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메리교회 담임목사
매년 11월은 다양한 선거가 있고 더군다나 올해는 대통령 선거까지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 주변에서 후보자로 나선 분들을 지지하거나 응원하는 친구나 이웃을 보게 됩니다. 특정 후보자의 캠프에서 일하면서 후보자와의 친분을 은근히 드러내어 자신이 특별한 사람인 것처럼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아마도 고위공직자를 친구나 친척으로 둔 사람들이 누려왔던 특권층에 대한 그리움의 후유증이라고나 할까요. 먼 타국에 새로운 문화권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이전에 살았던 그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특권층, 즉 권력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들을 대하는 신앙인의 건강한 자세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라는 생각을 하며 성경으로 돌아가 봅니다.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은 권력에 대한 바른 이해입니다. 느브갓네살의 후손이었던 벨사살 왕이 왕후와 후궁들 그리고 귀족들을 위해 특별히 베푼 연회석 상에서 벽에 손가락이 나타나 글을 쓰는 사건이 있습니다. 그 글의 의미를 알기 위해 다니엘이 왕에게 소개됩니다. 다니엘은 벨사살 왕 앞에서 권력에 대한 가장 깔끔하고 간단한 정의를 내립니다. 그 내용인즉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이 사람 나라를 다스리시며 자기의 뜻대로 누구든지 그 자리에 세우시는데 그렇게 주어진 것이 바로 권력’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권력자가 특별히 자신이 대단한 것처럼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자리에는 누구든지 하나님이 원하시면 앉힐 수가 있고 동시에 그 자리에서 쫒아낼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특별히 권력자들에게는 더 많은 고민과 생각과 의미를 부여하시고 평범한 우리에게는 그렇지 않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분명히 비성경적인 관점입니다. 우리 주님의 행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위에서 돌아가신 후 삼일째 부활하셨습니다. 주님이 부활하신 사실을 모르고 여성들이 예수님의 무덤을 찾았을 때 천사들이 일러 줍니다. 주님은 부활하시었고 갈릴리로 가실 테니 제자들에게 갈릴리로 가라고 안내합니다. 여기서 우리에게 질문이 생깁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왜 갈릴리로 가시는 것일까요? 갈릴리가 아니라 예루살렘의 헤롯궁궐이나 권력자들의 저택, 혹은 빌라도 총독의 관사나 대제사장 가야바와 안나스 앞에 나타나는 것이 훨씬 더 이후에 있을 복음사역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닌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은 변방의 갈릴리 땅으로 발을 옮기십니다. 이런 주님의 모습에서 우리에게 주시는 놀라운 위로와 소망이 보입니다. 주님의 마음 깊은 곳에는 권력자나 그들의 저택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주님을 믿고 자신의 삶을 맡긴 가난하고 평범한 갈릴리 변방의 제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그들을 통해서 이후에 있을 세계 선교와 복음화의 길을 열어 가시기 때문입니다.
너무 세속적인 권력이나 그 권좌에 앉은 사람들을 특이하게 볼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님의 관심은 느브갓네살이나 벨사살이 아니라 다니엘이었고 에스라였음을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그 하나님께서 오늘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곳은 바로 주님을 구주로 영접하고 그 주님이 맡기신 소명을 이루기 위해 좁고 가난한 사업장에서 조용히 기도하며 하루하루를 진실하게 살아가는 제자들의 삶의 자리이고 그렇게 살아가는 제자들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권력자에게 지나치게 기대거나 마음을 두는 것은 신앙인의 자세가 되지 못합니다.
바울은 로마교회에 글을 쓰면서 권력자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가르칩니다. 권력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성경적으로 사용하는 한 그 권력자를 존경하고 그를 위해 기도할 뿐 아니라 아울러 권력자들에게 주어야 할 것과 받아야 할 것, 즉 세금을 내는 것과 그 혜택을 받는 것이 바르게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잘못되면 신앙인들이라도 권력 앞에서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고 가르칩니다. 더 나아가 그 이상 권력에 대해 특별한 옹호나 도움이 필요함을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선거철에 자칫하면 눈에 보이는 권력자에게 우리의 마음을 빼앗길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권력자가 아니라 그들에게 권력을 부여하시는 주님의 관점과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우리는 더 담대하고 가치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기억합시다. 부활하신 주님의 마음은 헤롯궁궐이나 빌라도 총독의 관저가 아닌 제자들의 땀 냄새가 나는 땅, 바로 갈릴리였고 가난한 제자들이었습니다. 그 주님을 바라보며 삶의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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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