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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페달을 밟으라!

민경엽 목사 (오렌지 카운티 나침반교회)

모범적인 선교단체 중 하나인 OMF에서는 선교지에 나가는 신임 선교사가 1년 동안 자동차를 구입하지 못하고 자전거를 사용해야 하는 선교 정책이 있다. 그래서 나의 친구 선교사는 오래 전 태국에 처음으로 도착했을 때 섭씨 40도가 넘는 온도와 90% 이상의 습도에서 열 번만 페달을 밟아도 온 몸이 샤워를 하는 것처럼 폭삭 젖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가 선교사역의 값비싼 원리를 하나 발견했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멈추면 죽는다. 멈췄다가 다시 가려고 하는 것은 엄청 힘들다. 그러므로 가끔 속도를 줄여서 갈지라도 계속 페달을 밟아야 한다. 선교사역이 그렇다.” 그래서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결코 중단하지 않고 다만 정말 힘들 때는 천천히 달렸더니 20년 선을 지나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선교편지에 썼다. 그가 얼마나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 사역을 중단하지 않고 지속해왔는지 잘 알고 있기에 그가 한 말이 더욱 실감이 났다. 나 역시 교회의 사역을 감당하면서 종종 멈추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기에 그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깊이 느끼며 동시에 그 어려운 순간에도 그만두지 않고 계속 사역의 페달을 밟은 것이 얼마나 큰 은혜인지 새삼 감사하다.

지금 한국 사회는 급속히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란 총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인 사회를 일컫는 말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넘으면 고령 사회라 하고, 20%를 넘으면 후기고령 사회 혹은 초고령 사회라 한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가 13.2%(657만 명)로 고령화 사회를 훨씬 넘어 고령 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의 통계청에서는 올해 65세 이상 고령층이 14세 이하 유소년층보다 더 많아지기 시작하여 2018년에는 고령층의 비율이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정부의 많은 노력 가운데서도 출산률은 계속 떨어진다. 인구는 줄고 사회는 늙어가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한국인에게 기독교의 위신이 지금처럼 추락한 적이 없다. 각종 비리와 스캔들에 목사부터 평신도에 이르기까지 관여되지 않은 사건이 없을 정도로 추문이 계속되는 상황이어서 대다수 한국인들에게 기독교란 사회의 타락에 일조하는 이익집단에 불과하다. 이런 모든 상황들을 종합해 볼 때 앞으로 목회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고개를 돌려 미국에서의 목회 환경을 생각하면 훨씬 더 답답해진다. 한국에 있는 문제들이 고스란히 다 있다. 세상에 호락호락한 목회란 없지만 지금까지도 이민 목회는 더 없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와 기독교 신앙의 재건주의로 보수 우익의 노선을 취하는 것이 교회 상황에 다소 도움이 될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이민의 문호를 꼭꼭 걸어 잠그고 모든 불법체류자들을 몰아내겠다는 정부의 입장으로 인해 이민자들의 절대수가 적어질 것이 자명해졌다. 특별히 신분이 불완전한 교인이 많은 아시아권을 비롯한 소수계의 교회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 같다. 지금 있는 교인들 중에서도 신분의 문제로 인해 자의반 타의반 미국을 떠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러므로 기존의 목회 전략만을 고수하려다가는 낭패를 볼 여지가 많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조차 이끌고 계시는 하나님을 참으로 믿는다면 반드시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빛의 마술사라고 하는 인상파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깊은 신앙의 사람이었다. 그는 목회 지망생이었으나 화가가 되어 그림을 통해 살아 계신 하나님을 증거하고자 하는 열망이 매우 컸다. 그는 많은 그림에서 하나님의 존재를 드러내고자 하는 열정을 밝은 노란색으로 표현하였다. 그가 30점이나 그렸다는 “씨 뿌리는 사람”이라는 작품은 공관복음의 씨 뿌리는 비유를 그린 것이다. 그 그림에는 네 가지 밭이 다 나온다. 길가밭, 돌밭, 가시떨기밭, 이런 밭들과 함께 열매를 맺는 옥토밭이 있다. 농부의 뒤에는 밝은 태양이 떠오른다. 물론 그 태양과 함께 농부의 뒤는 강렬한 노란 색으로 뒤덮여 있다. 농부는 태양을 등지고 있기에 하나님의 임재를 알지 못하고 있지만 얼굴은 기쁨으로 씨를 뿌리는 표정이다. 씨는 흩뿌려져 여러 밭에 떨어지는데 많은 씨가 엉뚱한 곳에 뿌려지지만 그 중에 더러는 옥토에도 떨어져 열매를 맺는다. 고흐가 이 그림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하나님을 위해 열심히 뿌리기를 멈추지 말자는 것이다. 언젠가는 열매가 나타날 것을 믿고 열심히 씨를 뿌리는 것을 중단하지 말자는 것이다. 비록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지 못해도 우리 뒤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기쁨으로 씨를 뿌리면 언젠가, 그 언젠가는 반드시 열매가 나타날 것이다. 다른 일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목회 사역은 어떤 영역보다 인내가 요구된다. 지금의 어려운 현실과 어두운 미래를 바라보며 낙심하고 주저앉으면 나중에는 더 어려운 시기에 봉착할지도 모른다. 씨를 뿌리는 사람처럼, 자전거를 계속 달리는 선교사처럼 계속 뿌리고 계속 페달을 밟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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