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총신대 총장
2020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새해가 시작되면 이 새해가 지난 해보다는 더 발전된 한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새로운 계획도 세우고 이를 실천할 전략을 짜곤 한다. 성공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 중에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발전을 추구하지 않는 인생이란 사실 그 존재자체의 의미와 가치 및 방향성을 상실한 인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우리들의 삶의 경험적 진리이기도 하지만 성경이 가르치는 진리이다. 그래서 사람은 보편적으로 발전 혹은 진보를 추구하는 본질과 본능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이 진보에 대립되는 개념과 삶의 방식이 현실을 그대로 보존하자는 것 즉 보수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의 결과로 형성된 한 새 사람으로서의 교회(엡2:15)는 진보적이어야 하는가? 아니면 보수적이어야 하는가? 성경적으로 진보와 보수는 과연 대립적 개념인가?
진보와 보수가 역사 속에서 상호대립적인 개념으로 사용된 것은 18세기 말엽에 일어난 불란서혁명을 그 배경으로 한다. 이 혁명은 봉건시대의 왕권이라는 낡은 질서를 허물고 국민주권에 입각한 자유주의라는 새로운 질서를 추구하는 급진성과 과격성 때문에 불란서사회에 무질서가 초래되었다. 이러한 무질서를 초래한 급진적이며 과격한 혁명이 영국으로 번져 또 다른 무질서를 야기할 것을 두려워한 에드먼드 버크(Edmond Burke)는 “프랑스혁명에 대한 성찰(Reflections on the Revolution in France)”이라는 저서를 통해 불란서혁명의 급진적 파괴에 대항해서 인간사회에는 역사 속에서 쌓아온 것 중에서 보존하고 지켜야 할 가치들이 있음을 주장하였다. 이때 그는 이를 보수(conservatism)라는 용어로 표현하였다. 이때로부터 불란서혁명의 급진(radicalism)은 마르크스의 사회주의/공산주의 실현을 위한 혁명사상과 접목되면서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기 위해 현실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그들의 정치적 구호와 그 사상을 대변하는 전용어로 정착되었다. 이러한 공산주의적 급진성은 역사적으로 공포감을 초래하므로 진보라는 용어로 용해되어 그 급진성과 과격성을 숨기고 있을 뿐이다. 반면 보수는 그 후 자본주의의 자유주의사상과 접목되면서 현실을 유지하면서 잘못된 부분을 점진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자본주의사상을 대변하는 정치적 용어로 정착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발전과정의 안목으로 보수와 진보라는 용어를 살펴볼 때 보수는 기존의 질서와 가치를 보존하려는 수구적인 성향을 나타내는 반면에 진보란 현실을 파괴하고 새로운 질서를 도입하려는 혁명적 성향을 나타낸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 만연한 갈등과 대립을 초래하는 양대 이념이다.
그러나 성경적인 진보는 개혁적 성향을 반영하지만, 혁명적 성향을 전혀 내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개혁은 과거역사와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보수) 이미 세워진 궁극적 비전을 현실화하기위해 꾸준히 현실을 변화시키며 그 발전을 주도(진보)하는 반면, 혁명은 과거역사 및 제도와 단절하고 혁명주도세력이 세운 새로운 질서와 사회를 건설하는데 초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경은 보수와 진보를 상호대립적인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 성경의 보수는 진보를 내포 및 지향하고 있으며 진보는 보수를 그 바탕(foundation) 혹은 틀(frmae)로 삼고 부단하게 발전해가면서 궁극적 하나님의 창조적 경륜 즉 신적 비전을 성취해간다. 그러므로 성경에서 보수와 진보는 상호보완적이어서 인간의 삶의 두 축이 되어야 함을 가르친다. 이것을 교회역사에서는 개혁이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중세시대의 교회의 부패와 그 부패한 교회에 의해 지배되던 개인과 사회와 국가를 변화시켜 그리스도의 완결된 구속사역에 의해 성취되어진 하나님의 창조경륜을 현실화내지 실재화를 추구한 종교개혁가들의 사상과 삶속에 이러한 개혁성이 분명하게 정의되고 구체화되었다. 그들은 성경의 권위에 절대적으로 순종하면서 성경이 지향하는 개인과 교회와 사회건설을 추구했다.
오늘의 개신교는 이러한 종교개혁가들의 개혁성을 성경적인 명령과 역사적인 유산으로 알고 실천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교회를 구성하는 각 성도들의 삶에서 이러한 개혁적인 삶이 이루어질 때 개혁교회는 교회다운 교회일 수 있으며 사회와 국가를 바로 잡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 각 성도와 교회에 주신 삶을 성취할 수 있고,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며 그 나라를 영광스럽게 할 수 있다.
한해가 지나가고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역사의 주인이시며 하나님나라의 왕이신 예수그리스도가 다시 재림하여 이 세상에 아직도 남아있는 악의 세력과 그 문화적 유산을 완전히 제거하고 그가 이미 이 땅에 세운 하나님의 나라를 절정에 이르게 할 날이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것을 지시한다. 우리들의 영원한 왕이 다시 오실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이 한해도 개혁적인 나, 개혁적인 교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보자.
01.25.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