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싱톤중앙장로교회)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선교사들이라도 피해가지 않았습니다. 인도와 브라질 그리고 아르헨티나 등지에서 여러 선교사님이 코로나에 감염되어 생명을 잃었습니다. 척박한 선교 현장에서 묵묵하게 사역을 감당하다가 고결한 생명을 하나님께 바친 사람들, 천국에서는 천군천사들이 두 팔을 벌려 환영하겠지만 땅 위의 가족과 우리에게는 크나큰 아픔과 아쉬움을 남깁니다. 선교사님을 더 이상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는 일념으로 탄생하는 것이 ‘선교사 백신접종 프로젝트’(SMVP) 운동입니다. 현지 선교사님들과 가족을 미국으로 초청하여 백신을 맞도록 도와드리는 운동입니다. 아이들이 있는 경우에는 가급적 파이저 백신을 맞도록 권유하고 장년인 경우는 본인이 선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이티에서 섬기는 이동렬 선교사님이 앞장서서 이 일을 시작했고 세계의 많은 목회자와 교회가 마음을 모아 협력하고 있습니다.
6월 19일에 과테말라에서 섬기는 선교사님을 시작으로 미국에 입국하여 백신을 맞는 선교사님 가정이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100가정, 200명 이상이 등록한 상태이고 장차 워싱턴 뿐 아니라 미국 다양한 지역과 한국에서도 이런 백신접종 운동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인적, 물적 자원이 필요한 일입니다. 미국에 있는 많은 한인과 교회 그리고 한국에서도 이 사역을 위해 후원금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은 1회나 2회에 끝나지만 이 사역을 위해 공항에서 선교사님들 픽업하는 것부터 숙소와 엄청난 분량의 식사도 요구되는 일입니다. 선교사님들과 가족들이 머무는 동안 이동을 위해 차량으로 섬기는 일과 다양한 행정 처리 등 많은 봉사자가 요구되는 일입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면 기꺼이 팔을 걷고 달려오는 많은 사람을 보면서 역시 우리 한국교회 성도님의 넘치는 사랑과 선교에 대한 열정을 확인하게 됩니다. 온 세상이 팬데믹으로 힘겨운 가운데 척박한 선교지에서 생명을 걸고 선교사역에 힘쓰는 귀한 선교사님들과 자녀들 그리고 이분들을 섬기기 위해 즐거운 땀을 흘리는 성도님들, 모두가 참 자랑스런 하나님의 사람들입니다.
전염병은 시대마다 있어왔지만 그 대응에 따라 기독교회는 거대한 영향을 받았습니다. 초대교회 전염병이 닥쳤을 때도 많은 크리스천도 감염되곤 했습니다. 초대교회 문헌을 읽어보면 감염자들을 바로 격리시켜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단절시키지만 기독교 공동체는 감염된 환자를 홀로 두지 않고 건강한 사람들이 들어가서 간호했습니다. 결국 건강한 사람도 감염되어 생명을 잃는 일도 있었습니다. 세상은 이런 어리석은 일을 보며 비난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생명을 바쳐 사랑을 쏟는 그들의 삶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죽음보다 강한 사랑이 복음을 전하는 통로가 된 것입니다. 중세사회에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가톨릭교회는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결국 중세 천년을 지배한 가톨릭이 무너지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전염병을 단순히 하나님의 심판으로 여기거나 극단적으로 교회에 충성하면 전염병의 위험에서 벗어난다는 주장은 전혀 상황과 맞지 않는 가르침이었습니다.
우리 앞에 불어 닥친 팬데믹은 언젠가는 사라질 것입니다. 그때 역사는 우리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했는지 물을 것입니다. 역사를 운행하시는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믿는 신앙인들은 그냥 앉아서 백신이 해답이라고 외치지 않습니다. 백신이 우리의 육체를 보호하는 것은 실로 고마운 일이지만 우리는 이 광야 같은 고난 앞에 하나님의 뜻을 묻고 그 앞에 성실하고 책임성 있는 답변을 제시해야 할 사람들입니다. 죄악으로 치닫는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심판, 인간 문명 발전의 한계를 깨우치는 울림, 세상을 향한 기독교회의 책임, 복음 전파의 시급성 등 다양한 이해와 접근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해석과 대응이라 해도 현재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최선의 자세로 섬기는 사랑보다 더 위대한 답변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섬김으로 하나님 앞에 부름 받은 선교사님들은 건강한 모습으로 선교현장으로 달려가서 맡은 사명을 위해 삶을 던질 것입니다. 이 일을 위해 기도하고 섬기는 일은 하늘에서 지켜보시는 하나님이 참으로 기뻐하실 일입니다. 세상 앞에서는 기독교회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울림이 될 것이요, 하나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거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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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31.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