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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애가(哀歌)

최해근 목사

몽고메리교회 담임목사

매년 5월은 국가적으로 그리고 교회적으로 ‘가정의 달’로 보내고 있습니다. 어린이주일과 어버이주일을 지키면서 부모님들과 자녀들을 향한 성경적인 가르침을 돌아보며 가정을 다시금 세워가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온 자연이 새로운 생명체의 움직임으로 채워가는 이 아름다운 계절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우리 가정들에게 가장 아프고 슬픈 계절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번에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가장 많은 고통과 희생을 치르신 분들은 양로원에 계시는 연로하신 부모님들입니다.  지난 5월 9일자 뉴욕타임스에 실린 자료에 의하면 미국내의 전체 감염자 중에서 11% 사람들이 양로원과 같은 장기 요양시설에 계시던 분들입니다. 미국 전체 감염된 인구의 11%를 차지하지만, 생명을 잃은 희생자들을 기준으로 하여 보면 전체 희생자 중 33%가 요양원에 계시던 분들이셨습니다. 특히 일부 주의 경우, 예컨대 펜실베니아주의 경우에는 노인들의 희생비율이 무려 66%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통계수치는 한인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자료에서도 같은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뉴욕상조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3월 21일-4월 20일 한 달 동안 돌아가신 상조회 회원들의 숫자가 평소의 5배가 넘는 125명에 이릅니다.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걸었던 이민생활 1세대의 마지막 떠나시는 길이 평안함으로 넘치기를 간절히 바라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 모두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드립니다. 

사랑하는 가족 곁을 떠나는 것도 아픈 일인데 더욱 더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은 생애 마지막의 순간을 철저하게 외롭게 고독하게 떠날 수밖에 없다는 현실입니다. 병실에서의 면회가 허락되지 않는 가운데 계시다가 마지막을 맞으셨을 뿐만 아니라 이후의 장례 절차도 제대로 챙겨드리지 못하는 슬프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우리에게 남기고 있습니다. 심지어 사인(死因)이 코로나와 전혀 관계없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고인의 떠나는 길을 유가족들과 함께 믿음의 공동체가 모여 슬픔과 위로를 나눌 수 없기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외로움과 허전함을 남기고 있습니다. 

올해 어버이주일은 우리 부모님들에게 있어서 가장 외롭고 고통스러운 어버이주일이 되었습니다.  양로원에 계시는 부모님들을 찾아뵙고 따뜻한 인사도 나눌 수 없는, 마치 다른 세계에 계시는 것 같은 아픔과 나뉨을 가진 채 어버이주일을 보내었습니다. 낯선 곳, 언어가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이민자의 첫 걸음을 걸으시다 생애 후반부에 이전 어느 때보다 더 불안하고 외롭고 힘든 고통의 시기를 또 보내고 계십니다. 그래서 더 죄송스럽고 마음이 저려오고 가슴이 멍멍해 집니다. 

코로나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는 아이들은 전체 코로나 입원환자의 1%도 되지 않는다는 자료를 접하면서 이민 1세로 척박한 삶의 길을 걸으셨던 우리의 부모님들이 그 모든 짐을 2세와 3세를 위해 당신들이 다 짊어지고 생애 마지막을 걸어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대로 찾아뵙고 인사드릴 수도 없는 이 시기를 지나며 우리의 슬픈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너무 너무 죄송합니다.” 그 아프고 외로운 순간들을 홀로 걸어가시도록 할 수 밖에 없는 이 코로나 현실 앞에서 텅 빈 가슴을 움켜잡고 그저 울적이며 안타까움을 토할 뿐입니다.

그리고 마음 깊은 곳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이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이 아픔의 시간을 오직 ‘믿음’ 하나 붙잡고 모두 잘 견디시고 아름답고 푸른 계절에 다시 만나기를 기도합니다!

샬롬....                                                       

thechoi82@yahoo.com

05.16.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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