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메리교회 담임목사
미국에서 매년 2월 셋째 월요일은 ‘대통령의 날’로 연방공휴일입니다. 대통령의 날이 2월 셋째 월요일로 정하게 된 이유는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생일 때문입니다. 워싱턴 대통령이 1732년 2월 22일에 태어났는데 그분의 생일을 기준으로 하여 대통령의 날을 정한 것입니다. 대통령의 날을 정한 이유는 초대 및 2대 대통령으로 8년 동안 대통령직을 수행한 조지 워싱턴의 삶을 돌아보고 동시에 지난 대통령들의 봉사를 기념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대통령의 날을 보내면서 우리가 떠나온 조국의 대통령을 생각해 봅니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분들 중에서 2분은 현재 재판 중에 있고 그나마 자유로운 한 분도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런 슬픈 현실을 해외에서 목도하며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대한민국은 전직 대통령이었던 분들도 과감하게 감옥에 보낼 수 있을 만큼 정직하고 법이 통치하는, 그래서 대통령 아니라 그 누구라도 법을 위반하면 그에 마땅한 형벌을 받아야 하는 훌륭한 나라이든지 아니면 법을 적용하는 범위와 대상이 어느 당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불법과 합법의 여부가 판가름 나는 그런 낮은 수준의 국가이든지 둘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만일 전자의 경우처럼 누구든지 법을 위반하고 그에 마땅한 형벌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현재의 상황이라면 대한민국은 정말 지구촌에서 존경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그 나라를 조국으로 둔 이민자들도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만일 그 반대로 후자의 경우라면, 즉 힘을 가진 사람의 논리에 의해 합법인지 불법인지의 여부가 가려지는 경우가 현재의 상황이라면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일지 모르지만 정치적으로는 아직도 가난하고 천박한 후진국의 탈을 벗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이라는 나라에 와서 이 나라를 ‘내 나라’로 정하고 국적까지 바꾸며 살아온 지 20년, 30년 혹은 40-50년이 되신 분들, 혹은 그 이상이 되신 분들도 있습니다. 고마운 것은 그 세월 동안 단 한 사람도 대통령 임기를 마친 후 감옥에서 삶을 보내고 있는 분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이 더 거룩하거나 윤리적이어서가 아니라 대통령의 모자라는 부분을 대법원과 국회가 함께 보충해가며 국가를 세우고 다듬어왔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을 감옥에까지 보낼 수 있는 국가가 훌륭한 국가라기보다 대통령으로 하여금 법 위에 군림하지 못하도록 입법부와 사법부가 견제하며 필요할 경우 합법적으로 제재를 하여 대통령의 임기를 잘 마칠 수 있도록 제 기능을 다 해주고,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을 때 한 국가의 원로로 존경을 하는 정치문화가 가장 아름답고 부럽습니다. 바른 정치문화는 정치영역 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에서도 권위에 대한 건강한 관점을 세워갑니다. 아버지와 직장상사의 정당한 권위조차도 우습게 여기는 우리 시대의 흐름에 오늘 정치권의 오염된 기류가 영향을 주고 있음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우리 조국에도 감옥에 더 이상 가지 않는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대통령, 해외에 살고 있는 이민자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의 대통령만큼이나 존경을 보낼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이 세워지는 날을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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