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드림포럼 대표
“기원전 280년의 일입니다. 에피로스의 왕이었던 피로스는 이탈리아 반도를 넘어 지중해 연안을 제패하고자 패권을 다퉜습니다. 이를 위해 피로스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당시 이탈리아의 신흥 강국 로마를 물리치는 일이었습니다. 피로스 왕은 에피로스가 자랑하는 코끼리 부대를 이끌고 이탈리아 원정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이에 맞서는 로마연합군의 전력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병력과 화력으로 본다면 로마가 우위를 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투는 지리한 공방이 계속 됐지만 결국 힘겹게 에피로스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에피로스는 전투는 승리했지만 피해도 적지 않았습니다. 기원전 279년 다시 피로스는 휘하 부대를 이끌고 서쪽의 아풀리아 공략에 나섰습니다. 이번에도 맞서는 로마연합군의 병력은 에피로스 연합군을 능가했습니다. 양측 부대는 아스쿨룸에서 맞붙었습니다. 치열한 난전이 이틀 동안 계속됐습니다. 에피로스군은 보급품을 쌓아놓은 본진까지 유린되는 피해를 입었지만 최종적으로 후퇴한 쪽은 로마연합군이었습니다. 피로스는 다시 한번 승리를 거뒀습니다. 그러나 피로스의 승리는 공짜가 아니었습니다. 에피로스도 15,000 병사를 잃었습니다. 이번에도 이전과 같이 전사자의 상당수는 그리스 본토에서 온 정예 병력들이었습니다. 전투에 이기더라도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 더 이상 전쟁을 계속할 방법은 없게 됩니다. 피로스 왕은 부하들에게 “이런 식의 승리를 한 번 더 하게 되면 우리는 완전히 망하고 만다”고 말하면서, ‘패배와 다름없는 승리’를 자책하며 이탈리아 패권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승리했지만 실속이 없는 ‘패배와 다름없는 승리’를 '피로스의 승리'라고 부릅니다“(퍼온 글 정리).
우리들 주변에 이런 ‘피로스의 승리’가 얼마나 많습니까? 부부, 부모와 자식들, 형제자매들 등의 가족 간의 분쟁에서도, 목사와 목사, 목사와 성도, 교인과 교인들 등 교회 안에서의 갈등에서도, 이웃 그리고 각 기관이나 단체들, 사회와 나라 안에서도, 각계각층에서도 혹은 재산 분쟁이나 감정싸움들 안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현상중 하나가 ‘피로스의 승리’입니다. 우리 삶 안에서 수없이 반복되어 일어나는 모든 반목, 갈등, 분쟁과 싸움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기기는 이겼는데 이긴 후 나타나는 결과를 보니 모든 관계가 파괴되고 황폐화된 삶의 현장만이 남았을 따름입니다. 우리의 삶 안에서 나에게 정말 중요한 목표 자체가 타인과 대중을 이기는 승리입니까? 아니면 조금 부족하더라도 평화롭게 함께 사는 상생입니까?
우리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피로스의 승리가 아닙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격려하며 함께 평화롭게 사는 일입니다. 이 안에 은혜와 평화가, 새 힘과 능력과 지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들 가운데 하나는 자기가 힘과 능력이 있다고 자기보다 못한 타인의 마음과 정신과 생활의 구성요건들을 지배하여 자기 뜻대로 움직이게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입니다. 의외로 여느 공동체 안에도 더군다나 교회 안에서도 이런 분들이 많다는 것에 놀랍기도 하고 흠칫 소름끼치기도 합니다. 이런 분들은 ‘피로스의 승리가 주는 저주’가 자기 삶의 파괴라는 것을 분명히 직시해야 합니다. ‘논쟁은 이길지 몰라도 친구는 잃는다’는 성인들의 말도 이런 차원일 것입니다.
‘파로스의 승리가 주는 저주’를 극복하기 위한 바울의 처방은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손’입니다(빌2:3). 예수님의 처방은 “화평케 하는 자”입니다. 예수님은 산상수훈 8복을 통해 우리들이 어떻게 하나님의 아들이 되는 가를 말씀해주셨습니다. 그것은 바로 ‘화평케 하는 자, 평화를 만드는 자가 되는 것’ 입니다(마5:9). 오늘 ‘피로스의 승리와 저주’가 내면적으로 많이 존재하는 이민사회, 이민교회 안에서 가장 필요한 신앙의 덕목이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예수님이 전하시는 ‘화평케 하는 자’, 바울이 전하시는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겸손’입니다. 요즈음 교회 안에서도 코로나로 인해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때 악한 영들이 우리를 피로스의 승리로 툭툭 건드리기 쉽습니다. 이때 우리 모두는 ‘피로스의 승리의 저주’를 떠올리며 영적인 무장을 단단히 해야 합니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반드시 꼭 이겨야 한다는 승리의 목표와 자존심에 도취하여 나 자신도, 이웃도 다 잃어버리는 ‘피로스의 승리의 저주’를 ‘화평과 겸손’으로 다스려 ‘평화와 상생’의 가정과 교회와 사회를 만들어가는 은총이 우리 모두에게 있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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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