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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지나는 교회의 자세

이동진 목사

(성화장로교회)

한 엄마가 어린나이에 세상을 떠난 딸로 인해 슬픔 속에 빠져있었다. 그런데 과학이 이 엄마를 찾아왔고, 언론은 엄마의 슬픔을 어루만질 과학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눈과 귀와 손에 장비를 갖추고 스튜디오 안에 선 엄마에게 잠시 후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그렇게도 보고 싶던 아이가 눈앞에 나타나 꽃밭을 뛰어다니는 것이 아닌가. 빈 공간인 스튜디오 안에 홀로 서서 두 팔을 허우적거리는 현실의 모습 한 켠에 과학장비를 통해 바라보는 가상현실을 보여주는 화면이 함께 나타났다. ‘휴먼다큐멘터리-너를 만났다’라는 프로그램에서 VR을 통해 딸을 만나는 엄마의 이야기였다. 엄마는 너무 반가워서 팔을 벌려 딸을 안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나비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딸과 재회를 약속하며 손을 흔들고 인사를 한다. 그리고 엄마는 머리와 손에 장비들을 착용한 채 텅 빈 스튜디오에 서있다. 현실이 아니라 가상현실이었다.

이 VR-AR 체험 후 이 엄마가 더 행복해지고 일상의 삶으로 안심하고 돌아와 있는지, 아니면 딸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절실해져서 여전히 삶을 힘들어하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그 애절한 그리움에서 벗어나 계속 살아야할 삶을 아름답게 꾸며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가상현실(假想現實). 꿈이라도 좋으니까 한번만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인류문명의 발달은 경이롭다. 과학은 더 세밀하고 친밀하게 발전할 것이고 우리는 놀라운 발전 현실 속에서 실제 현실을 잃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이미 실제 갈 수 없지만 거의 유사한 느낌으로 우주체험을 경험하는 콘텐츠가 개발되었고, 의료분야에서도 PTSD주의력결핍과잉행동증후군(ADHD), 치매치료 등에 가상현실 컨텐츠를 통한 수술과 재활에 효과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AI(인공지능)이 있다. 로봇태권V, 아톰소년 같은 만화 속의 이야기들이 실제로 감각과 느낌을 통해 경험되어질 수 있는 시대에 교회는 어떻게, 무엇을 준비해야할까? 코로나19 감염증으로 주일 공동체예배가 영상으로 대체되고, ‘모이기를 힘쓰라’는 말씀보다 ‘가까이 하지 말라’는 바이러스의 메시지가 더 강력해진 지금, 교회는 무엇을 말해야하고, 어떻게 말해야하는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현상으로, 사회상황으로 또는 의학적 결단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 교회가 근본적으로 제시하는 답이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교회가 지켜야할 현실적 문제는 ‘생명을 걸고 지킬 주일성수’의 관점이 아니라는데 어려움이 있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접촉을 피해야 한다는데....

두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각자 진정한 예배회복을 하자. 둘째, 비슷한 진리가 아니라 유일하고 바른 진리의 길에 서자. 가상현실보다 더 실제적인 체험의 문이 열려있다. 영적체험이다. 고글 장갑을 장착하고 허공에 허우적거리는 몸짓으로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하나님과의 만남을 체험하는 신앙의 자리가 분명히 있다는 사실을 믿는 것이 기독교신앙이다. 그 믿음을 통해, 질병의 위험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게 되고,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낯선 예배의 방법이 혼란스러운가? 가상현실을 경험한다고 실제 현실의 삶을 버릴 수 없는 것처럼 예배는 언제든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이제 무리져 모여 멋진 무대(? 강단)를 바라보며 세련된 강연 듣듯이 참여하던 청중으로서의 예배를 정리하고 ‘나의 예배’를 새롭게 확인하는 기회임을 깨달아야한다. 그리고 신천지 같은 거짓믿음은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것이다. 바른 믿음의 자리를 확인하는 기회임을 깨닫게 하심이 아니겠는가?

병자호란 때 예조판서로 척화항전을 주장하던 김상헌이 포로로 잡혀가면서 노래한 시조 한 구절이 떠오른다. ‘시절이 하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그런데 성경은, ‘시절이 하수상해도 그 나라는 반드시 온다’는 사실을 외치고 있다. 시절이 하수상해도 바른 믿음의 길에 서야할 이유이다.

 

03.14.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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