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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순절

은희곤 목사 (참사랑교회)

사순절이 시작됐습니다. 사순절은 4세기 말경에 확립된 교회절기입니다. 우리들은 '40일간의 기념일'이라는 뜻의 희랍어인 '테살코스테'를 따라 사순절로 번역합니다. 사순절의 “40”이란 수는 예수께서 40일 동안 광야에서 시험받으심, 40일간 시내산에서의 모세의 금식, 이스라엘의 40년간의 광야 생활, 예수의 부활에서 승천까지의 40일 등과 같이 성경에서는 고난과 갱신의 상징적 기간입니다. 이 절기가 시작되면 기독교인들은 회개와 그리스도에게로의 재 헌신을 다짐하는 갱신을 갖고, 그리스도의 고난에 대한 동참과 의미를 깨달아 성도로서의 경건생활 훈련을 하게 됩니다. 부활주일(2017.4.16.)을 기점으로 역산하여 주일을 뺀 나머지 40일간을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경건히 보내는 절기입니다.

이 40일, 사순절 기간 동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짚으시는 하나님” 앞에서 “버릴 거 버리고, 채울 거 채우는 일”입니다. 청소도 안하고, 설거지도 안하면 점점 냄새가 고약해집니다. 우리가 만약 회개하지 않는다면 죄악의 냄새가 진동할 것이고 이 냄새는 악령과 귀신을 부릅니다. 영혼과 마음과 심령의 청결, 생각과 말과 생활의 청결에 성령이 임재하십니다. 부부, 부모, 형제 사이라도 감추고 싶은 것들이 있습니다. 감출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는 감출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됩니다. 주님 앞에서는 모든 것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히4:13) 집중적인 회개의 시간, 즉 하나님 앞에 모든 감추고 싶은 죄들을 다 끄집어내어 토설할 때, 주님 십자가 피가 나의 죄를 씻어주시는 죄 사하심의 은혜를 체험하게 됩니다. 이 기간을 보라색으로 표시하는 것은 이 같은 참회하는 마음의 자세를 뜻합니다.

예수님 공생애의 첫 번째 메시지는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느니라!”(마5:17)입니다. 사순절엔 매일매일 내가 죽고, 다시 사는 새로운 존재(고전15:31)로서 거듭나는 회개, 날이 갈수록 예수님 성품으로 닮아가는 회개, 살수록 하나님과 더 가까이 다가가는 회개가 나의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이뤄져, 매일매일 천국이 나의 삶 속에, 우리 가정 안에 넓혀져 나가는 사건이 일어나야 합니다. 이 기간 동안 하나님과 나와의 교통을 꽉 막아버리는 죄를 회개할 때, 십자가의 피로 막힌 곳이 뚫려 하나님과 내가 더욱더 친밀한 교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집중적인 기도를 드려야 합니다. 그때 하나님께로 막힘없이 뻥 뚫린 “도착하는 기도”, 나에게도 막힘없이 뻥 뚫린 “도착하는 응답”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대중목욕탕 사우나실에 들어갔다가 아는 집사님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그분 무릎이 엉망이었습니다. 연유를 여쭸지만 좀처럼 대답을 안 하시다가 계속 물어보니 그제서야 쑥스러운 듯 말씀하셨습니다. “방석도 깔지 않고 맨바닥에 무릎 꿇고 기도하다보니 이 모양이 돼버렸네요.” ‘기도제목이 하도 많아’ 하루 3시간씩 기도드린다는 집사님을 보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스카우트된 축구선수 박지성님과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님이 생각납니다. 온라인에 올려진 박지성님의 발 사진을 보면 그의 이적료가 왜 74억원이나 되며 그의 연봉이 왜 37억원이나 되는지 알고도 남습니다. 가냘프고 어여쁜 발레리나의 것이라곤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기형이 돼버린 발을 지니고 있는 강수진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엉망인 집사님의 무릎, 짓무르고 망가진 만큼 주님의 은총 또한 크지 않을까요?

또한 이 기간에는 오락이나, 연극, 무용, 연회 등을 금하고 화려한 옷이나 호화로운 음식, 허영적인 행동을 금하는 금식, 절식, 자선사업에 힘써야 합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인이 되어 사는 법, 고난에 동참하는 의미는 물론이거니와, 생활 속에서 이를 실천하고 나누는 일을 훈련하고 실천하도록 인도해야 합니다. 가령 사순절 기간 동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 가운데 하나를 골라 40일간 절제하기, 예를 들면 커피, 고기, 초콜릿, 술, 게임, 골프 등 그리고 하루에 1끼 이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금식하기 등을 통한 40일 절제를 나의 삶 속에서 실천해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40일을 지나면서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경멸하고 무시했던 나의 못된 마음과 태도,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쑤시는 듯 한 나의 말투, 이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나의 습관, 입으로는 주님이 우선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항상 돈과 명예와 권력이 앞서는 나의 외식 등등 즉 “나의 마음과 생각과 말과 행동을 그리스도의 삶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절제와 금식”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님의 고난을 기억하고, 우리 주변에 아픔을 당하는 이웃과 친구를 찾아보고, 그들을 찾아가 주님의 사랑으로 돕고, 복음을 전합니다.

사순절은 우리들에게 교회의 절기임과 동시에 이렇게 “나의 사순절”을 살아야 합니다. 이 기간 동안 주님의 십자가의 피가 메마르지 않고 우리들 마음에, 가정에, 자녀들에, 교회에 흐르기를 바라며, 이 기간 동안 절제와 금식과 인내를 통한 경건을 연습하시는 복된 40일간의 여정, “짚으시는 하나님 앞에서 나의 사순절”을 사시고, 이 여정 안에 문제가 해결되고 기도가 응답되는 역사를 체험하시기를 축복합니다. pastor.e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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