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날을 맞아 이색적인 현수막이 서울의 한 동네에 걸렸습니다. “꽃으로 퉁칠 생각 마라. -엄마가” 어머니날에 카네이션 한 송이 달아주는 것만으로 퉁치고 지나가려는 마음을 갖고 있는 자녀들에게 어머니들이 주는 경계경보 발령입니다. 자녀들을 한방 먹이는 엄마들은 도대체 무엇을 원하시는 것일까? 그 현수막 위에 “엄마의 마음을 조금만이라도 더 헤아릴 수 없겠니?” 말씀하시는 우리 엄마의 모습이 보입니다.
어머니가 자식에 대한 마음은 아마 세상의 그 어떤 것에도 비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이를 갖고서는 이 아이가 무사히 건강하게 잘 태어날 수 있도록 그 좋아하던 커피도 끊고, 아이에게 좋다면 안 먹던 우유도 하루에 여러 잔씩 마시고, 아이에게 무리가 갈까봐 걷는 것도 조심조심, 그렇게 노심초사한 후 해산의 고통을 겪고 아이를 이 세상에서 가장 처음 만나게 됩니다.
엄마들은 세상에 태어난 내 아이가 조금씩 커가면서 자기 이름 한자 한자 써 가면 박수치고, 가게 가서 거스름돈만 잘 받아와도 아주 비상하고 특별한 아이인 줄 알고 기뻐합니다.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갖고 삑삑만 대도 유명한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린의 대가가 될 것처럼 뿌듯하게 자랑스러운 것이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착각입니다. 착각은 자유입니다. 그러나 착각이라도 즐거운데 어쩌란 말입니까? 이 세상에서 어머니의 이 착각을 빼앗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자라나면서 그 착각이 현실을 만나 하나씩 깨어져 가지만, 그렇다고 그 즐거움과 사랑이 좀처럼 식어지지 않는 것이 어머니 마음입니다. 자식들이 커가면서 효도하든, 불효하든 관계없이 어머니들의 마음은 일편단심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기에 자식은 변해도 어머니는 한결같습니다. 어머니의 괸심은 오직 하나! 내 “아이”입니다. 어렸을 때이든, 나이가 들었든 관계없이 어머니의 관심은 오직 하나! 내 “아이”입니다. 자녀들은 이런 어머니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합니다.
누가복음 6:38,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도 헤아림을 도로 받을 것이니라.” 헤아림! 우리가 자녀일 때는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우리들도 어느덧 어머니가 되어 자녀를 키우면서 자녀들이 속 썩일 때면, “나도 저랬지!” 하면서 더욱더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그때 어머니의 마음도 지금 내 마음과 같았겠구나! 어머니! 오직 당신의 관심은, 오직 당신의 즐거움은, 오직 당신의 사랑은 바로 “나”인 것을, 오직 당신의 삶 전체가 바로 “나”인 것을.... 이제야 깨닫고 코끝 찡하니 느껴져, 쪼그라든 어머니의 손을 붙잡아 봅니다. 이런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만이라도 더 헤아리는 자녀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연세 들어서 아무 것도 못하실지라도 계시다면, 계시는 그 자리 하나만도 너무 소중한 분이 “어머니”이십니다. 어머니가 하늘나라로 이사를 가신 분들은 계실 때는 무심하다가도, 안계시니까 왜 더 잘해드리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남습니다. 어머니! 계실 때 잘해야 합니다. 옛시조에 “어버이 살았을 적 섬기기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하랴. 평생에 고쳐 못할 일 이뿐인가 하노라”라고 합니다.
한국에 서울여자대학교에서 몇년전 사랑의 엽서 공모전에서 대상으로 당선된 글입니다. “나에게 티끌 하나 주지 않은 걸인들이 내게 손을 내밀 때면 불쌍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에게 전부를 준 어머니가 불쌍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나한테 밥 한번 사준 친구들과 선배들은 고마워서 답례하고 싶어 불러냅니다. 그러나 날 위해 평생 밥상 차려주시고 밤늦게까지 기다리는 어머니께 감사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드라마 속 배우들 가정사에 그들을 대신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나 일상에 지치고 힘든 어머니를 위해 진심으로 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었습니다. 골방에 누워 아파하던 어머니 걱정은 제대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친구와 애인에게는 사소한 잘못 하나에도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에게는 잘못을 셀 수도 없이 많이 했어도 용서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어머니.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기에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 글을 올립니다.”
참 마음이 저려옵니다. “꽃으로 퉁칠 생각하지 마라. -엄마가” 그 현수막 위에 담긴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하고 싶은 그 이야기가 오버랩되어 느껴집니다.
시어머니께도 잘해야 합니다. 시어머니도 내 사랑하는 남편을 키워준 어머니시고, 내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자녀들의 할머니이십니다. 시어머니 마음을 헤아리는 며느리가 될 때, 남편도 장모님 마음을 헤아립니다. 지혜입니다. 나를 위해 희생하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그 따뜻한 한마디! 사랑한다고 어머니를 안아주는 마음! 엄마가 좋아하기에 군고구마, 군밤, 찰옥수수 식을까봐 가슴에 품고 열심히 달려오는 그 걸음! 어머니에 진정 큰 기쁨과 감사가 되는 자녀들(!)입니다. 어머니의 희생과 헌신을 생각하며, 나를 향한 어머니를 헤아릴 줄 아는 마음! “헤아림!” 2019년 어머니날에 드릴 가장 값진 선물일 것입니다.
pastor.eun@gmail.com
05.04.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