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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탄핵보다 더 큰 상처

최해근 목사

몽고메리교회 담임목사

지난 1월 15일 목요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상원에서의 탄핵절차가 공식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존 로버트 연방대법원장이 재판장으로, 상원의원 100명이 배심원이 되어 탄핵재판은 진행됩니다. 지난해 12월 18일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된 후 거의 한 달 만에 상원에서 마지막 결정을 하게 된 것입니다. 작년 12월 하원을 통과할 때 여당인 공화당에서는 단 한 사람도 찬성한 사람이 없었고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몇 이탈표가 나왔지만 230대 197로 탄핵안이 통과되었습니다.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한 건은 전적으로 하원의 권한으로 하원에서 과반수이상의 찬성으로 탄핵소추가 결정되면 상원으로 넘겨져 탄핵재판을 한 후 마지막 결정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과정은 앞으로 미국 역사에 상당한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여야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합니다. 

현재 하원은 과반수이상이 야당인 민주당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수당인 민주당이 원하면 언제든지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는 전통을 남기게 됨으로써 전체 국민들이 선택한 대통령이 정치적인 당략에 의해 쫓겨날 가능성이 열리게 된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대통령의 탄핵은 여당과 야당이 공조하여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마친 후에 하원에서 의결하고 곧 이어서 상원에서 최종적으로 탄핵재판을 걸쳐 결정됩니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는 여당과 야당 사이에 공조와 합의 없이 다수당인 민주당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향후 상당한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다고 역사학자들이 경고합니다. 하원을 장악한 다수당이 원하면 대통령까지도 국민의 의사와 관계없이 탄핵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11일-14일 사이에 나온 여론흐름을 보면 탄핵에 반대하는 여론이 우세했습니다. 민주, 공화, 무소속을 다 합친 자료를 보면 122:138로 탄핵을 반대하는 쪽이 높게 나옵니다. 국민들은 이 시점에서 자신들이 선출한 대통령을 의회에서 탄핵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더 많이 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은 공화당이 다수당인 상원에서는 같은 당인 대통령의 탄핵이 부결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탄핵의 과정을 지나면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또 다른 문제는 정치인과 그들의 언어에 대한 불신입니다. 하원에서 제기된 탄핵의 심각성은 대단했습니다. 자신의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의 수사력을 동원하려는 대통령은 한시라도 빨리 대통령직에서 하야시켜야 할 만큼 사안이 엄중하고 긴급하다고 했습니다. ‘긴급’하다는 단어와 주장을 여러 번에 걸쳐 사용하며 그런 사건의 긴급성으로 인해 성탄절 이전에 탄핵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켰습니다. 그런데 정작 탄핵안이 하원에서 통과된 후에도 마지막 심의와 결정을 위해 상원으로 넘겨지지 않은 채 거의 1달, 정확하게는 28일 동안 지체되었습니다. 나름대로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지만 그 모든 이유를 가만하더라도 국민 앞에서 ‘탄핵의 긴급함’을 그토록 강조하며 사건의 심각성을 말하던 때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모순된 행동에 정말 많은 실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치인들도 죄성을 가지고 태어난 인간이기 때문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이중성을 감한하더라도 이번 경우는 얼마든지 그런 이중성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탄핵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를 넘어 국민 앞에 솔직하고 정직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국민들을 설득하고 그리고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선택에 맡기는 겸허하고 정직한 모습이 훨씬 더 아름답고 신뢰받는 길이 될 것입니다. 작고하신 메케인 대통령 후보가 오바마 대통령 후보에게 대선에서 패한 후 메케인 후보는 국민들이 백인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무턱대고 후원하지 않고 피부색을 넘어 미국의 가치인 자유와 평등에 근거하여 흑인인 오바마 후보를 선택했다는 사실에 대해 미국의 가치가 지켜졌기에 자신은 너무도 고맙고 감사하며 오바마 같은 후보와 함께 대선에서 경선할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 영광스러웠다는 뜻을 표현했습니다. 진실과 정직에 근거한 신뢰받는 정치인이 한층 더 그리워지는 시기입니다. 성경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악을 선으로 이기는’ 그런 신실함만이 한 시대를 넘어 다음 시대를 바르게 세워갈 것입니다.

곧 탄핵에 대한 최종결정이 나오게 될 것이고 그리고 탄핵은 역사 속으로 묻혀 질 것입니다. 그러나 탄핵이라는 과정 속에서 일어난 정치인들의 행적은 국민들에게 지도자로서의 남겨야 할 정직과 신뢰가 아닌 언어의 유희였다는 점이 보이지 않는 가장 큰 손실이 될 것입니다. 한 국가를 이끌고 있는 지도자들에 대한 신뢰가 무너짐은 한 사회의 어른들의 무너짐을 의미합니다. 조금씩 부서지고 무너져 내리는 지도자들의 삶과 정직함의 회복을 위해 더 많이 자주 기도의 골방으로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십니다.

이 아픈 나라를 위해 더 많이 기도하는 신앙인의 걸음을 걷기를 소망하며... 

thechoi82@yahoo.com

02.08.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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