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곤 목사 (참사랑교회)
일본에 시키지도 않은 엉뚱한 메뉴가 나오는 식당이 있습니다. 라면을 시켰는데 우동이 나왔습니다. 햄버거를 시켰는데 만두가 나왔습니다. 종업원들이 이렇게 주문을 잘못 넣으면 어떻게 하나? 과연 이 식당이 제대로 될까? 등등의 생각이 듭니다. 헌데 놀라운 것은 엉뚱한 음식을 가져다줘도 화내는 손님도 한명 없고, 어느 누구도 불평하지 않고 주는 대로 감사히 먹습니다. 더군다나 이 이상한 식당은 인기 있는 맛집입니다. 이 식당을 찾는 고객들은 바로 여기서만 ‘특별한 이해와 배려가 넘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기 때문입니다.
이 식당이 특별한 이유는 다름 아닌 ‘아르바이트생들’ 때문입니다. 이곳의 아르바이트생들은 모두 ‘치매에 걸린 할머니, 할아버지들’입니다. 이분들은 최선을 다해 웃음을 잃지 않고 일하려고 노력하십니다. 주문을 받아 가지만 음식을 가져다줄 때 누가 주문했는가도 헷갈리고 그래서 주문과는 전혀 다른 음식을 가져다줍니다. 많은 자원 봉사자와 더불어 운영되고 있는 이 식당은 치매 환자들에게 “이젠 내가 아무도 생각나지 않은 채 나만 혼자 남았다는 고독감과 상실감”을 극복하고, 비록 당신이 치매일지라도 아직도 사회구성원의 일부라는 소속감을 주며, 함께하는 공동체 의식을 불어 넣어주고, 식당을 찾는 고객들에게도 이 같은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이 말도 안되는 식당이 성공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 대박난 식당의 성공 비결은 바로 “이해와 배려”입니다. 식당을 찾은 손님들은 주문한 음식이 안 나오고 다른 음식이 나와도, 가끔씩 물을 쏟아 바지나 치마가 적셔도 화를 내거나 얼굴을 찡그리지 않습니다. 조금 실수하고, 조금 느리고, 조금 서툴어도 괜찮습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할머니들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우리들의 어린 시절, 우리들의 모든 실수를 보듬고 길러주신 우리의 '어머니'이시기 때문입니다. 이 할아버지들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우리의 어린 시절, 우리들이 공부하고 자랄 수 있도록 몸 버려, 마음 상해 일하신 우리의 ‘아버지’이시기 때문입니다(퍼온 글). 참 마음이 찡하니 다가온 장면이라 이 이야기로 새해 첫 장을 엽니다. “사람이 사람을 헤아릴 수 있는 것은 눈도 아니고, 지성도 아니거니와 오직 마음뿐이다”(마크 트웨인). “이해와 배려”로 부모를, 남편을, 아내를, 자녀를, 목사와 성도를, 지인과 이웃들을 헤아리는 마음, 바로 그곳에 서로 사랑하며 하나 되는 하나님 나라가 임재하시지 않을까요?
작년 송년주일과 송구영신의 주제는 “Stop & Check"였습니다. 지난 한해도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문제가 발생해도 해결할 시간조차도 없었습니다. 그냥 달려가기에만 바빴습니다. 주위를 둘러볼 겨를도 없었습니다. 살기에도 벅찼습니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길을 가는 건지 문득문득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거의 시간에 끌려가 흘러간 한해였던 거 같아 마음 한편이 먹먹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새해도 뭐 그리 크게 달라질게 있을 라고, 지난해처럼 또 그렇게 한해를 보내겠지 라는 마음들이 주는 무기력감과 패배감이 주변에 가득합니다. 가장 비참한 일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밤에 늦게 누우며 땀 뻘뻘 흘리며 수고하며 일했는데 모든 게 허사로다(시127:2). 진전이 없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만 할 때, 여기서 우리는 잠시 ”STOP“ 멈춰 서서 ‘Check" 점검해야 합니다. 나와 하나님과 교회와의 관계를 점검해야 합니다. 나와 목사와 성도들과의 관계를 점검해야 합니다. 나와 부모님과 남편과 부인과 자녀들과 관계를 점검해야 합니다. 나와 친구들과 지인들과 이웃들과의 관계를 점검해야 합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찾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기 위해 스스로 강한 의지를 갖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어디서 떨어졌는지를 생각하고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라 만일 그리하지 아니하고 회개하지 아니하면 내가 네게 가서 네 촛대를 그 자리에서 옮기리라“(계2:5). 모든 관계들 안에서 그 넘어진 자리가 바로 내가 다시 일어서야 하는 그 자리입니다. 그 중심에는 ”이해와 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과 교회를 헤아릴 수 있는 ’이해와 배려‘, 남편과 부인과 부모와 자녀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이해와 배려‘, 목사와 성도들과 지인과 친구들과 이웃들의 처지와 형편과 상황을 헤아릴 수 있는 ’이해와 배려‘. 바로 거기에 ’치료와 회복‘이 있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생명력 있는 신앙으로, 교회를 섬기는 뜨거운 열정으로, 함께 시험과 유혹들을 이겨 나가며 하나님 나라를 꿈꾸고 세워나가는 동역자로서의 ’치료와 회복‘이 있습니다. 올해는 하나님과 교회와 남들에게 바라는 바로 그 배려, 그 이해를 내가 먼저 마음 열어 하면 어떨까요?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마7:12). 방향만 분명하다면 그리고 관계만 회복된다면 하나님이 반드시 치료하시고 회복시키시고 축복해주실 줄 믿습니다. 새해에 ’이해와 배려‘로 다시 한번의 도약을 주님 안에서 꿈꿉니다. Happy New Year. pastor.e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