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드림포럼 대표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 중에는 결혼을 앞둔 여성들에게 이색적인 행사를 하는 부족이 있습니다. 먼저 참가 여성들이 각각 옥수수 밭에 한 고랑씩을 맡아 그 고랑에서 제일 크고 좋은 옥수수를 따는 여성이 승리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행사에는 특이한 규칙이 하나 있습니다. 밭을 돌다가 한 번 지나친 옥수수나무는 다시 돌아볼 수도 없고, 그 나무에 달린 옥수수를 딸 수도 없습니다. 오직 앞만 보고 가다가 마음에 드는 옥수수 하나만을 따야 합니다. 그리고 한 번 땄으면, 도중에 더 좋아 보이는 것이 있다고 해도 다신 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행사에 참여하는 여성들은 극히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날 세 명의 여성이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이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행사가 시작되자 신중히 옥수수를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옥수수 밭에서 나온 여성들은 처음에 있던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린 상태로 풀이 잔뜩 죽은 모습들이었습니다. 그녀들의 손에는 작고 형편없는 옥수수가 한 개씩 들려 있었는데 그 이유는 골라도, 너무 골랐기 때문입니다(펌).
한참을 웃었습니다.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녀들이 살아갈 인생 그리고 우리들의 인생이기도 합니다. 우리들에게 이런 경험들이 어디 한두 번입니까? 퍽이나 공감이 됩니다. 사랑도, 인생도, 직장도, 지도자도, 자동차도, 집도 등등 당시에는 가장 좋다 여겨져 선택했지만 시간이 지나가며 이리저리 비교하게 되고 다른 게 더 좋아 보입니다. 남의 손에 든 떡이 더 크게 보이는 사람들의 보편적 마음입니다. 그래서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하는 후회로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다 완벽한 인생은 없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반쪽도 완벽한 타인도 없고, 완벽한 직장도 완벽한 물건들도 없습니다. 지금은 그때그때의 최선들이 모인 시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뒤늦은 후회나 한탄이나 자조보다는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인정하고 나머지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시간을 갖고 채워가는 것이 지혜입니다.
생텍쥐페리는 “완벽함이란 더 이상 보탤 것이 남아 있지 않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성된다”고 말합니다. 가슴에 와 닿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보탤 것이 없는 상태를 완벽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완벽이란 서로가 서로를 채워가는 여유 안에서 상호 완성을 향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상담이론 중에 '수용전념치료' 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수용전념치료”는 말 그대로 수용(ACCEPTANCE)과 전념(COMMITMENT)을 강조합니다. 상담에서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어떤 문제가 있을 때 Personal Therapy, Group Therapy 등등의 심리치료, 상담치료들을 통하여 문제가 되는 것들을 반드시 해결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수용전념치료에서는 나를 힘들게 한 그 문제를 그 자체로 그냥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겁니다. “수용”입니다. 그리고 나의 인생에 내가 조금 더 가치 있고, 즐겁고, 기쁘고, 행복한 일을 찾아서 하라는 겁니다. “전념”입니다. 그러다 보면 나를 힘들게 했던 지난날의 인생의 문제들은, 현재의 내가 집중하는 그 즐겁고 기쁘고 행복한 일을 통하여 어느덧 대수롭지 않게 사라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수용-전념 치료”입니다.
여러분들에게 지나간 시간들은 어떤 의미입니까? 그 시간들은 어떤 의미들인지 간에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시간들, 사건들이었습니다. 그러니 지나간 인생들의 안 좋은 일들과 단점들을 단죄하고 아쉬워하고 한탄하고 괴로워하기보다는 그건 그대로 내가 당시의 나로서 최선을 다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수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더 이상 후회하지 말고 오늘은 하나님 안에서, 교회를 위해, 세상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신명나고 행복하고 기쁘고 감사한 일들을 찾아서 그 일에 전념해야 합니다. 그때 지나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인생의 모진 시간들과 아픈 사건들에서 자유하게 되고 그 자유함이 우리들을 치료하고 회복시키십니다. 수용과 전념의 신앙입니다.
코로나 팬더믹의 장기화에 따라 우리 모두 참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는 이제 적응도 되어 각자가 살아가는 하루하루 삶의 현장 속에서 새로운 삶의 패턴도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경제적인 생업의 창고도, 사회적인 여타 활동들도 계속되는 많은 제한 속에 어려운 것도 현실입니다. 이때 현실이 우리 인생의 타깃이 되어 절망하고 한탄만 해서는 안 됩니다. 코로나의 현실과 코로나 백신이 속히 개발될 줄로 믿고(수용) 우리가 이 가운데서도 가장 행복하고 기쁜 일들로 우리들의 삶을 채워나가야 합니다(전념), 이 가을에 서로가 서로를 채워가는 여유를 품기를 바랍니다. 말씀으로 맺습니다.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빌3: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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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