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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사람, 의미있는 타인

은희곤 목사 (참사랑교회)

하와이 군도 북서쪽 끝에 있는 작은 섬 ‘카우아이’.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 섬은 한때는 지옥의 섬이라 불리어졌습니다. 그곳에 사는 많은 주민들은 범죄자, 알코올 중독자, 정신질환자였기 때문입니다. 어린아이들과 청소년들은 그런 어른들을 보고 배우며 똑같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학자들은 '카우아이 섬의 종단연구'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1955년에 태어난 신생아 833명이 30세 성인이 될 때까지의 성장과정을 추적하는 매우 규모가 큰 프로젝트였습니다. 많은 학자들과 사람들의 예상은,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인생에 잘 적응하지 못해 비행 청소년이 되거나 범죄자, 중독자의 삶을 그대로 답습하며 살 것이다"는 것이었습니다.

심리학자 에미 워너 교수는 833명중 고아나 범죄자의 자녀 등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201명을 따로 정해 그들의 성장과정을 집중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아이들에게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은 뜻밖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들은 학교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대학교 장학생으로 입학하는 등 좋은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보다 더 모범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에미 워너 교수는 이런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했습니다. 조사 결과 이들에겐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끝까지 자기편이 되어 믿어주고 공감해주고 응원해주는 어른이 최소한 한명은 곁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부모, 조부모, 삼촌, 이모, 친구, 선배, 교사, 목사, 전도사, 선교사 등등 실패해도 좌절해도 더 나은 내일을 무조건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그 한사람’이 있었기에 자신의 환경을 극복하며 비관하지 않고 밝게 자랄 수 있었습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믿어주는 ‘그 한사람’만 내 곁에 있어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겨납니다. 속도는 느려도, 시행착오도 겪을지는 몰라도 오롯이 마음에 그리던 꿈을 향해 걸어가는 힘과 용기가 ‘그 한사람’으로 인해 생깁니다. 우리들에게도 이렇게 삶의 위기의 순간에, 좌절과 절망의 시간에,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처절한 고독을 겪을 때에,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없어 너무나 억울하고 원통할 바로 그 순간 그때에, ‘그랬구나, 힘들었겠구나!’ 공감하며 나를 믿어준 ‘그 한사람’이 있었나요? 만약 있었다면, 나의 인생의 긍정적인 선한 면들은 다 ‘그 한사람’으로 인해 생겨났을 것입니다. 헬렌 켈러는 말합니다. ‘믿음은 산산이 조각난 세상을 빛으로 나오게 하는 힘이다’라고. 헬렌 켈러는 바로 ‘그 한사람’에 대한 믿음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 한사람은 바로 ‘앤 셀리번’이었습니다. 미국 보스턴의 한 정신병원에 불쌍한 소녀가 수용되었습니다. 소녀는 사람들을 갑자기 공격하는 정서불안 증세를 보였습니다. 의사는 소녀에게 회복 불가능이란 판결을 내렸습니다. 작은 애니로 불린 이 소녀에게 사랑을 베푸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부모와 연락도 완전히 단절되어 고독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 병원에 나이든 간호사가 있었습니다. 이 간호사는 매일 성경을 들고 애니를 찾아와 위로해 주었습니다. "애니야, 하나님은 너를 사랑하신단다. 나도 너를 정말 사랑한단다." 간호사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소녀를 위해 6개월 동안 한결같이 사랑을 쏟았습니다. 그때부터 애니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며 밝은 웃음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이 소녀는 신문기사를 읽고 결심합니다.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는 삼중고의 헬렌 켈러라는 어린이를 돌볼 사람을 구하고 있다"는 기사였습니다. 소녀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이 어린아이의 평생의 스승이 되기로 결단합니다. 그녀는 간호사가 자신에게 베푼 사랑을 ‘헬렌 켈러’에게 쏟았습니다. 이 사람이 바로 ‘앤 설리번’입니다.

일반적으로 개인의 자기관과 세계관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주었거나 주고 있는 ‘그 한사람’이 바로 ‘의미있는 타인’(Significant other) 입니다.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우리들의 자녀들에게 가장 의미있는 타인, 그 한사람은 누구입니까? 믿음 안에서 살아계신 하나님,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 보혜사 성령 그리고 그분의 말씀입니다. 또한 가장 기초적인 베이스캠프인 가정 공동체 안에서는 아빠와 엄마,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그리고 교회 공동체 안에서는 신앙의 동역자들이 바로 ‘그 한사람, 의미있는 타인’이 되어야하지 않을까요? 바로 “나” 말입니다. ‘그 한사람, 의미있는 타인’인 이름 모를 한 간호사를 통하여 ’앤 설리반‘이 나왔고, 이 ’앤 설리반‘을 통하여 ’헬렌 켈러‘가 나왔듯이, 바로 “내가” 나의 자녀들에게 ’그 한사람, 의미있는 타인‘이 될 때, 우리의 자녀들은 주님 안에서 삶의 열정과 선한 지혜와 능력이 가득 찬 아이들로 자라날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라난 우리의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중요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그 한사람, 의미있는 타인‘이 될 것입니다. 5월, 가정의 달에 ’나‘ 자신은 ’그 한사람, 의미있는 타인인가?‘를 자신에 진솔하게 묻고, 그렇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pastor.e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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