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메리교회 담임목사
미국대통령 선거가 있으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내년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후보경선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6월 26일 민주당 후보자들이 첫 경선 TV토론을 했는데 대략 1,800만명 이상이 시청을 했습니다. 자타가 공인했던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생각지 못한 과거의 정치행적이 나오면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내용인즉 대통령 후보 중의 한 사람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바이든 부통령이 자신의 정치행적을 소개한 부분에 이의를 제기한 것입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1970-80년대에 민주, 공화 양당이 함께 뜻을 모아 정책을 입안했던 과거 경험을 소개하며 그 때는 상대 당과도 협치가 가능했음을 자랑삼아 말했습니다. 그런 바이든 후보의 말에 흑인 혼혈여성인 해리스 후보자가 바이든이 공화당과 함께 뜻을 모아 만들었던 정책 중의 하나인 ‘버싱(busing) 거부’ 안건을 언급했습니다.
버싱이란 공립학교가 흑백 인종 중심으로 지나치게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이를 완화하기 위해 흑인 학생들이 자기가 속한 학군의 학교에 가는 것이 아니라 버스를 타고 백인 학생들이 다니는 다른 학군에 소속된 학교에 가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립학교에 흑인학생과 백인학생들을 인위적으로 섞으려는 정책이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백인학생들과 유색인종 학생들을 혼합하기 위해 학군을 넘어 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허락한 정책입니다.
그런데 그런 흑백혼합 정책에 바이든 부통령이 상대편 공화당 의원들과 같이 뜻을 모아 반대를 했는데 그때 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니던 학생 중의 한 사람이 바로 해리스 후보자 자기였다는 것입니다. 해리스 후보자가 “캘리포니아에서 좀 더 나은 학교에 가려고 버스를 타던 작은 소녀가 바로 나”라고 울먹이는 투로 말하며 정치는 이상적인 내용들을 놓고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재빠르게 움직이며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주어야 함을 지적했습니다.
TV토론이 끝난 후 언론에서는 해리스 후보자가 ‘정치보다도 더 큰 폭탄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유인즉 백인들의 인종차별적인 태도와 행동에 대해 흑인들은 늘 ‘용서하고 이해하며 살자’고 말하며 여기까지 왔지만 결과는 아무런 변화도 만들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인종차별을 한 당사자들인 백인사회는 반성의 움직임 대신 오히려 흑인들은 백인들이 무슨 일을 하든 언제나 용서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만만하게 보기 때문에 이제는 그러한 용서와 이해의 자세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용된 신종단어가 용서피로증(Forgiveness fatigue) 입니다.
그렇습니다. 나보다 약한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갑’의 위치에 있는 내가 한 잘못에 대해서는 용서할 수밖에 없다고 자만하며 피해를 당한 약자의 아픔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무시하는 언행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그리고 특히 신앙인들의 인간관계에서는 거부되어야 합니다. 내가 영주권 스폰서를 해주기 때문에 설령 내가 무슨 잘못을 하더라도 스폰서를 받는 그 사람이 당연히 이해하며 참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이제는 우리 교회와 이민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부분입니다. 내게 힘이 있기 때문에 나보다 약한 사람이 내게 베푸는 용서와 긍휼을 귀하게 여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약자의 용서를 무시하는 자세는 복음을 가슴에 품은 사람의 모습이 아닐 것입니다. 약자의 용서도 강자의 용서만큼이나 귀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개인과 사회! 오늘 회개하고 사흘 뒤에 같은 죄를 범하는 죄인들이지만 오늘 그 죄인의 참회함을 값지고 귀하게 받아주시는 하나님의 진실한 마음이 이 땅을 살아가는 신앙인들의 마음이 되기를 기도하며...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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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3.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