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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


요한복음 마지막 장인 21장은 주님이 부활 후 세 번째로 디베랴 바다로 제자들을 찾아가신 장면입니다. 거기엔 베드로를 포함한 7명의 제자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디베랴 바다는 어떤 곳입니까? 디베랴 바다는 제자들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를 보고 부활하신 예수를 2번이나 뵈었는데도 불구하고 두려움 가득안고 도망치듯 고향으로 돌아온 ‘좌절과 절망’의 바다였습니다. 일곱 제자들 가운데 베드로, 야고보, 요한은 여기서 잔뼈가 굵은 어부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물때와 물고기가 제일 잘 잡히는 시간을 알고 있었기에 밤이 새도록 그물을 던지고 또 던졌지만 결국 물고기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도저히 그들로는 이해할 수 없는 참담한 결과였습니다. 이때 주님이 배 오른편에 그물을 던지라고 하십니다. ‘순종하여 던졌더니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153마리의 물고기가 잡혔더라.’ 이 장면 안에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오늘은 단 한 가지 메시지에만 주력하려고 합니다. 2권짜리 요한복음 주석을 쓴 크레이크 키너(Craig Keener)는 이 장면을 이렇게 말합니다. “요한복음의 저자인 사도 요한은 이 장면을 상세히 기록하면서 오늘 이 디베랴 바다의 밤 이 장면, 이 사건을 통하여 우리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다. 그것은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요15:4-5)이다.” 그렇다면 디베랴 깊은 밤의 사건은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다시 한번 말씀을 상기시키시는 사건이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코로나사태를 접하면서 이 디베랴 바닷가의 장면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세계 최강의 거대한 힘을 가진 미국도 미생물 같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현실이 오버랩 되었습니다. 이번 코로나사태 안에서 우리는 세상에 무엇을 자랑할 수 있겠습니까? 막강한 군사력? 넘치는 경제력? 최첨단 의술? 우주를 넘나드는 과학기술? 역사를 꽃피우는 철학, 사상, 예술? 등등 그동안 우리들은 이런 것들을 자랑하고 큰 소리쳐 왔지 않습니까?(렘9:23-24) 그러나 우리는 이번 코로나사태를 통해 진정 우리들의 자랑이 다 한갓 바람에 나는 겨와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피조물의 연약함, 인간의 무지함을 다시 한번 새삼 인정하게 됩니다. 창조주 앞에 서 있는 나라는 존재에 대해 분명한 자리매김을 즉 ‘주님을 떠나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고난이 주는 유익’입니다. 절망과 좌절의 바닷가 디베랴 바다를 찾아오신 부활하신 주님께, 오늘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른 채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들을 만나주시고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간구해야 합니다(대하20:12-13). 부활하신 주님께서 찾아오셔서,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능치 못할 일이 전혀 없으신 두나미스의 능력으로 우리들을 긍휼히 여기사 하루속히 코로나 전염병을 거두어 주시기를 간곡히 청해야 합니다. 그리고 믿는 자들에게 지혜를 주사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이 속히 개발되도록 다 같이 중보 기도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기를! 하나님이 우리들에게 자비와 긍휼을 베푸시기를! 그리고 성전에 서서 겸손히, 간절히, 간곡히 땅을 치며 자복하고, 옷을 찢으며 통회하고, 가슴을 치며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로 하나님을 붙잡고 늘어져야 합니다. 거기에 건져내 주시는 구원이 있습니다(대하7:14, 20:9, 시91:2-3). 

코로나사태를 겪다보니 일상이 감사였지요? 일상이 축복이었지요? 여러 사람이 마주 앉아 팥빙수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얘기하던 그날이 그립습니다. 도로에 트레픽이 있던 때가, 거리마다 사람이 넘쳐날 때가, 가게마다 영화관에 스타디움에 식당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었을 때가,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지 않고 그냥 스스럼없이 만나고 대할 때가, 같이 여행을 계획하고 그 날을 기다릴 때가, 약속을 잡고 그 시간에 맞춰나갈 때가, 그때가 모두 다 그립습니다. 일상이 그리워집니다. 일상이 감사요 축복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불평 가득히 살았던 지난날을 돌이켜 보며 회개합니다. 일상이 감사요, 일상이 축복이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이 또한 ‘고난이 주는 유익’입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아직 더 좋은 것은 오지 않았다’는 확신을 갖고 인내하며 기다리고 기다렸더니, 주께서 건져주시는 구원의 역사가 우리 모두에게 임하실 것입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에게, 코로나를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시는 의료진들과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정부관계자들 모두에게 주님의 위로와 은총과 강건하심이 함께 하시기를 진정 중보하며 기도합니다. 주님께서 특별하신 은총을 베푸셔서 치료제와 백신이 나오기를 기도하며, 우리 모두 끝까지 잘 견디며 대처해 나갈 수 있도록 주여! 힘과 용기와 희망과 지혜를 모두어 주옵소서! 아멘. 

“디베랴 바다 깊은 밤에 주님이 주신 메시지,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

pastor.eun@gmail.com

 

04.04.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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