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교회, 풀러 Th. M
성경에서 예레미야는 인간적인 면모가 짙게 느껴지는 선지자라 할 수 있다. 그는 부르심 받을 때에도 자기는 어리고 말할 줄도 몰라서 선지자로는 부적합하다고 거절했던 사람이다. 눈물의 선지자라고 할 만큼 고생을 많이 당한 사람이었는데 고통을 의연하게 당하기보다는 범상한 사람들처럼 한없이 무기력하고 가급적이면 고통을 피하고 싶어 한 사람이기도 했다. 왕을 만난 자리에서는 다시는 저 캄캄한 감옥에 들어가지 않게 해달라고 사정하기도 한 어찌 보면 좀 비굴한 모습조차 보이는, 그래서 더 인간미가 느껴지기도 한 선지자였다. 단 한 번도 기적을 일으키지도 못한 연약하고 평범한 선지자였으나 언제나 하나님의 말씀만은 받은 그대로 충직하게 전하여 사람들이 싫어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는 실제로 살해 위협을 당하기도 하였고, 자기를 괴롭히는 사람들로 인해 선지자 사역을 그만둘 마음도 많았던 사람이고, 그들을 죽여주시기를 구하기도 했던 너무나 인간적인 선지자였다.
그가 현실의 어려움 때문에 하나님께 항변할 때 그는 이런 대답을 기대했을 것 같다. “너무 힘들겠구나. 내년 이맘때까지는 내가 다 악한 인간들을 정리해 줄게.” 아니면, 최소한 “나도 네 마음 안다. 얼마나 힘드냐?”고 위로해 주시기를 기대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예레미야의 부르짖음에 하나님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만일 네가 보행자와 함께 달려도 피곤하면 어찌 능히 말과 경주하겠느냐?” 말의 평균 시속이 70km인 반면 건강한 사람의 평균 시속은 10km에 불과하다. 말과 경주를 한다니, 어불성설이다. 그렇다면 이 말씀은 결국 선지자 예레미야에게 약한 소리 하지 말라는 뜻이다. “너, 지금 너무 약한 소리 하는 것 아니냐?” 하나님은 그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다 아시지만 이런 방식으로 예레미야에게 그 사명을 다하라고 다그치시는 것이다. “힘들다. 어렵다. 지쳤다. 여기까지다. 이제 더 이상은 못 하겠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의 입에서 이런 소리들이 새어나오기 시작하였다. 하나님의 기대와 달리 우리는 달리기도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한데 말과 경주라니?
이집트의 기독교 신자들을 콥틱교도라 한다. 콥틱교는 개신교와 외견적으로는 많이 다르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이다. 현재 이집트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천만 명이 콥틱교도다. 7세기에 이슬람이 이집트를 정복한 이후에 기독교 말살정책으로 박해를 당하며 차별을 당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1300년이 넘게 자신들의 신앙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그들은 사회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을 나와도 관공서나 직장에는 들어갈 수 없어서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이고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산다.
어느 날 정부의 지도자가 콥틱교 지도자에게 찾아와서 모카탐 마을에 가서 살면 신앙의 자유를 주겠다고 하였다. 모카탐은 서울의 난지도와 같은 곳이다. 언제나 악취가 진동을 하며 쓰레기와 먼지뿐인 곳이다. 예배를 자유롭게 드릴 수 있다는 말에 주저 없이 수락하여 대부분의 신자들이 그곳에 가서 산다.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되새기기 위해 팔뚝에 십자가 문신을 한다. 그곳의 성도들은 모카탐에 살면서도 항상 밝은 표정을 잊지 않는다. 놀랍게도 쓰레기 하치장을 지나 깊숙이 들어가면 2만 명이 동시에 예배를 드릴 수 있는 바위를 깎아 만든 지하동굴교회가 있다. 이 동굴교회는 이집트의 성지순례 코스가 될 정도로 유명하다.
지난 2015년 리비아의 해변에서 이슬람국가 IS에 의해 21명의 청년들이 참수되는 비극적 사건이 벌어졌다. 그들은 모두 이집트에서 돈 벌러간 콥틱 청년들이었다. IS는 신앙을 부인하고 회교도가 되면 죽이지 않겠다고 위협하였다. 하지만 그들 중 아무도 예수를 부인하지 않았고 참수되어 해변을 피로 물들였다. 그들은 말과의 경주에서도 승리한 자들이다. 언제부턴가 그리스도인들이 나약해져 버렸다. 우리는 말과의 경주도 해야 할 사람들인데... 더 강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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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