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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그리스도인의 위기 대처

김인환 목사

전 총신대 총장

현재 중국 우한에서 출발한 팬데믹(pandemic) 신종 크로나바이러스 19(COVID 19) 확산의 급속도와 광범위한 후유증 때문에 전 세계가 공포의 도가니에 빠졌다. 이 질병이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급속한 확산이 야기하는 공포로 우리들의 일상생활과 정치, 경제, 교육, 문화, 종교 등등의 모든 영역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질병의 급속한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은 나름대로 매우 다양한 대책을 내놓으며 각국이 소유한 모든 것을 동원해서 적극적으로 활발하게 대처하고 또 투명한 정보공개, 방대한 접촉자 추적체계구축, 대규모 검사를 위한 각종 기기와 의술의 개발과 시술을 서로 공유하고 있지만 이 질병을 조기에 극복한다는 것이 그렇게 용이하지 않는 것 같다. 꽤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 질병의 급속한 확산이 야기하는 전 세계적 공포현상을 보면서 주전 10-11세기 경 이스라엘의 사무엘 선지자의 초기 시대에 하나님께서 블레셋 민족에게 내린 독한 종기(겨드랑이나 사타구니 등 신체의 은밀한 곳의 임파선이 부어올라 발생한 종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음)의 재앙으로 이 역병이 블레셋의 중심도시인 아스돗에 매우 급속하게 전염되어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많은 시민이 죽어간 사건이 연상되었다. 이러한 혹독한 재앙을 블레셋 민족은 견디지 못하고, 결국 그들이 이스라엘 민족에게서 탈취한 언약궤를 성결한 의식을 행하면서 벧 세메스로 돌려보냈다. 벧 세메스는 레위인들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이었다. 그들이 이 언약궤가 돌아오자 블레셋 진영에서 매우 신기한 능력을 행한 언약궤에 대한 호기심과 미신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언약궤에 대한 율법을 어기고 그 언약궤 안을 들어다보다 그 작은 마을의 사람들이 거의 몰살하다시피 했다. 하나님에 의해 전 세계 민족의 제사장 나라로 세움을 받은 이스라엘 민족의 제사장 지파인 레위인들의 이러한 행위는 결코 언약궤를 빼앗긴 자국을 위해서나 하나님의 징벌을 받는 블레셋 민족을 향한 성숙한 행위는 아니다.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참 대제사장인 그리스도와 연합되므로 우리들은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 만민을 위한 제사장들이다. 이러한 우리들은 오늘의 전 세계적인 팬데믹 위기 앞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대처일까? 대구 경북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성숙한 시민정신을 발휘하면서 이 위기를 대처하므로 국내외에서 칭찬이 자자하다. 이와 같이 우리들도 이 세계적 위기에 직면한 이때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정신을 발휘하여 우리들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신뢰와 존경과 사랑을 받도록 하면서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려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무슨 특별하고도 기발한 대책을 강구하기보다 가장 기본적인 원칙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들은 무엇보다 먼저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를 더욱 깊게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천지의 주재이신 하나님의 섭리의 일환으로 일어나는 이러한 사태가 우리 사회와 교회 및 나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던져주고 있는가를 성경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면서 깊이 음미하고 통찰해야 할 것이다. 지나친 공포감에 사로잡혀 우왕좌왕하지 말고 우리들을 구원하시고 보호해주시는 능력과 사랑을 믿는 믿음 가지고 의젓하게 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이웃과 사회와의 관계를 더욱 온전하게 가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사도 요한은 “그가 우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셨으니 우리가 이로써 사랑을 알고 우리도 형제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 것이 마땅하니라”(요일3:16)고 하였다. 확진 판정을 받았거나 죽음을 당한 이웃과 영업에 심각한 손상을 입고 있는 자들에게 이러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것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구체적인 방법이자 표현이다. 이를 위해 자기관리를 잘하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 국가와 지역사회 및 각 직장의 대처 시책이 하나님에 대한 예배와 섬김을 방해하거나 정지하지 않는 한 그 시책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솔선수범하면서 공익과 공공질서를 지키는데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이기심을 억제하고 항상 먼저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가 율법을 완성한 후 영과 진리로 예배하도록 하셨기에 사정과 형편에 따라 예배의 형태와 장소는 다양할 수 있다. 주일날의 예배 모임을 비롯한 교회의 각종 모임을 폐하는 것만이 위기대처의 능사가 아니며, 이를 존속하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무엇이 하나님을 기쁘게 할 것인가를 깊이 숙고하면서 상황에 가장 적절하게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신천지에 속한 자들이 자신들의 선교사역에 충실한답시고, 감염사실을 은폐하면서까지 광신적으로 행동하므로 온 사회에 역병의 파급을 촉진하는 행위는 사람의 도리가 아니며 일종의 범죄행위이다. 이러한 위기에도 우리 성도들은 하나님에 대한 예배와 복음 사역에 생명을 바쳐야 하지만, 그 모든 일사각오의 사명수행이 하나님을 욕되게 할 때 그것은 반 하나님적인 광신적 행위에 지나지 않을 뿐, 결코 우리 주님이 기뻐하시는 성숙한 성도의 삶의 태도는 아님을 명심하자.   

03.21.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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