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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쓰레기처럼 종교쓰레기가 되었나

이동진 목사

(성화장로교회)

G7(Group of Seven) 정상회담이 영국 콘월에서 2박3일의 일정으로 개최되어 지난 13일 폐막되었다. 7개 회원국과 대한민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4개국이 초청되어 개최된 올해 G7정상회담에서는 어느 때처럼 폐막과 함께 공동성명이 발표되었다.

토쿄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안전한 개최 지지와 미국의 대북외교 지지를 비롯해 북한의 대화 재개 촉구 등 70개 항목의 공동성명에는, 아쉽게도 불평등문제를 비롯해 코로나 백신과 관련한 세계보건기구의 활동 등에 대해 충분한 언급이 없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지구촌의 위기를 예고하고 있는 환경문제에 대한 논의가 별로 없이 마무리되었다는 이유로 각국 언론들은 ‘실망스러운 반쪽짜리 회담’이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환경문제는 모든 나라의 신경이 집중된 공통이슈였다. 이를 반영하듯 개최일부터 눈길을 모은 한 편의 설치미술작품은 첫날부터 뉴스를 통해 전파되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행사장인 콘월 입구에 설치된 이 작품은 이른바 쓰레기, 즉 전자폐기물을 재료로 해서 환경예술가인 조 러쉬(Joe Rush) 외 15명의 아티스트가 함께 제작한 “Mount Recyclemore‘라는 제목이 붙은 설치미술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이렇게 눈길을 끈 것은 작품의 모양이 7개국 정상(頂上)들의 얼굴이기 때문이었다.

이 작품을 접한 시민들 중에는 “아무리 전자폐기물이라고 해도 그것으로 사람얼굴을 만든 것은 인격모독이 아닌가”라며 항의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하지만, 일단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고자 한 제작 목적은 소정의 효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올림픽에서는 이미 30년 전인 1992년 16회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대회 때부터 그린올림픽(Green Olympic)이라는 이름이 사용되면서 대규모 콘도와 리조트, 경기장 등을 건설하면서 산림과 하천 등의 훼손문제에 대한 친환경 시설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고, 94년 17회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을 주관한 노르웨이에서는 철새도래지를 피해서 선수촌 선물과 경기장을 짓고, 시상대를 얼음으로 제작하였을 뿐 아니라 모든 인쇄물에 재활용용지를 사용하면서 그린올림픽의 위상을 세워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렇게 지구환경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지구촌 사람들은 여전히 환경보다는 개인의 편리를 먼저 생각하는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설치된 전자폐기물을 재료로 만든 7개국 정상의 흉상작품이 다시 한번 지구촌사람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도화선이 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인간의 안전하고 품격 있는 삶, 나아가 지구촌의 생존을 위해 환경보존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경고하는 의미에서 언론들은 기후변화(climate change)를 기후위기(climate crisis)로, 지구온난화(glpbal warming)를 지구가열화(global heating)로 바꾸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국가들의 적극적인 대처와 국민 개개인의 생활 속 실천이 따를 때 훼손되고 있는 지구는 그나마 다시 숨을 쉬는 지구로 회복해나가기 시작할 것이다.

환경문제는 그나마 대처해나가고 있다. 그런데 지금 신앙문제는 더 심각하다. 환경문제보다 더 시급하다. 팬더믹 기간을 지나면서 이미 편안함이 자리 잡기 시작했고, 그동안 지켜오던 신앙전통을 마치 전자폐기물처럼 종교쓰레기 취급하며 무시되기 시작했다. 영상예배는 이미 거부감을 떨쳐냈고, zoom과 같은 화상미팅은 소그룹뿐 아니라 노회, 총회 등 대규모 모임에도 적절하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대는 계속해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때 교회는 무엇을 취(取)하고 무엇을 버려야(捨)할 것인가? 이 방향을 누가 결정해줄 것인가? 논의할 G7과 같은 테이블도 없고, 이사야 예레미야 같은 선지자도 없는 이 시대, 예수만이 길이라는 건 알겠는데 예수여, 어디로 가야 당신을 만날 수 있습니까? 일단은 각자 엎드려 울기 시작하자고 제안해볼까.

djlee7777@gmail.com

06.19.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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