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메리교회 담임목사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어느 날부터 새해를 맞는 것이 어릴 때처럼 신나고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닌 것이 되었습니다. 학창시절에 맞이했던 새해는 언제나 계급장을 하나 더 붙이고 진급하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나이도 한 살 더 먹고 학년도 한 학년 더 진급한, 그래서 무엇인가 성취감을 얻었던 것이 새해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새해가 되면 성취감을 느끼기보다 하나 둘 무엇인가 잃어가는 상실감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해가 바뀌면서 약해져 가는 건강, 하나 둘 돌아올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나가는 친구들 그리고 줄어드는 지갑의 두께...
이 세상을 살아가는 그 어떤 사람도 이런 삶의 순환에서 예외가 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새해가 가져다줄 성취감보다 무엇인가 보내거나 줄어드는 상실감으로 인해 마음에 여유를 느끼지 못한 우리에게 주어지는 성경의 위로를 생각해 봅니다. 어떻게 하면 이 한 해를 상실감이 아닌 성취감으로 채울 수 있을까요?
마태복음 14장에 인간으로서 물 위를 걸었던 예수님과 베드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때의 상황을 다시 그려보면 이렇습니다. 하루 종일 바쁘게 사역을 감당했던 제자들이 하루의 사역을 마치고 피곤하고 지친 몸으로 이른 새벽녘에 갈릴리 호수를 배를 타고 건너고 있던 중 예상치 못한 폭풍을 만나게 됩니다. 그 폭풍 가운데 유유히 물 위를 걸어오는 유령 같은 존재를 발견한 후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 때 상대가 자신의 신분을 예수님이라고 소개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었던 베드로가 특이한 행동을 하게 되죠. ‘만일 지금 자신을 예수님으로 소개한 분이 정말 예수님이라면 베드로 자신에게 물 위로 걸어 오라’고 말씀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 볼 내용이 있습니다. 베드로는 상대가 예수님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좀 더 밝은 곳으로, 혹은 좀 더 가까이 얼굴을 보여 달라고 한 후, 상대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그리고 나서 그 상대에게 자신도 물 위로 걸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금 누구인지도 모를 그 유령같은 존재를 향해 ‘당신이 예수님이시라면 나에게 물 위로 걸어오도록 말씀해주십시오’라고 부탁합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상대로부터 ‘그렇게 하라’는 허락의 말을 들은 후 덤벙 물 위로 뛰어내려 걷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베드로 스타일의 행동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대단히 무모한 행동이었습니다. 상대가 예수님인지 유령인지 확인한 다음에 그 상대에게 무엇을 부탁할 것인지 아니면 그 상대와 멀리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바른 순서입니다. 그런데 베드로는 상대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한 가운데 그 상대에게 베드로 자신의 생명을 건 모험을 부탁하고 실제적인 행동에 뛰어 듭니다. 물론 몇 걸음 걷지도 못하고 물에 빠지게 되는 어려움을 맞기는 했습니다만 대단히 인상적인 모습입니다.
이렇게 앞뒤가 제대로 맞지 않는 이런 베드로의 행동이 2019년 새로운 한 해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중요한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날 동안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하느라 아무런 믿음의 도전이나 시작을 하지 못합니다. 음성 하나 듣고 상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지도 않은 채 물 위로 뛰어 내렸던 베드로와 달리 우리는 음성이 아니라 예수님의 얼굴과 손바닥까지 다 확인한 후에도 여전히 물 위로 뛰어 내리는 믿음의 걸음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땅을 떠날 때까지도 물 위를 걸어오시는 상대를 향해 ‘얼굴을 돌려서 좀 더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어제 아침에 함께 먹었던 음식메뉴가 무엇이었는지 말씀해 보세요!’ ‘오늘 점심 때 나누었던 대화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이야기 해보세요!’ 평생토록 그렇고 그런 질문을 하며 상대가 예수님이신지 확인만 하다가 인생의 배에서 뛰어내려 과감하게 물 위를 걸어보는 그런 비범한 경험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찾아오시는 예수님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 얼굴을 보여주시기 전에 음성부터 먼저 들려주신 후에 믿음의 도전을 하도록 하십니다. 그렇게 음성 곧 말씀으로 시작해 믿음의 걸음을 걷기 시작하면 곧 바로 상대가 예수님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물 위를 걷는 기쁨의 순간을 맞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베드로는 물 위를 얼마 걷지 못하고 물에 빠지게 됩니다. 주님의 음성으로 시작되었던 그의 출발이 눈앞에 몰아치는 바람으로 초점이 옮겨졌기 때문입니다. 비록 몇 걸음 되지 못했던 믿음의 행보였지만 그래도 예수님을 제외하곤 그 누구도 해 보지 못했던 물 위를 걷는 사람으로 남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서 맞게 되는 새해는 성취감을 가져 오기보다 상실감을 더 많이 가져오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한 해에도 우리는 어쩌면 많은 상실감을 맛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 곁을 떠날 수도 있고, 생각지 못했던 믿었던 건강이 내 곁을 떠날 수도 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그것이 모든 인생이 가야할 삶의 과정이라면 피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실감을 뛰어 넘는 멋지고 아름다운 한 해를 맞기위해서 이 한 해는 ‘너무 제고 확인하고 점검하는데 시간을 다 쏟아 붇기보다 음성 하나 듣고 과감하게 물로 뛰어들었던 베드로의 도전’이 필요합니다. 비록 걷다가 물에 빠지는 한이 있더라도 ‘물 위를 걸어 보는 기적’을 맛보지 않겠습니까!
상실감을 넘어 믿음의 성취감으로 채워지는 멋진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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