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풍운 목사 (벅스카운티장로교회 담임)
해마다 부활주일을 지나면 뭔가 허전하다. 사순절 기간 동안 하던 기도, 성금요일 금식, 부활주일 새벽연합예배, 부활주일예배, 각종 행사 등으로 분주하였는데 이젠 마치 큰 시험이 끝난 학생처럼 느슨하고 긴장감도 풀린 것 같다. 그리고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에 동참하며 기도하였으나 여전히 힘든 우리들의 현실에 다시 서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부활하신 후에 물고기를 잡던 제자들처럼 엠마오로 내려가던 제자들처럼 힘없이 삶의 현장에 서 있기도 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지금도 살아계셔서 믿는 성도들과 함께 하신다. 비록 환경의 변화는 없을지라도 우리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계셔서 환경과 세상을 이길 힘을 주신다.
부활주일을 지내며 성도들과 나눈 말씀 중에서 필자에게 많은 위로와 은혜가 된 세 사람에 대하여 독자들과 나누므로 쉽지 않은 세상을 이기는 힘이 되었으면 한다. 첫째 분은 한국 교회 초기 목회자 중에 한분인 채필근 목사님이다. 자유주의 신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예수님은 어려움 중에 있던 채 목사님을 특별하게 위로하셨음을 본다. 채 목사님은 네 아들을 잃었다고 한다(장남9살 삼남22살 사남23살 육남4살). 한 아들도 힘든데 넷이나 잃었으니 얼마나 슬펐을까. 특별히 맏아들이 9살에 죽었을 때는 출타중이어서 아들이 죽은 줄도 몰랐다고 한다. 한 달 후 집에 돌아와 아들이 죽어 장사한 것을 알고 너무 슬퍼했는데 그날 밤 집 뒷산에 올라가 보니 휘장이 둘러쳐진 곳에서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이음새 부분을 찾아서 들치고 보니 죽은 아들이 아름다운 옷을 입고 머리에 꽃관을 쓰고 자기를 내려다보며 “아버지 나는 죽지 않았어요. 저는 여기서 참 재미있어요”라고 말하였다고 한다. 환하게 웃는 아들을 보며 목사님도 너무 좋아서 함께 웃다가 깨어보니 꿈이었는데 그날 이후 죽은 아들로 인한 슬픔이 말끔히 사라졌다고 한다. 무덤가에서 울고 있던 마리아를 찾아오셨던 예수님께서 어린 맏아들이 죽은 줄도 모르고 사역을 하다가 돌아와 슬퍼하던 채 목사님을 위로하신 것이다.
두 번째 분은 1970년대 우간다에서 가장 큰 교회를 목회했던 키파샘판디라는 목사님이다. 당시 독재자 이디 아민은 자기에게 반대하는 자들을 모두 죽였는데 어느 부활주일에 그 목사님을 죽이라고 암살자들을 보냈다고 한다. 죽이겠다고 총을 들이댄 그들에게 빙그레 웃으며 잠간 기도한 후에 죽이라 했고 마지막 부탁이니 허락해 주었다고 한다. 목사님은 조용히 예수님이 하셨던 기도(이 사람들은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불쌍히 여기시고 이 죄를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를 그대로 하고 아멘으로 기도를 끝냈는데 암살자들이 “기도해줘서 고맙습니다”하고 그냥 갔다는 것이다. 목사님은 그날이 부활을 증거 하는 부활주일 아침이므로 당장 죽어도 아무 두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 어디에서 오나? 부활하신 예수님이 함께 하셨기 때문이다. 죽음이 두려워 예수님을 버리고 도망했던 제자들이 모두 다 담대하게 예수님을 전하다가 순교를 당한 것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그들과 함께하셨기 때문이 아닌가? 우리들을 결박하고 있는 모든 두려움으로부터 우리를 자유케 하실 수 있는 분은 오직 예수님 한 분뿐이다. 마지막은 샘이라는 장애아였다. 몸이 뒤틀리고 정신장애가 있는 그는 12살이지만 2학년 반에서 수업을 해야 했다. 도리스 담임선생님은 자주 몸을 뒤틀고 소리를 질러서 수업을 방해하므로 부모에게 특수학교로 보내기를 권했지만 특수학교가 너무 멀고 샘이 지금 학교와 반 친구들을 너무 사랑하므로 큰 상처를 받을 거라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사랑으로 보살피게 되었다고 한다. 부활주일을 앞둔 어느 해 봄날 아이들에게 빈 플라스틱 달걀을 나누어주며 내일까지 그 속에 생명을 담아오라고 했는데 다음날 18명은 벌레, 나무, 물 등을 다 담아왔지만 샘은 빈 채로 가져왔다고 한다. 웃는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이 그 이유를 묻자 샘은 말을 더듬으며 “선생님이 예수님의 무덤은 빈 것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라고 대답했는데 그 이유를 묻자 그는 분명하게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네 선생님, 나쁜 사람들이 예수님을 죽였는데 예수님의 아버지가 그를 무덤 속에서 살려냈어요.” 석 달 후 샘은 죽어 예수님 품에 안겼는데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평안한 모습으로 누운 샘의 관 위에 놓인 19개의 플라스틱 달걀을 보며 궁금한 표정들을 지었다고 한다.
필자의 교회에 여든 중반 된 박 장로님이 위암으로 고생하고 계신다. 병원에 계시다가 이젠 집으로 나와 홈 호스피스 보살핌을 받고 계신다. 얼마 못사실지 모른다. 심방 중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목사님 마음이 편해요, 나는 갈 준비가 다 되었어요, 내 가족들을 위하여 기도해 주세요.”
두려움 속에 문들을 닫고 있던 제자들에게 찾아오셔서 “평강이 너희에게 있을지어다” 하신 예수님이 샘과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장로님과 함께 하심을 본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약 33년경에도, 1900년대에도, 1970경에도, 그리고 지금도 우리들과 함께 계신다. 한국에도, 아프리카에도, 미국에도, 필자의 목회지인 벅스카운티에도, 그리고 이글을 읽는 모든 믿는 분들이 있는 곳에도 함께 하신다. 할렐루야! pwkim52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