주도록 요구합니다. 그렇게 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미국사회가 움직여가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세대 및 다음세대는 상대방을 부를 때에 외형적인 모습을 기준으로 단순히 남성 혹은 여성으로 성별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자신이 원하는 성별 표기를 물어 원하는 쪽으로 성별 표기를 하는 그런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이미 일부 기업체에서는 이력서를 제출할 때에 자신의 성별표시를 어떻게 해 주기를 원하는지 묻는 기업체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력서의 성별란에다 “남성/여성/본인이 원하는 성”과 같은 방식으로 추가항목을 따로 두기도 합니다.
이런 시대를 바라보며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고민하게 됩니다.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性)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대하다 보면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성별이 외형적인 신체적 구분이라기보다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가깝다는 사실을 보게 됩니다. 외형적으론 남자든 여자든 관계없이 내가 느끼는 성별을 나의 성별로 정하고 싶어 하는데 문제는 이런 마음의 느낌은 시간과 함께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또 다시 그 사람이 원하는 성별로 불러야 되는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습니다.
유사 이래 가장 과학이 발달하고 정확하게 진단을 할 수 있는 그런 시대에 살면서 사람의 성별 하나도 제대로 구별하기 어렵도록 만들어가는 오늘 현대인의 삶은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진리는 결코 복잡하거나 혼란스럽지 않고 단순하다는 그 평범한 명제가 한 없이 그리워지는 것은 나 혼자만의 느낌일까요?
샬롬!
hankschoi@gmail.com
11.06.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