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에 제가 감독으로 섬기고 있는 기독교대한 감리회 미주자치연회에 소속된 교회들이 한국의 세월 호 합창단을 초청해 ‘미주순회공연’을 가졌습니다. 제 가 작년 10월 인천에서 열린 기독교대한감리회 제 33 차 총회에 참석했는데 그때 세월호 유가족들의 대부로 불리는 안산 화정교회 박인환 목사님을 만났습니다. 40 년전 감리교신학대학교를 다니던 시절부터 잘 아는 분 입니다. 이분께서 넙숙 저에게 세월호합창단 미주순회 공연을 도와줄 수 있겠냐고 기습을 하셔서 얼떨결에 그 렇게 하자고 대답하며 이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박 목사님은 자신이 담임하고 있는 화정교회에서 어 릴 적부터 뛰어놀던 그러나 세월호 침몰 중 먼저 구조 되어 살 수 있었는데 자기 친구를 구하러 들어갔다가 희생된 “예은이”, 예은이는 박 인환 목사님이 담임목사로 시무하는 안산 화정교회 박은희 전도사님의 딸입니다. 어 릴 적부터 지켜본 예은이 때문이었을까... 박 목사님은 지난 5년간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들에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해왔습니다. 이런 박 목사 님의 요청을 어떻게 거절하랴 싶어 LA, SF, NY, 캐나다 토론토 4번의 공연을 준비했 습니다. 준비하며 원칙을 세웠습니다. 우리가 주최가 되지 말고 지역마다 조직되어 있는 세사모(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모임)들이 중심이 되어 지역 공연을 준비 하도록 하고, 우리는 이렇게 할 수 있도록 돕기로 하였습니다. 각 지역마다 있는 세 사모 모임들은 실제로 세월호 유가족들을 이렇게 많이 만나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 니다. 준비하면서 애당초 계획한 합창단 15명이 점점 불어나더니 30명이 순회공연
에 참가하게 되서 조금 힘은 들었지만 그만큼 보람도 더 컸습니다.
LA는 예수마을감리교회, SF는 산호세 웨스트민스터장로교회, NY은 퀸즈칼리지 강당, 토론토는 요크 시청홀에서 각기 공연을 가졌고, 각 지역마다 버스킹을 하고 간 담회를 개최하고 지역 세사모들을 만나는 유익한 시간들도 가졌습니다. 전 일정을 동행하신 한 분 목사님 그리고 순회공연 일정 중 각 지역에서 참여하신 15교회와 목 사님들이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이들을 위해 묵묵히 헌신해주셔서 가능한 일이었 습니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도 많은 분들이 세월호 합창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 기에 논란도 많았습니다. 특히 이 일은 보수적인 이민사회나 이민교회들에게 더 민 감했습니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이를 이용하건 말건, 보수건 진보건을 다 떠나서, 정 말 우리들이 바라보고 공감해야 하는 부분은 “활짝 펴보지도 못한 채 꽃다운 인생을 마감해야 했던 나의 딸들, 나의 아들들”을 하늘나라로 먼저 보내고, 가슴에 품고 사 는 엄마, 아빠들의 그 마음입니다. 엄마 아빠들의 가슴은 바로 이 어린 딸들을 묻은 묘지였습니다. 정말 묻고 싶습니다. 만약 내 딸이, 내 아들이 그런 참사를 당하고 5년 이 지난 오늘까지 왜 이렇게 됐는지 아직도 그 원인을 정확히 밝혀내지 못한 채 있다 면, 저나 여러분들은 어찌하실건지요? 그래서 이들은 터진 가슴을 안고 외쳐 ‘노래’
합니다. 먼저 하늘나라로 간 내 자식들을 그리워하며 ‘노래’합니다.
이들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같이 가슴으로 울고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공감’입니 다. 그래서 이들은 ‘노래’합니다. 왜 내 자식들이 이렇게 엄마 아빠보다 먼저 하늘나 라로 가게 됐는지 알고 싶어서 정말 그 이유만이라도 알고 싶어서 ‘노래’합니다. 그 래서 이들은 ‘노래’합니다. 자기들과 같은 아픔을 겪는 곳을 찾아다니며 ‘노래’합니 다. 아무리 힘든 고통 중에 있더라도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고 가슴에 품고 살수밖에 없는 그들보다는 덜 고통스럽기에 그들의 ‘노래’가 위로가 되고 그들의 ‘노래’에서 다시 힘을 얻게 되기에 그들은 ‘노래’합니다. 뉴욕에서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그라운 드 제로를 너무나 한참동안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들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안 산시에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광장을 만들려고 하기에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그 라운드 제로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교회는 고통당하는 자들을 위로하며, 눈물 흘리는 자들을 같이 껴안고 눈물을 닦아주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과 함께 하 며, 누구도 차별 당하지 않는 억울함이 없는 세상, 즉 하나님의 공의가 하수같이 흐
르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에 기도하며 참여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교회에 소금과 빛이 되라’고 하신 적이 없으십니다. 예수님은 ‘세상의 빛
과 소금이 되라’고 하셨습니다. 세상을 더 이상 썩지 않게 만드는 소금의 역할, 세상 을 더 이상 암흑으로 만들지 않게 하기 위한 빛의 사명. 어느덧 우리들은 교회부흥과 성장신화 속에 갇혀 이 사명을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반문해봅니다. 물론 교회도 부 흥하고 성장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와 못지않게 하나님 나라의 공의도 함께 세워 나 가야 합니다. 이 땅의 모든 교회들이 세상과 같이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에 길들여진 상호비난의 자리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이 땅위에 이뤄지는 하나님 나라’를 세워나가기 위해 마땅한 균형과 조화를 이뤄나가는 “우리들의 교회”가 되기 를 기대하고 소망해보며, 한번 생각하고 싶어 적어봅니다.
06.29.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